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으며 여행하고 싶었다” 10년 기획해 130일간 유럽으로 떠난 가족 [여책저책]

장주영 매경닷컴 기자(semiangel@mk.co.kr) 2024. 8. 2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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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여기어때 GS샵 등은 ‘가장 가고 싶은 해외여행지’라는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그 결과 각각 26.2%, 23.4%의 지지로 유럽권 국가에 대한 선호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올해의 경우 9~10월에 추석 명절 연휴와 개천절 한글날로 이어지는 황금연휴까지 연차 등을 활용하면 장기 휴가를 누릴 수 있어 더욱 관심을 받는 모양새입니다.

​‘여책저책’에서는 유럽에 대한 관심을 책으로 엮은 두 권을 소개합니다. 갈수록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주제를 정해 떠나는 여행이 늘고 있는데요. 이런 요즘 분위기에 맞춰 ‘호텔’을 중심으로 유럽 여행을 풀어낸 ‘유럽 호텔 여행’이란 책과 함께 책을 사랑하는 독서가를 위해 ‘책장’이란 소재를 바탕으로 유럽 24개국의 도서관과 책방 등을 둘러보는 ‘유럽의 다정한 책장들’이란 책을 전합니다.​​

​유럽 호텔 여행
박선영 | 모요사 출판사
사진 = 모요사 출판사
“와~”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기이한 건축물, 간판이 없어도 찾아가게 하는 압도적 맛집 등 최근 자신만의 관심사를 도장깨듯 순례하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술 이론을 공부하고, ‘하퍼스 바자’ ‘엘르 데코’ 등에 예술과 디자인 트렌드 등의 글을 기고해 온 저자 박선영은 어느 날 ‘호텔’에 물음표를 던졌다. “호텔을 주제로 여행하면 어떨까”라고 말이다.

​물론 어떤 이는 뭔가 거꾸로 된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자는 생각을 뒤집었다. 호텔에 머물기 위해 여행을 떠나겠다는 의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그렇게 수많은 나라와 그곳의 호텔을 다닌 끝에 27개의 호텔을 간추려 책으로 엮었다.

​저자가 호텔을 선택하는 기준도 흥미롭다. 헤밍웨이가 파리에 머물 때 묵었던 호텔처럼 좋아하는 작가를 추억할 수 있는 호텔을 선택하기도 하고, 예술 작품을 직접 구입할 수 있다거나 가구, 조명, 건축에서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호텔을 고르기도 했다. 이탈리아 귀족들의 저택이던 팔라초처럼 유서 깊은 곳이나 교도소, 수도원, 노동자 숙소처럼 쓰임이 다한 공간이 호텔로 변신한 공간도 찾았다.​​

이탈리아 베니스 아만 베니스 호텔 / 사진 = 아만 베니스 호텔

그중에는 조지 클루니가 신혼 밤을 보낸 베네치아의 아만 베니스처럼 일반인에게는 문턱이 너무 높은 럭셔리 호텔도 있었고, 파리 북역 앞의 호텔처럼 다음 날 기차를 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했던 곳도 존재했다.

​예술과 건축, 공예와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저자답게 여행 중 호텔에 비치된 소파, 샹들리에, 베드, 욕실의 어메니티 등 어느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았다. 게다가 요즘에는 호텔에 걸린 작품을 쇼핑할 수 있는 호텔도 생겼다. 특히 코로나 기간 동안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쳐 새롭게 문을 연 호텔들은 건축, 가구, 디자인의 최전선이라 할 만큼 요즘의 디자인 트렌드를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선택한 호텔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이 호텔을 선택한 저자의 동기와 끌림에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된다. 예전에는 무심코 보아 넘긴 호텔의 디테일에 새로운 호기심이 생기는 것이다. 무엇보다 책에 실린 호텔들의 아름다운 사진들은 눈으로 직접 보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디테일을 포착하고 있어서 호텔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벨기에 안트베르펜 아우구스트 호텔 / 사진 = 아우구스트 호텔
무엇보다 여행을 좋아하고, 최신 건축과 디자인 트렌드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대목이 적지 않다. 때문에 호텔리어나 호텔과 관련한 일을 하는 이들에겐 흥미와 재미를 넘어 매우 중요하고 특별한 인사이트를 줄 수도 있다. 가장 최신의 호텔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호스피탤러티 산업의 동향도 날카롭게 포착해 실었다.

​저자는 “낯선 도시에서 침대 곁의 흐린 조명을 켜고 잠시 포근했던 그 많은 시간들은 모두 수필이 되는 밤이었다”며 “호텔로 인해 여행지는 더욱 빛날 수 있고, 호텔에서 펼쳐지는 여행의 추억과 자신을 주연으로 한 이야기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유럽의 다정한 책장들
모모 파밀리아 | 효형출판
사진 = 효형출판
​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같은 책을 2권 산다. 하나는 독서용, 다른 하나는 비치용이다. 한 사람의 취향, 나아가 됨됨이를 알려면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살펴보라는 이도 있다. 책장의 쓰임이 의외로 다양한 듯 한결 같다.

​‘유럽의 다정한 책장들’을 쓴 저자 모모 파밀리아도 책을 너머 책장에 깊은 관심을 뒀다. 사실 책의 본질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니던 회사에 육아휴직을 냈다. 작가인 엄마와 삼성 반도체 연구원인 아빠는 10년에 걸쳐 기획한 여행을 실행에 옮겼다. 5학년, 2학년이 된 두 아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이해시키기 위해 잠시 멈추어 가는 용기를 냈다. 이후 130일 동안 유럽 24개국의 책장을 여행했다. 유럽의 다정한 책장 곁에서 그들이 얻은 건 책에 대한 애정을 넘어 세상을 보는 통찰과 가족애였다.

​저자 모모 파밀리아는 엄마 박윤미, 아빠 정인건과 정준모 정모건 두 아이가 함께하는 애칭이다. 가족이라는 본질을 되새기며 Family의 어원인 라틴어 ‘파밀리아(Familia)’에, 두 아이 이름의 ‘모’를 가져다 지었다.

사진 = 효형출판
이렇게 가족애로 똘똘 뭉친 저자는 유럽 24개 나라의 역사를 간직한 위대한 도서관은 물론 구도심 한편의 소박한 책방들을 찾아 나섰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책이라는 주제가 주어지면 충분히 소통할 수 있었다. 언어의 장벽을 가뿐히 넘으니 인연은 물 흐르듯 이어졌다. 책장 여행이 책 너머의 사람을 향한 이야기로 나아간 이유다. 이탈리아 로마 카사나텐세 도서관 사서와의 일화, 포르투갈 국민 동화 작가와의 우연한 만남 등 다채로운 인연은 책장 여행기의 감초 같은 에피소드다.

​이 책은 유럽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해준다. 오랜 기간 준비한 여행인 만큼 저자가 방문한 책장들은 그 이름만 들어도 여행 욕구가 샘솟는다. 해리포터가 탄생한 포르투갈 포르투의 렐루 서점을 비롯해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에스토니아 탈린의 중앙 도서관, 몬테네그로 비하치의 공립 도서관 등 저마다 역사·문화적으로 의미 깊은 책장들이 등장한다.

포르투갈 포르투 렐루 서점 / 사진 = 픽사베이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다가간 유럽의 책장들은 여행자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저자의 여행을 보고 있자면, 책장 곁의 사람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지녀야 할지 깨닫게 된다. 아울러 책장의 기능과 역할, 책의 본질, 책의 앞날에 관한 이야기로 가지를 뻗어 나간다. 작가가 곳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책장 사진들도 풍성하게 수록했다. 아울러 아이들의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과정이 담긴 ‘생각거리’도 실었다.

​저자는 “문해력을 외면하자 늘어난 건 무례와 불통과 인간성 상실이다. 더 이상 인간은 서로 말하지 않고, 이해하지 않으며, 마주하지조차 않고 있다”며 “책의 숨은 목적은 활자 너머로 타인의 생각을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소통에 있다. 읽는 건 책일지 몰라도 궁극으로 읽고 이해하려는 것은 사람”이라고 책, 그리고 소통의 중요성을 전했다.

※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출판사도 좋고, 개별 여행자의 책도 환영합니다.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 에세이나 포토북까지 어느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알리고 싶다면 ‘여책저책’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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