개구리에 돌 던지고 미안해할 줄 모르는 살인마… “캐릭터의 결핍 고민하며 연기”

안진용 기자 2024. 8. 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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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시야, 이제 너의 시대가 온 것 같다."

배우 고민시(29·사진)는 지난 23일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아없숲)가 공개된 후 선배 김혜수로부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문자를 받았다.

'아없숲'에서 사이코패스 유성아 역을 맡은 고민시는 그동안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얼굴로 광기 어린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빚었다.

영화 '추격자'에서 전직 형사 역을 맡아 사이코패스를 쫓던 김윤석이 '아없숲'에서는 고민시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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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사이코패스役 고민시
“기존 이미지 깨부수고 싶었어
더 성숙한 배우 될수있게 노력”

“(고)민시야, 이제 너의 시대가 온 것 같다.”

배우 고민시(29·사진)는 지난 23일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아없숲)가 공개된 후 선배 김혜수로부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문자를 받았다. 지난해 함께 출연한 영화 ‘밀수’로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거머쥔 후배를 향한 괜한 상찬이 아니다. ‘아없숲’에서 사이코패스 유성아 역을 맡은 고민시는 그동안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얼굴로 광기 어린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빚었다.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고민시는 “모완일 감독님과 2번 오디션을 봤고, 이전 제가 맡았던 역할과 전혀 다른 느낌이라 ‘합격해도 문제’라고 생각했다”면서 “대본 리딩 전 이틀 밤을 지새웠다. 기존 이미지를 깨부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없숲’은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닌, 범죄 발생 장소의 소유주들이 겪는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범죄가 일어난 장소를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경제적 피해를 받아야 하는 호텔과 펜션의 주인, 즉 애먼 피해자들이 주요 등장 인물이다. 그래서 ‘아없숲’의 영어 제목은 ‘더 프로그’(The frog·개구리)다.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라는 의미다. 그리고 고민시가 맡은 유성아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그 돌을 던지고, 돌을 맞은 개구리에게도 미안해할 줄 모르는 포식자다.

유성아가 왜 그런 인물이 됐는지 전사(前史)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것에 대해 고민시는 “살인마에게 서사를 부여하고 이해를 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성아는 엄청난 결핍이 있는 인물인데, 모두에게 있지만 성아에게 없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고민시는 이 작품에서 ‘연기 9단’들과 균형을 맞췄다. 영화 ‘추격자’에서 전직 형사 역을 맡아 사이코패스를 쫓던 김윤석이 ‘아없숲’에서는 고민시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다. ‘기생충’의 이정은이 연기한 냉철한 형사와도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이 팽팽히 맞선다.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유성아가 전화 통화를 하며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도대체 언제 올 거예요?”라고 외치는 장면은 ‘아없숲’을 대표하는 명장면이다.

고민시는 “‘보기 드문 코리안 비X(Korean bitXX)가 나왔다’는 외국 반응이 흥미로웠다”면서 “내로라하는 선배님들과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큰 배움이었고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전에서 웨딩플래너로 일하다 ‘배우가 되고 싶다’며 무작정 상경한 고민시. tvN 예능 ‘서진이네2’에서 주문이 밀릴까 걱정돼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일에 몰두하는 그의 모습은 연기자가 되길 꿈꾸며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던 모습과 겹친다. 하지만 이제는 ‘밀수’와 넷플릭스 ‘스위트홈’ ‘아없숲’, 나영석 PD표 예능까지 거치며 ‘블루칩’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배가 고프다.

“정통 사극이나 로맨스에 도전하고 싶어요. 오디션도 얼마든지 볼 수 있어요. 김혜수 선배님이 ‘고민시의 시대가 왔다’고 해주셨지만 시대는 계속 변하잖아요. 더 성숙한 제 시대가 올 거라고 믿고 달려야죠.”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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