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텔레그램 CEO 체포…러 "범죄 증거 없으면 정치 사건" 경고

정혜인 기자 2024. 8. 2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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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궁 "증거 제시 못하면 '정치적 사건'으로 간주",
하원 의장 "대선 앞둔 미국이 '두로프 체포'의 배후"…
일론 머스크, '두로프 석방' 온라인 지지 행보 동참
24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체포된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CEO /AFPBBNews=뉴스1


러시아가 러시아 출신 파벨 두로프(39)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를 체포한 프랑스를 향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이번 체포를 정치적 사건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내놨다.

27일(현지시간) CNBC·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프랑스에 두로프 CEO의 체포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프랑스의 체포) 혐의는 실제로 매우 심각하다"며 두로프 CEO가 받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제시되지 못한다면 프랑스의 체포가 통신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직접적인 시도이자 협박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는 여전히 두로프 CEO를 (러시아) 시민권자로 간주하고 있다"며 "그에 대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에 태어난 두로프 CEO는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UAE)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UAE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사건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프랑스 관리들에게 두로프 CEO에 '긴급한 방식'으로 외교적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2013년 텔레그램을 설립한 두로프 CEO는 지난 24일 전용기로 프랑스 루브르에 공항으로 입국하다가 체포됐다. 프랑스 검찰청은 조직범죄, 마약 밀매, 사기, 미성년자 음란물 배포 등의 혐의로 지난달 8일 두로프 CEO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두로프 CEO 체포 직후 성명에서 그에 대한 체포 결정은 정치적 조치가 아닌 독립적인 수사의 일환이라며 "프랑스는 언론의 자유를 위해 깊게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일론 머스크 X 계정
머스크도 '두로프 지지'…러시아 "서방의 정치적 보복…미국이 체포 배후"
러시아 측은 프랑스의 이번 조치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한 미국, 유럽 등 서방의 정치적 보복이라고 주장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4월 "유럽 안보의 가장 큰 위험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며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은 이번 체포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볼로딘 하원의장은 "사실 두로프를 체포한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며 "텔레그램은 많은 국가에서 운영되는 동시에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몇 안 되는 인터넷 플랫폼 중 하나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는 미국 대선 전날 텔레그램을 장악하는 게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러시아 현지 언론도 두로프 CEO를 체포한 프랑스를 비판하며 이번 체포가 러시아를 압박하려는 미국, 유럽 등 서방의 정치적 행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일간지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텔레그램에 대한 이번 타격은 러시아에 대한 타격이 될 수 있다. 두로프 체포로 서방 정보기관은 텔레그램의 암호화 키를 입수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다른 매체인 모스코브스키 콤소몰레츠는 "두로프가 (이번 체포로) 프랑스 정보기관에 복종해야 한다면 텔레그램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도구가 될 수 있다. 텔레그램 채팅에는 매우 중요하고 전략적인 정보가 엄청나게 많이 포함돼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의 한 정치 분석가는 "두로프에 대한 이 모든 비난은 터무니없어 보인다"며 "그의 플랫폼(텔레그램)에서 발생한 모든 범죄에 대해 그를 비난하는 것은 프랑스에서 벌어진 모든 범죄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을 비난한 것과 같은 논리"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소셜 미디어인 X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두로프 CEO를 지지했다. 머스크 CEO는 두로프 CEO가 혁신과 언론의 자유를 선포한 X를 칭찬하는 영상을 공유하며 두로프 CEO의 석방을 촉구하는 '#freepavel' 해시태그를 달았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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