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다수 직군 ‘차등임금’ 업체, 동일임금 요구 직원들에게 패소

장예지 기자 2024. 8. 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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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년간 동일 임금을 요구하며 싸웠던 3500여명의 영국 의류 소매업체 넥스트(Next) 전·현직 직원들이 법정 다툼에서 승리했다.

영국 고용심판원의 이번 판단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직무의 직원들이 그렇지 않은 직무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데 대한 차별을 인정한 것이다.

영국 전역에 466개 매장을 두고 있는 넥스트는 앞서 두 직군의 임금 차이는 창고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더 어려운 점을 반영한 "시장 가격"을 적용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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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형 소매업체인 넥스트(Next) 매장. 런던/EPA 연합뉴스

지난 6년간 동일 임금을 요구하며 싸웠던 3500여명의 영국 의류 소매업체 넥스트(Next) 전·현직 직원들이 법정 다툼에서 승리했다. 영국 고용심판원의 이번 판단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직무의 직원들이 그렇지 않은 직무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데 대한 차별을 인정한 것이다.

영국 비비시(BBC)와 가디언 등은 고용심판원이 여성 비율이 더 높은 매장 판매 업무 직원들에게 남성이 다수인 창고 직원보다 낮은 시급을 지급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판결했다고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고용심판원은 노동분쟁을 심판하는 사법기관으로, 부당해고와 차별, 임금삭감 등 노동법과 관계된 다양한 사안을 심리하며, 1심 법원 역할을 한다. 이번 판결로 6년 전인 2018년 소송을 제기했던 3540명은 이 기간 받지 못했던 임금 등 모두 3000만파운드(약 528억원)를 보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대리인단은 밝혔다.

2018년 이 회사 직원 헬렌 스카스브룩 등은 창고에서 일한 남성 직원들보다 자신들이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스카스브룩은 2012년부터 창고 직원보다 낮은 임금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을 보면, 2012∼2023년 넥스트의 매장 담당 직원의 77.5%는 여성이었고, 창고 운영자의 52.75%는 남성이었다.

재판부는 넥스트의 매장과 창고 업무 간 임금 격차는 “비용 절감과 수익 증대”를 위한 기업의 노력 때문에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넥스트가 차등적인 임금을 정하는 과정에서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성별에 따른 영향은 없어, 성별 자체를 이유로 한 ‘직접적 차별’은 없었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넥스트가 한쪽 직군의 낮은 임금이 성별에 기반한 차별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진 못했고, 이 임금 정책으로 특정 집단이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간접 차별’이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영국 전역에 466개 매장을 두고 있는 넥스트는 앞서 두 직군의 임금 차이는 창고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더 어려운 점을 반영한 “시장 가격”을 적용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넥스트가) 간접 차별을 정당화할 만큼의 강력한 사업상 필요는 없었다”며 “이런 방식으로 시장의 힘을 ‘트럼프 카드(으뜸패)’로 사용하는 건 간접 차별 관행으로 특정 직군의 낮은 임금을 합법적 형태로 영구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 대리인 엘리자베스 조지 변호사는 “여성이 지배하는 일자리가 남성이 지배하는 일자리보다 임금은 적지만 노동은 동일한 경우, 고용주는 단순히 그 일자리의 시세일 뿐이라며 여성에게 더 적은 임금을 지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넥스트는 즉각 항소할 계획을 밝혔다. 이번 판결은 민간 부문에서 재판소 결정까지 나온 최초의 동일임금 집단 소송으로, 소매업체를 상대로 진행 중인 유사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넥스트 노동자 사건을 대리한 로펌 리 데이는 이번 판결이 아스다와 테스코, 세인즈버리, 모리슨, 코업 등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을 상대로 유사한 소송을 진행 중인 11만2000명 직원에게도 “큰 격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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