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지역 비례로 뽑자” 파격 제안한 한은, 이유는
강남 교육 초과수요 없애지 않으면 앞으로 20년 또 부동산 문제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저는 수도권 부동산, 특히 강남 부동산에 대한 초과 수요가 상시 잠재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수요의 근저에는 입시경쟁이 깊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교육열에서 파생된 끝없는 수요가 강남 부동산 불패의 신화를 고착시킨 것입니다. 이 구조적 제약을 개선하지 않으면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는 지난 20년과 같은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이 대학 입시제도에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은 배경엔 부동산과 가계부채가 있다. 흔히 말하는 ‘대치동 사교육’이 대학 입시에 있어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 속에선 강남 부동산 가격을 구조적으로 잡을 수 없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없단 것이다.
이창용 총재의 발언을 따르면 한은이 제시한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사교육을 없애자는 얘기보단 사교육을 해체해 지방으로 분산하자는 얘기에 가깝다. 사교육과 그로 인한 금전적 부담도 문제지만, 이를 해결할 수 없다면 적어도 지방으로 분산이라도 시키자는 것이다.
이 총재는 2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열린 한은·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공동 심포지엄에서 “대치동 학원들이 지방으로 쭉 내려가고, 현재 대치동 학원으로 올라오고 있는 지방 고소득 집안의 학생들이 거기에 남아 있는 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도입하는 이유가 사교육의 분산과 이로 인한 강남 지역 부동산 수요 감소인 셈이다.
한은은 강남 사교육이 입시 성공에 유의미한 성과를 거둬왔다고 보고 있다. 한은이 발표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출신, 그 중에서도 강남 출신의 서울대 진학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2018년 서울 출신 졸업생은 전체 일반고 졸업생 중 16%에 불과하지만, 서울대 진학생 중에서는 32%를 차지했다. 강남 3구 출신 학생은 전체 일반고 졸업생 중 4%에 불과하지만, 서울대 진학생 중에서는 12%에 달했다.
이 총재는 “자녀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서울로, 그리고 강남으로, 주택 구입이 어려우면 전세로라도 진입하고자 한다”며 “이후 자녀들이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또 다음 세대가 똑같은 목적으로 진입을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초과수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아무리 보유세 등 세제나 다른 정책수단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 해도 집주인은 전세값 인상으로 전가하면 그만”이라고 덧붙였다.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을 입시제도로 본 셈이다. ‘입시제도 개편이 금리보다 근본적인 부동산 문제 해결책’이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는 고민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금리를 조정하는 것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을 더 효과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앞서 기준금리를 3.50%로 13연속 동결했다. 역대 최장기간 동결이다. 이후 대통령실과 정치권에서는 선제적인 인하가 없다며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에 “안타까운 것은 (금리 관련) 논쟁이 현 상황에서의 단기적인 최적 결정이 무엇인지에 치중했다는 점”이라며 “왜 우리가 지금 금리 인하를 망설여야 할 만큼 높은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빠지게 됐는지에 대한 성찰은 부족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금 입시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앞으로 20년 동안 계속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지금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되돌아보면 우리는 해가 날 때도 구조조정을 하기보다는 손쉬운 재정 및 통화정책을 통해 임시방편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고통이 수반되는 구조조정은 미뤄 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교수님들이 결단만 해주신다면 큰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나쁜 균형에서 벗어나는 단초를 제공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조적인 제약을 개선하려고 하지 않고 단기적으로 고통을 줄이는 방향으로 통화·재정정책을 수행한다면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는 지난 20년과 같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며 “이번 정부가 지난 20년의 추세를 처음으로 바꿔주는 정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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