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에···나미비아, 코끼리·하마 잡아 고기 배급

김희진 기자 2024. 8. 2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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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헌법적 의무에 부합하는 조치”
코끼리와 기린 무리가 짐바브웨의 황게 국립공원 내 물웅덩이에서 코끼리 사체 근처를 걷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나미비아 정부가 코끼리를 포함한 야생동물을 잡아 식량위기에 처한 주민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도태 조치를 결정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나미비아 환경부는 전날 성명에서 이런 계획을 밝히면서 동물 수가 방목 가능한 토지와 물 공급량을 초과한다고 판단되는 공원 및 보호구역에서 도태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도태 대상은 코끼리 83마리를 포함해 하마 30마리, 버팔로 60마리, 임팔라 50마리, 누우 100마리, 얼룩말 300마리, 일런드 100마리 등 총 723마리다. 정부와 계약을 맺은 전문 사냥꾼 업체가 이미 157마리를 사냥해 5만6800㎏ 이상 고기를 생산했다. 고기는 가뭄에 시달리는 주민을 위한 구호 프로그램에 할당된다.

환경부는 “나미비아 국민의 이익을 위해 천연자원을 사용한다는 헌법적 의무에 부합하는 조치”라며 “당국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극심한 가뭄에 인간과 야생동물 간 갈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야생동물 서식지가 있는 아프리카 국가 정부는 종종 개체 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구호 등 목적을 위해 도태를 결정하고 사냥을 허용한다. 나미비아를 비롯해 짐바브웨, 잠비아 등 남아프리카 5개국에 걸친 보호 구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끼리가 서식하는 곳으로 20만 마리 이상이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엘니뇨(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현상) 여파로 아프리카 남부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특히 나미비아는 지난달 식량 비축량 84%가 고갈됐고, 인구 절반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심각한 수준의 식량 부족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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