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아시아 주요국 중 최약체"…중국보다 더 떨어진 코스닥, 도대체 왜?

권애리 기자 2024. 8. 2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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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이달 초 세계 주요 증시에서 일어난 주가 폭락 이후에 뉴욕 증시 같은 곳들은 주가를 회복했잖아요. 그런데 우리 증권 시장은 상황이 너무 다른 것 같습니다.

<기자>

일단 코스피 좀 보면요. 이달 둘째 주의 주가 폭락 사태 이후로 가격을 일부 회복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올초로 가격이 되돌아갔습니다.

올초 이후의 상승폭이 1.28%에 그치고 있는 상태입니다.

코스닥은 더 합니다. 올초 이후로 무려 11.73%나 하락해 있습니다.

지금 세계의 웬만한 주요 증시 가운데 이렇게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는 증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코스닥의 올해 하락폭은 지난해 이후로 심각한 경기침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증시보다도 더 심한 수준입니다.

올해 들어서 24% 가까이 상승한 타이완 증시나 14% 가까이 오른 인도 증시와는 크게 비교가 되고요.

이달 둘째 주 세계적인 주가 폭락 사태를 불러온 원인 중에 하나를 제공한 일본도 곧바로 올초보다 14% 넘는 상승폭은 회복했습니다.

지금 한국 증시는 아시아에서 일정 규모 이상이 되는 경제의 주식시장 중에서 최약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앵커>

우리 증시가 이렇게까지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지만, 최근에 특히 부각되는 점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첨단기술산업의 방향타를 잡고 있는 인공지능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기대만큼 동참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입니다.

[박상현/iM증권 전문위원 : 미국의 AI와 전반적인 경기 호조의 수혜를 우리나라보다는 지금 다른 국가들이 더 많이 받고 있다… 지금 한국 증시가 'AI 사이클'에서도 약간은 소외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고요.]

AI 열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지난해 이후로 타이완과 우리의 대미국 수출을 비교하면 왜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좀 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20년 초의 우리나라와 타이완의 대미 수출 규모를 똑같이 100으로 놓고, 그 이후에 양국의 대미 수출 증가폭을 비교해 보면요.

반도체 수출이 주를 이룬다는 공통점이 있는 두 나라 모두 엇비슷한 증감 추이를 보이다가 갑자기 지난해부터 타이완의 수출 증가폭이 급격하게 커지기 시작합니다.

AI 반도체입니다.

지금 인공지능 개발 열풍의 이익을 첫 번째로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는 미국의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를 비롯한 여러 미국 대기업들이 타이완의 TSMC에 AI 반도체 실제 제조를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시피 하다 보니까 타이완의 대미 수출 규모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도 반도체가 중요한데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공급해 온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정도 외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AI 열풍에 본격적으로 동참하지 못한다는 인상입니다.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에 본격 공급이 임박했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지만요.

타이완의 대표 기업 TSMC가 AI 열풍 속에서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을 때 우리 대표 기업 삼성전자는 잠잠한 걸로 비쳤다는 게 올해 우리 증시가 힘을 내지 못하는 모습으로 연결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앵커>

대외 여건도 이렇게 만만치 않은데 내수가 부진한 것도 영향이 있다고 봐야 되겠죠.

<기자>

수출은 잘 된다고 하지만,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도 역시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올해 중국 증시보다도 하락률이 높았던 코스닥에는 내수 중심의 중소형 기업들이 많습니다.

국내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못하다 보니까 코스닥의 분위기가 좋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내수가 부진한데도 한국은행 총재가 지금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로 딱 짚어서 밝힌 부동산 대출 문제도 큰 걱정거리입니다.

서울 중심의 집값 급등세가 심상치 않고요.

안 그래도 이미 막대한 규모로 쌓여있는 가계대출이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보니까 기준금리를 내리기가 너무 부담스러운 상황인 겁니다.

게다가 이렇게 가계 대출을 많이 받아가고 나면, 이자를 내느라 소비를 잘 못하게 되죠.

내수 부진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다 보니까 결국 증시의 발목까지 잡습니다.

밖으로는 미래를 먹여 살릴 첨단 산업에서 우리 수출기업들이 뒤처지지 않고, 안으로는 가계 대출 증가는 막으면서도 내수가 살아날 수 있도록 시중에 돈이 돌게 해야 하는 동시에 달성하기 힘든 과제들에 우리 경제가 동시에 맞닥뜨린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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