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광복절 기미가요 논란에 “일반 관객은 인지하기 어려워, 일제 미화NO” [전문]
[뉴스엔 이민지 기자]
공영방송 KBS가 기미가요 논란에 다시 한번 해명했다.
KBS는 광복절인 지난 8월 15일 KBS 1TV 'KBS 중계석'에서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 녹화분을 방영, 기모노 차림의 출연진 모습과 배경음악으로 쓰인 기미가요를 그대로 내보내 논란이 됐다.
시청자 민원이 폭발했고 수신료 거부 움직임까지 거세게 일었다. 이에 KBS와 KBS 박민 사장이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싸늘한 눈초리는 가시지 않고 있다.
KBS는 27일 시청자 청원에 장문의 답변을 남겼다.
KBS 측은 "시청자 여러분에게 불편함과 걱정을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방송 후 제작과 방송 경위, 편성 과정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했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KBS는 '나비부인' 방송을 통해 일제를 찬양하거나 미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나비부인' 내용을 소개했다.
또 "KBS가 전문가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기미가요 선율은 오페라가 시작된 이후 20분 뒤 처음 나온다. 결혼식 장면에서 남자배우의 독백 대사에 반주로 9초 동안 사용됐다. 그 이후 6초 동안 두 마디 선율이 배경 음악으로 변주돼 나온다"며 "관련 전문가는 푸치니가 기미가요의 원곡을 서양식 화성으로 편곡해 사용했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은 대체로 인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KBS는 "'나비부인'은 당초 7월 편성됐다가 올림픽 중계 때문에 연기돼 광복절에 방송됐다"고 강조하며 " 'KBS 중계석'은 그동안 '나비부인'을 이번 방송일 전에 이미 모두 4차례 방송한 바 있다"고도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고 확인하지 못한 채 광복절에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3.1절, 6.25, 광복절, 한글날, 설날 및 추석 등 계기성 있는 시기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사전심의를 더욱 강화하고 내용을 더 자세히 살펴 시청자께서 불편함과 걱정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KBS 중계석 -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 시청자 청원에 대한 답변 전문
KBS는 79주년 광복절인 지난 8월 15일 일본의 기미가요 선율이 일부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송함으로써 시청자 여러분에게 불편함과 걱정을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방송 후 제작과 방송 경위, 편성 과정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했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KBS는 공연예술 중계 프로그램인 'KBS중계석'에 푸치니의 명작 오페라인 '나비부인'이 편성·방송된 경위에 대해 시청자께 자세히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1) KBS는 '나비부인' 방송을 통해 일제를 찬양하거나 미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나비부인'의 시대적 배경은 서구 열강이 19세기 후반에 일본을 강제로 개항시키면서 게이샤들을 상대로 한 국제 결혼이 사회 문제화되었던 시기입니다. 이 오페라는 일본에 주둔한 미국인 장교의 현지처가 된 게이샤가 결국 자식까지 빼앗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의 오페라를 방영한 것이 일제를 찬양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2)기미가요는 변주돼 반주와 배경음악 등으로 사용됐습니다.
KBS가 전문가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기미가요 선율은 오페라가 시작된 이후 20분 뒤 처음 나옵니다. 남녀 주인공 결혼식 장면에서 남자배우의 독백 대사에 반주로 9초 동안 사용됐습니다. 그 이후 6초 동안 두 마디 선율이 배경 음악으로 변주돼 나옵니다. 푸치니는 당시의 일본 사회상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기미가요의 원곡을 변형해 사용했습니다.
관련 전문가는 푸치니가 기미가요의 원곡을 서양식 화성으로 편곡해 사용했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은 대체로 인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3) '나비부인'은 당초 7월 편성됐다가 올림픽 중계 때문에 연기돼 광복절에 방송됐습니다.
아울러 '나비부인'은 당초 광복절에 편성되지 않았습니다. 'KBS 중계석' 제작진은 지난 6월 29일(토) 예술의 전당에서 녹화했고 기존 녹화 순서에 따라 방송일을 7월 31(수)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2024 파리 올림픽 중계방송으로 방송이 2차례 결방되면서 당초 방송일보다 2주일 뒤인 8월15일 0시에 방송하게 됐습니다. 올림픽 중계는 사전에 방송 일정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경기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므로 정규 편성이 결방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결국 방송 날짜가 순연되면서 예기치 않게 광복절에 방송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KBS 중계석'은 수준 높은 문화 공연물을 그대로 녹화 방송하는 교양프로그램으로 KBS심의실의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고 제작진이 제작부터 방송까지 책임지는 ‘제작진 위임심의’로 분류돼 있습니다. 하지만 담당 제작 PD가 이번 작품을 제작해 편성에 넘긴 뒤 8월부터 안식년에 들어가면서 방송을 앞두고 같은 제작 부서 및 편성 부서와 방송 내용에 대해 공유하지 못했습니다.
'KBS 중계석'은 공연물을 그대로 녹화 방송하고 심야에 편성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실무진들이 제작과 편성을 사실상 결정하고 방송해 왔습니다.
특히 'KBS 중계석'은 그동안 '나비부인'을 이번 방송일 전에 이미 모두 4차례 방송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고 확인하지 못한 채 광복절에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3.1절, 6.25, 광복절, 한글날, 설날 및 추석 등 계기성 있는 시기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사전심의를 더욱 강화하고 내용을 더 자세히 살펴 시청자께서 불편함과 걱정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또한 공영방송의 역할과 책임을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며 그 의무를 충실히 수행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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