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200% 더 즐겁다… 9월 서울은 ‘미술 도시’
고미술~20세기 후반 주요걸작
‘프리즈 마스터스’ 최우선 추천
‘키아프’는 작가 중심으로 관람
서울 곳곳서 굵직한 전시
호암미술관 니콜라스 파티展
아트선재센터 ‘서도호 개인전’
송은미술관, 피노 소장품 소개
9월,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예술 도시’가 될 전망이다. 우선 대형 국제아트페어(미술품 장터)인 ‘프리즈’(9월 4∼7일)와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9월 4∼8일)가 서울 코엑스에서 나란히 개최된다. 이른바, ‘키아프리즈’. 미술 애호가들이 손꼽아 기다린 이때, 미술관과 화랑들도 분주하다. ‘큰 장’이 서고 관심이 집중된 이 기간에 심혈을 기울인 ‘올해의 전시’를 선보이는 것. 들썩이는 분위기에 ‘나도 한 번?’ 하는 입문자, ‘똘똘한 한 점’ 사려는 수집가, 그림 볼 줄도 살 줄도 좀 아는 고수까지, ‘미술의 계절’을 200%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신진부터 거장까지…더 넓고 깊어진 ‘키아프리즈’= 프리즈엔 국내외 100여 개 갤러리가, 키아프엔 206개가 참여한다. 4∼5일 내내 관람해도 300개 넘는 부스를 꿰뚫긴 어렵다. 취향과 예산, 목적이 확실한 몇몇 소수만을 제외하면 말이다. 따라서 그림을 사든 안 사든, 전시를 많이 봤건 아니건, 일단 1차 목표는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으로 하자. 고미술품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주요 걸작을 소개하는 섹션으로, 장터 내에 자리한 ‘작은 미술관’이라 보면 된다. 올해는 아시아 갤러리와 작가들에게 초점을 맞춘 게 특징이다. 우손갤러리는 여성 작가 이명미를, 학고재는 김환기, 백남준 등 한국 작가 7명을 집중 소개한다. 프랑스 갤러리 미테랑은 니키 드 생팔의 1960년대 조각 작품을, 레정뤼미니르는 중세 필사본 등을 전시한다.
아트바젤과 함께 아트페어 양대 산맥인 프리즈는 세계적인 갤러리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올해는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리만머핀, 리슨, 페이스, 타데우스 로팍 등이 참여하며, 국내에선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등이 부스를 낸다. 프리즈는 갤러리의 역사성이나 정체성 등을 생각하며 둘러보면 좋다. 예컨대 영국 유명 갤러리로 한국에도 지점이 있는 화이트 큐브 부스를 방문한다면, 이 갤러리가 데이미언 허스트 같은 혁신적인 작가들을 발굴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재미가 배가된다.
올해로 23회째인 키아프 전시장을 둘러볼 때엔 작가 중심으로 관람하는 걸 추천한다. 특히, 한 작가의 작품을 개인전 형태로 선보이는 ‘솔로 섹션’에서 14개 갤러리의 14인의 작가를 만나면 한국 미술 시장을 들여다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 또 미술 투자에 입문하려는 관람객이라면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혁신적 작품을 소개하는 특별전 ‘키아프 온사이트’와 신진 작가를 조명하는 ‘키아프 하이라이트 어워드’가 도움이 된다.
◇피노 컬렉션·니콜라스 파티·서도호…미술관은 ‘별’들의 전쟁 =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과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은 각각 한국계 미국 작가 아니카 이와 ‘파스텔의 마법사’ 니콜라스 파티 개인전을 준비했다. 내달 5일 시작하는 아니카 이의 전시는 작가의 아시아 첫 미술관 전시로, 지난 10년간 작업한 작품 30여 점을 소개한다. 기술과 생물, 감각을 연결하는 ‘아니카 월드’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구성했다. 이달 31일 개막하는 파티의 국내 첫 개인전의 핵심은 전시장과 로비에 작가가 직접 그린 파스텔 벽화들. ‘스위스의 마그리트’라 불리는 파티의 작품이 고미술 소장품과 만들어낼 하모니가 기대된다.
같은 날 서울 용산에 자리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북유럽 출신의 작가 듀오 엘름그린&드라그셋의 개인전을 연다. 집, 수영장, 레스토랑, 주방, 작가 아틀리에까지 공간 설치 작업을 중심으로 50여 점을 선보인다. 이들의 아시아 전시 중 최대 규모라 더욱 눈길을 끈다.
내달 3일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기획전 ‘말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이 시작된다. 60여 명의 아시아 여성 작가들이 참여했으며,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아시아 여성 예술을 신체성의 관점에서 조망한다. 4일엔 억만장자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의 소장품이 서울 청담동 송은미술관에서 소개된다. 피노는 구찌, 생로랑 등을 보유한 프랑스 럭셔리 패션기업 케링의 창업주이자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의 소유주다. 마를렌 뒤마, 피터 도이그 같은 유명 구상화가들의 그림을 포함해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아트선재센터는 세계적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개인전 ‘스페큘레이션스’로 지난 17일 한발 앞서 축제를 시작했다. 서 작가가 12년 만에 선보이는 국내 개인전으로, ‘완벽한 집은 무엇이고, 또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작가의 사유와 상상력을 만나볼 수 있다. 또 성곡미술관에서는 29일부터 독일 여성 작가 로즈마리 트로켈의 30년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가 열린다.
◇마크 로스코·이우환·존 배…놓칠 수 없는 화랑 전시들 = 세계 정상급 갤러리로 꼽히지만, 아직 한국에 지점이 없는 가고시안도 이번 가을 미술 축제에 한 자리를 점했다. 내달 3일부터 용산 아모레퍼시픽 1층 프로젝트 공간 APMA 캐비닛에서 미국 작가 데릭 애덤스의 개인전을 여는 것. 작가가 자신의 브루클린 스튜디오와 전 세계 뷰티 매장 쇼윈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신작 회화 시리즈가 공개된다.
한남동 페이스갤러리에서는 내달 4일부터 색면추상의 거장 마크 로스코와 이우환의 2인전 ‘조응:이우환과 마크 로스코’가 시작된다. 이 작가가 로스코의 유족과 협력해 기획한 전시여서 더 주목된다. 2018년부터 최근까지 이 작가의 그림과 1950∼1960년대 로스코의 작품을 함께 조명한다. 또 재미교포 원로 조각가 존 배의 개인전(갤러리현대), 한국 추상회화 1세대 유영국의 개인전(PKM갤러리), 자수 작업으로 유명한 함경아와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의 개인전(이상 국제갤러리) 등이 동시에 열려 열기를 이어간다.
◇“나 대신 웃고 울어줄 그림을 찾아보세요”…전문가의 팁 = 프리즈와 키아프의 협업은 2022년 시작돼, 국내·국제 행사의 상생 사례로 세계 미술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키아프리즈’의 성공으로 “서울이 진정한 글로벌 예술 중심지로 발돋움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고, 키아프를 주관하는 한국화랑협회의 황달성 회장은 “협력이자 경쟁이다. 그래서 성장했고 더 확장될 것이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어 “올해 부스 개수를 줄이고, 공간은 넓혔다.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미술에 대한 흥미와 취향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키아프에서 황 회장이 가장 눈여겨보고, 또 관람객들에게 권하는 부스는 10년 미만 27개 신생 갤러리들이 신진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플러스 섹션’이다. 그는 또 “키아프 입장은 봉은사 방향 북문이 가장 편하다”며 실용 팁도 잊지 않았다.
갤러리의 역사,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도 중요하지만, ‘미술의 계절’을 만끽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열린 마음’이다. 다양한 기관에서 직장인 컬렉터를 위한 강좌를 해 온 박민경 아트 어드바이저는 “나 대신 울고 웃어주는 ‘감성 대리 작품’, 친구와 가족이 되어줄 ‘반려 작품’을 찾으며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 박 어드바이저는 “난해해 보이던 작품이 어느 순간 와 닿는 등 마음이 풍성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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