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 실패 딛고 재시도…기업형 장기임대, '전세' 대안될까
'규제 안 받으면 지원도 적게'…특혜 논란 고려해 사업모델 세분화
임대료 상승 우려는 넘어야할 산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정부가 기업이 집주인인 20년 장기임대주택 도입에 나선 것은 개인 다주택자 위주의 영세한 민간임대시장에 새로운 선택지를 놓기 위해서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임대차 시장은 공공이 20%(186만가구), 민간이 80%(658만가구)를 공급하고 있다.
민간임대시장에서는 등록임대가 144만가구, 비등록임대가 514만가구다.
비등록이 78%를 차지할 만큼 민간임대시장이 영세하다 보니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 공급이 부족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재고 변동성이 높아 전셋값 불안을 부를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하자 보수를 둘러싼 갈등도 커지는 상황이다.
일본, 미국의 민간임대시장은 정부 정책 지원과 안정적 수익처에 대한 기업의 투자 수요가 더해져 대규모 장기임대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은 2000년 임차인 보호 규제를 완화하고, J-리츠를 도입하는 등의 제도 개편으로 임대업 수익성을 높여 대형화 계기를 마련했다. J-리츠는 건설사가 임대주택을 지으면 리츠에서 매입하고, 운영은 부동산관리회사에서 맡는 형태다.
임대주택 상속세 최대 50%와 보유세를 감면(토지세 16%·건물분 50%)하는 세제 혜택도 부여했다.
현재 일본 임대주택의 60% 이상을 임대전문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과도한 임대료 규제와 세제 중과 탓에 규모 있는 임대전문기업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20년 장기임대주택 모델을 새로 도입해 임대료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세제 혜택도 주겠다고 발표한 배경이다.
정부가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활성화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에는 중산층에게 분양 아파트 같은 품질의 임대주택을 리츠 방식으로 공급하는 '뉴스테이'가 추진됐다.
뉴스테이는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8년간의 의무 임대 기간을 뒀다.
사업성 확보를 위해 의무 임대 기간과 계약 갱신 시 임대료를 5% 이내에서 올려야 한다는 제한을 빼고 모든 규제를 풀었다.
그러자 '고가 임대료' 논란이 제기됐다.
민간 건설사에 저리 대출과 기금 출자·융자 등 각종 지원을 제공하면서 임대료 규제를 두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뉴스테이의 명칭을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바꾸고, 임대료 규제를 되돌렸다. 초기 임대료를 시세의 95%로 제한하고,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의무 임대 기간은 10년으로 늘렸다.
사업성이 나빠진 상황에서 집값 급등기가 오자 공공지원 민간임대에 대한 기업의 관심은 차갑게 식었다. 분양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장기임대시장에 뛰어들 유인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 문재인 정부의 공공지원 민간임대의 실패 위에 정부가 이번에 다시 시도하는 게 '20년 장기임대주택'이다.
사업 모델을 자율형·준자율형·지원형 3가지로 나눠 임대료 규제와 정부 지원을 차등 적용한다. 임대료 규제를 많이 받을수록 정부 지원을 강화하는 구조다.
뉴스테이 때 불거진 특혜 논란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익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업계 요구에 따라 정부는 기존 10년 장기임대주택 사업자가 적용받는 임대료 규제를 없애고, 법인 중과세제 완화 혜택을 주기로 했다.
기존 10년 장기임대주택 사업자는 20년 장기임대 중 준자율형·지원형으로의 전환을 허용한다.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이 임대료 상승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는 정부가 넘어야 할 산이다.
SK디앤디의 '에피소드' 등 현재 기업이 운영하는 장기임대주택은 공용 와인저장시설, 음악·영상 감상실까지 갖출 정도로 고급화해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대체로 높다. 에피소드 용산의 경우 임대료가 타입에 따라 96만원에서 696만원 수준이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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