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트럼프 "나토 방위비 최소 GDP 3%"…우리나라는 무사할까

남승모 기자 2024. 8. 2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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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전 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의 방위비 지출 인상을 들고 나왔습니다. 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토 회원국들의 안보 무임 승차를 비판해 오긴 했지만 이번에는 방위비 지출 약속을 지키라는 수준을 넘어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현재 나토 방위비 목표치는 국내총생산 GDP 대비 2%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각국의 방위비 지출이 크게 늘었지만 아직도 32개 회원국 가운데 9개국은 2% 지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요구한 방위비 지출은 GDP 대비 3%입니다. '천조국'으로 불리는 미국의 방위비 지출 비중이 3.3%인 점을 감안하면 이게 얼마나 큰 규모인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경우 GDP 자체가 워낙 커서 방위비 지출이 많은 것도 있겠지만 32개 나토 회원국 중 방위비가 3%를 넘는 곳은 폴란드(4.3%)와 미국(3.3%), 그리스(3.1%) 단 3곳에 불과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이렇게 방위비 지출을 늘리라고 동맹국들을 압박하는 이유는 뭘까요?
 

군사비 줄이고 무기 판매도 늘리고

나토 본부 (사진=AP, 연합뉴스)

트럼프 본인이 밝혔듯이 회원국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미군의 부담이 늘어난 게 1차적 원인입니다. 사실 러시아의 침공으로 가장 큰 위협에 처한 건 유럽 국가들인데도 정작 돈은 미국이 (트럼프 주장으로는 1천5백억 달러) 더 쓰고 있으니 마냥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약속대로 2%를 지출하고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독일 같은 부국마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보니 반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독일의 국방비 지출은 나토 기준에 비해 140억 유로, 우리 돈 약 20조 3천억 원 부족했습니다. 또 스페인 16조 원, 이탈리아 15조 7천억 원, 벨기에가 6조 7천억 원을 덜 쓴 걸로 조사됐습니다. 유럽 주요국조차 기준치를 밑돌았으니 미국 납세자들 입장에서는 트럼프 주장이 솔깃할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는 "독일에서 쉐보레 자동차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냐. 아마 한 번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는 벤츠, BMW, 폭스바겐 자동차가 수백만 대가 있다"면서 "그들은 무역에서 우리를 이용하고 군에서도 그렇다"고 비판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나토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 확대가 곧 미국의 방산 수출 확대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세계 무기 수출의 양대 산맥은 미국과 러시아입니다. 유럽 국가들이 군비 증강에 나설 경우 최대 수혜자는 미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방비 지출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미국 방산 수익도 따라서 증가하게 됩니다. 나토 국가의 방위비 지출 증가는 유럽 전선에서 미국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미국 산업 활성화까지 가져올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고'인 셈입니다.

한국, 2023년 기준 'GDP 대비 국방비 비중' 2.57%

훈련중인 주한미군 병사 (사진=연합뉴스)

유럽 국가들이야 그렇다 치고 우리에게는 어떤 여파가 있을까요? 나토의 방위비 문제가 언급될 때마다 우리나라도 바짝 긴장했던 걸 생각하면 이번 일도 남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나토만큼이나 우리나라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도 트럼프의 단골 주제였습니다. '한국 같은 부자 나라를 왜 우리가 지켜 주느냐'는 것으로 근본적으로는 나토와 같은 논리입니다. 하지만 이번 나토 방위비 지출 확대 요구를 우리나라에도 들이밀 경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그치지 않게 됩니다.

우리나라 국방비 지출이 많긴 하지만 GDP 대비로 따진다면 2023년 기준 2.57%로 트럼프가 이야기한 3%에는 한참 못 미칩니다. 2023년 한국 GDP 규모가 약 2천401조 원이었으니까 0.43%라고 해도 단순 계산으로도 10조 원 이상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2025년까지 적용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도 GDP 대비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늘리기로 했으니 이 부담 또한 덩달아 오르게 됩니다.

물론 회원국 일원으로서 미국이 다른 나토 국가들에게 같은 수준의 부담을 요구하는 것과 우리나라를 상대로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북핵 문제에 대응해 한미 동맹 강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미국이 국방비 증액을 요구해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일본의 군사적 야심과 동북아에서 자국의 군사 부담을 줄이려는 미국의 의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는 하지만 일본이 미일 동맹 차원에서 국방비 지출을 대대적으로 늘린 것도 그런 사례입니다.

유럽이 러시아 위협에 직면해 있다면 우리나라는 북한의 직접 위협과 함께 러시아와 중국의 간접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경제력 면에서도 웬만한 유럽 국가에 뒤지지 않습니다. 미국, 특히나 트럼프의 경우 주한미군의 비용을 이유로든, 동맹으로서 협력 확대를 이유로든 국방비 증액을 압박해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토에게 요구한 3%가 될지, 다른 선이 될지는 모르지만 대비할 필요는 있습니다. 특히 다음 미국 대통령에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트럼프가 임기 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을 들고 나왔을 때, 5배 인상 근거가 뭐냐는 우리 측 질문에 미국 측 대표들도 트럼프 대통령 발언만 언급할 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고 합니다. 늘 그런 건 아니겠습니다만 외교 무대에서 논리나 명분은 수사에 불과할 뿐입니다.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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