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체포된 '러시아판 저커버그'…외교 갈등까지 번질 조짐?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8. 2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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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스프] 3분 안에 후루룩! 귀로 듣는 스프
텔레그램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CEO 체포 논쟁…'표현의 자유' 보루냐 '가짜뉴스 공장장'이냐

'비밀 메신저'로 유명한 텔레그램의 창업자이자 CEO인 파벨 두로프가 주말 사이 프랑스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AFP와 로이터, TF1 등 외신들은 파벨 두로프가 현지시간 24일 저녁 파리 외곽의 르부르제 공항에서 체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체포될 당시 두로프는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전용기를 타고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사관 중 한 명은 두로프가 자신이 수배자임을 알고도 파리에 온 사실이 놀랍다면서 "텔레그램이 아무 처벌을 받지 않고 넘어가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습니다.

두로프는 텔레그램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AFP통신은, 프랑스 경찰의 '미성년자 대상 범죄 단속 사무국'에서 사기, 마약 밀매, 사이버폭력, 조직범죄, 테러 조장 등에 대한 수사를 벌이다 텔레그램 최고경영자인 두로프를 해당 범죄의 "조정 대리자"로 간주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 출신으로 39살인 두로프는 형 44살 니콜라이와 함께 러시아판 페이스북으로 불리는 소셜네트워크 "프콘탁테"와 암호화 메신저 앱 텔레그램을 만들었습니다.

2006년 개발한 프콘탁테를 러시아와 동유럽권에서 최대 SNS로 키워내 러시아에서 손꼽히는 부호 반열에 오르며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사용자 정보를 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절하고 프콘탁테 지분을 매각한 뒤 2014년에 러시아를 떠났습니다. 이후 독일에 머물면서 2013년 출시한 텔레그램을 운영하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텔레그램은 암호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메신저로, 높은 보안성으로 인기를 끌며 세계적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두로프는 지난 3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2021년 5억 명이던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9억 명으로 늘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텔레그램은 강력한 보안을 토대로, 러시아, 이란, 중동, 홍콩 등에서 정부 탄압에 맞선 민주화 운동 세력의 소통 도구로 활용됐으나 최근에는 극단주의 콘텐츠나 가짜뉴스 확산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2021년 1월 6일 미국 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를 일으킨 극우 세력이 텔레그램을 통해 모였고 최근 영국을 뒤흔든 극우 폭력 시위 참가자들도 텔레그램으로 폭동을 조직한 것으로 지목됐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과 관련해서도 양측 모두 텔레그램을 통해 걸러지지 않았거나 자극적인 내용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인들이 애용하는 메신저로 꼽히는 가운데 다양한 사건에서 등장했습니다.

텔레그램 본사가 수사에 비협조적이라는 점을 악용하는 온라인 성착취범들은 텔레그램을 온상으로 삼아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서울경찰청은 26일, 텔레그램 기반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유포 사건으로 서울에서만 올해 10대 청소년 10명이 입건됐다고 밝혔습니다.

텔레그램 측은 프랑스에서 구금된 두로프가 "숨길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텔레그램은 성명을 통해 유럽연합 법을 준수하고 있다면서 "플랫폼 또는 플랫폼 소유자가 해당 플랫폼의 남용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IT 플랫폼 회사들이 단골로 쓰는 논리인데요, 어떤 사람들이 전화로 범죄를 논의했다고 해서 전화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주장입니다.

두로프의 신병 처리를 두고 프랑스와 러시아 간에 외교적인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두로프에 대한 러시아 영사의 접근권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프랑스가 협조를 거절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당국자들은 두로프가 체포된 것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으며, 일부는 이를 프랑스의 간접적인 적대 행위로 간주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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