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향 넣어도 탁주?… 주류업계 ‘酒도권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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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향료와 색소를 넣은 막걸리를 주세법상 '탁주'로 인정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통주 업계가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막걸리에 향료나 색소를 넣으면 탁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 '막걸리'나 '탁주'라는 이름을 제품에 쓸 수 없었다.
젊은 세대 취향에 맞춰 다양한 향료와 색소를 넣은 유사 막걸리를 생산해왔던 대형 주류업체들은 가향·색소 막걸리를 탁주로 인정하면 세금 부담을 덜고 더 다양한 제품 개발과 수출 확대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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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다양화에 도움”
세금부담 7분의 1 수준 줄어
세대·취향별 탁주 생산 도움
“전통주 품질 낮아진다”
향료만 넣은 저가 양산 우려
대량생산 살균주 稅혜택 반대
“막걸리 고유의 정체성을 흐트러뜨리는 일” vs “막걸리 세계화에 도움”
정부가 최근 향료와 색소를 넣은 막걸리를 주세법상 ‘탁주’로 인정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통주 업계가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막걸리에 향료나 색소를 넣으면 탁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 ‘막걸리’나 ‘탁주’라는 이름을 제품에 쓸 수 없었다. 젊은 세대 취향에 맞춰 다양한 향료와 색소를 넣은 유사 막걸리를 생산해왔던 대형 주류업체들은 가향·색소 막걸리를 탁주로 인정하면 세금 부담을 덜고 더 다양한 제품 개발과 수출 확대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 전통주 양조장들은 무분별한 가향·색소 막걸리 난립으로 오히려 국내 막걸리 시장이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안’을 통해 주세법 시행령을 완화, 향료와 색소를 넣은 술을 탁주로 인정하는 내용을 추진 중이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향료·색소를 넣은 막걸리의 세금 부담이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가령 향료·색소를 첨가한 750㎖ 막걸리 제품의 출고가가 1000원이라고 할 때, 현행 기타주류로 분류하면 세율은 과세표준의 30%가 적용된다. 과세표준은 제품 출고가격의 81.9%에 해당한다. 이럴 경우 붙는 세금은 246원이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라 같은 제품을 탁주로 분류하면 ‘종량세(용량 대비 세금)’를 적용받아 세금은 33원으로 기존의 7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다.
현재 탁주의 제조 원료는 녹말이 포함된 재료와 국(누룩), 물, 당분, 과일·채소류, 아스파탐 등의 첨가제로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그간 과일 향이 첨가된 제품들은 일반 막걸리에 비해 비싸게 판매됐다. 또 시중에서 판매되는 바나나, 복숭아 등 과일 맛을 내는 막걸리 제품들은 소비자들이 막걸리로 부르지만 정작 ‘막걸리’라는 표기를 쓰지 못했다. 세법 개정안을 추진 중인 기재부는 발표 자료에서 “탁주에 허용 가능한 첨가물 확대로 다양한 맛과 향 제품 개발과 생산을 지원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소규모 양조장을 운영하는 주류업체들은 이런 정부 정책이 막걸리를 포함한 전통주의 품질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과일이나 채소 같은 농산물 부재료를 넣지 않고 향료와 색소, 합성첨가제만 넣어 만든 저가 막걸리가 난립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막걸리에 들어가는 부재료가 저렴한 향료로 대체되면 우리 농산물 소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작은양조장협의회는 “수입쌀에 향료나 색소를 첨가해 대량 생산한 살균주에 막대한 세금 혜택을 줄 명분이 없다”고 했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막걸리 제조업체인 서울장수막걸리(서울탁주제조협회)도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전통주 업계의 의견을 기재부에 전달하는 한편, 주류업체 규모마다 의견이 갈리는 만큼 이를 논의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업체 규모별로 이번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찬반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주류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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