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자본 공시, 기업의 강점이 나와야 한다
[편집자주] 최근 선진국에선 기업가치 결정 요인의 하나로 무형자산의 가치가 나날히 커지고 있다. 형태가 없는 무형자산은 대부분 사람과 관련된 것들이다. 때문에 이를 투자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인적자본 공시'가 급부상했다. 한국인 최초로 ISO 인적자본 공시 가이드라인 'ISO 30414' 심사원 자격증을 취득한 신경수 박사가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에 인적자본 공시에 대한 다양한 내용의 칼럼을 연재한다.
이 보고서에서는 최근 기업과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체형 형태로 인적자본애 대한 공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지표는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지만 인적자본에 관한 사항이 기업의 실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방법론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로 제기되었다. 그래서 제도 개정을 바탕으로 투자자로서 기업에 어떠한 정보의 제공과 공시를 요구하는지, 또 기업과 투자자 간에 어떠한 참여가 요구되는지에 대해 풍부한 사례와 함께 논점이 정리되었다.
우선, '투자자로부터의 관심사항'으로서 이하의 4개 사항이 거론되었다.
△이사회가 인적자본에 관한 주제를 어떻게 검토하고 평가하는가? 그들이 어떠한 정보에 주목하고 있는지, 어떤 모습을 인적자본의 바람직한 모습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인적자본이란 무엇이며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그것은 왜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되고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투자되고 있는가? 인적자본과 관련된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전략의 변경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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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자본과 관련한 위험과 기회, 이들에 대한 기업의 대응은 어떠한가? 그들의 우선순위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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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직원들의 공헌을 어떻게 측정하고 있는가? 직원들의 의견을 어떻게 고려하고 있는가? 투자자는 재무 관련 정보와 신뢰성, 투명성이 높은 지표 등의 더욱 더 많은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는가?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관점을 '지배구조와 경영'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 및 목표'의 4가지 범주로 정리하고, 각각에 대해 투자자가 요구하는 관점이나 정보를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 보고서에서도 인적자본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기업정보에 연결하여 설명해야 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비즈니스 모델' '전략과 목적' '사명' '비즈니스 환경' 등, 기업의 주요 요소 안에 인적자본과 관련된 항목을 통합함으로써 투자자의 이해를 촉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종업원에 관한 사항을 단순히 일문일답으로 공시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투자자의 이해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앞에서 서술한 투자자 포럼의 코멘트와 동일한 문제의식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용어의 정의로서 인적자본(Human Capital)에는 기업의 모든 노동자(entire labor force)의 지식, 동기, 스킬, 경험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리고 있다. 또한 인적자본관리(Human Capital Management)와 관련된 항목의 예로는 9 가지 항목을 들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특징적인 것은 인적자본의 보고에 대해 원칙주의는 불충분하며, 4개의 기초지표를 필수화 한 뒤 다른 지표와 조합한 '밸런스 어프로치'를 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필수 기초지표로는 '종업원수(풀타임 이외도 포함한다)' '총인건비' '이직율' '다양성과 통합' 등의 4가지 항목으로서 이것들은 정량적으로 비교가능하기 때문에 벤치마크가 가능한 항목으로 꼽힌다. 이러한 지표가 왜 중요한지, 어떻게 분석에 이용하면 좋을지도 각각 해설하고 있다.
그에 반해 원리주의에 근거한 지표란, 업계나 기업별로 별도 작성된 정성적이고 내러티브한 정보를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건강과 안전에 관한 데이터, 교육훈련이나 인재개발 프로그램, 종업원 몰입도, 인권과 노동자의 권리, 보상과 복리후생 등을 들 수 있다. 이 두 지표를 조합하여 보여줌으로써 투자자들이 기업의 전반적인 모습을 파악하고 기회와 위험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SEC가 2020년에 개정한 새로운 레귤레이션 S-K에 관해서는 이 규정에 따라 단발적인 데이터를 공시하는 것만으로는 기업의 비지니스 전략에 대해 인적자본이 하는 역할을 판단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직율에 대해서는 단순히 비율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연차 추이와 함께 그 배경정보를 기술하거나 혹은 데이터와 함께 과거의 변화에 대해서도 정성적으로 다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과 성장력을 측정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데이터는 비교 가능한 형태로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배경이 되는 기업의 비지니스 모델이나 전략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공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인식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서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다고 말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투자자 포럼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소개하고 있다.
"서술적이어도 좋다. 인재투자나 인적자본에 관한 각종 시책이 기업가치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고 그 성과를 이런 형태를 빌려 경영진이 모니터링 하고 있다는 설명을 원한다"
"이노베이션을 만드는 문화는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문화나 기업풍토는 공시만으로는 알 수 없다. 공시는 '계기 만들기'라고 생각한다. 공시내용에 대해 투자가가 관심을 갖고 있다면, 실제로 그 기업과 대화를 통해 더 이해하려고 할 것이다. 독특한 기업문화나 그것을 양성하는 구조에 대한 대화가 이런 방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도 투자자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투자자들의 목소리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이 금후 성장을 지탱하는 '자본'으로서 인재를 바라보고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측정하고 변화시키려고 하는지 등의 관점을 대화 속에서 확인함으로써 기업과 투자자 모두의 인식이 서로 밀접해지면서 추가성장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노동관행을 인적자본 데이터에 어떻게 반영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 보충하고자 한다.
'신입공채, 연공서열'이라고 하는 이른바 우리나라 고유의 고용관행의 견고함은 이전에 비하면 얇아지고 있지만 '정년퇴직'이나 '종합직/일반직'의 구분이라고 하는 고유의 제도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투자자가 우리의 노동관행이나 법제도에 밝으면 딱히 설명은 불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로벌 공통지표로서 인적자본에 관한 데이터가 공시되게 되면 그러한 숫자는 왜곡되어 투자자들의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예측되는 가운데 기업은 데이터가 가지는 의미까지 포함하여 설명해야 하며 동시에 미세한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대국적 관점에서 투자자에 대한 자사의 인적자본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영국과 미국에서도 투자자들이 인적자본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통일적인 기준이 정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고유의 노동관행이나 노동시장에 맞는 인적자본의 파악방법이나 공시 본연의 자세는 앞으로 만들어 가야하는 것이다.
단순히 글로벌 기준에 무리하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기업의 강점을 특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지표를 검토해 나가는 것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법적인 강제성이 부여되고 우리 기업들이 처음으로 일보를 내딛는 날이 왔을 때,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보다 유리한 인적자본의 공시로 연결해 갈 수 있는 한층 더 세련된 방법을 찾게 되기를 희망한다.
신경수 박사(지속성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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