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통관리'가 뭐길래…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들 왜 반발하나
사업자들 반발…지역 간 대규모 송전선로 조기건설 추진
(나주=뉴스1) 박영래 기자 = '계통관리'라는 생소한 용어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확히는 '계통관리변전소'다. 정부가 205개 계통관리변전소를 지정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사태의 본질과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호남, 동해안, 제주 등 205개 계통관리변전소 지정
28일 한전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호남, 동해안, 제주 등 205개 변전소를 계통관리변전소로 공개하고 안내 중이다.
계통관리변전소로 접속하려는 신규 발전설비에 대해서는 전력망 준공 이후인 2032년 이후에 접속할 경우에 한해 조건부로 허가를 내주고 있다.
다시 말해 해당 지역에서 9월부터는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기를 한전의 전력계통망에 보내야 하는데 이를 허가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광주·전남 103곳과 전북 61곳 등 호남지역 164곳 변전소 모두 여기에 포함돼 호남은 9월부터 2031년 12월까지 7년 4개월간 사실상 발전 허가가 중단된다.
◇"시설 용량 포화 상태…계통불안정 확산 우려" 한전과 산업부가 호남과 제주지역을 중심으로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한 배경에는 시설용량이 포화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현재 호남지역의 경우 약 1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상업운전 중에 있으며, 앞으로도 이미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32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호남지역 계통에 추가 연계될 예정이다.
호남지역 재생에너지 설비는 꾸준히 증가해 2031년 말까지 약 42GW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호남지역은 이미 발전 중인 설비와 2031년까지 발전 예정인 설비 외에 추가로 발전설비가 진입할 경우 해당 지역 계통 불안정은 물론, 전국적인 계통 불안정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고 출력제어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 수요-공급 엇박자…수도권 연결 송전선로 건설 지지부진
근본적인 문제는 전력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호남이나 제주지역의 경우 기존의 발전설비에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크게 늘면서 전력 생산은 넘쳐나고 있지만 반도체 제조공장 등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사용처는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해 있다.
그 때문에 호남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에 공급하는 대규모 송전선로(융통선로) 구축이 시급하지만 곳곳에서 주민민원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와 한전은 현재 호남지역 계통 부족과 계통 불안정 해소 차원에서 지역 간 대규모 송전선로의 조기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송전·변전설비 건설과정에서 인허가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의 비협조로 인한 건설지연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호남지역에서도 다수의 지연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이같은 사례가 반복된다면 계통보강 지연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에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발전사업자들 "기후 위기 대응에 역행" 반발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를 포함해 시민단체 등은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처사"라면 강하게 반발했다.
광주시의회는 27일 성명을 내고 "한전과 산업부는 재생에너지 신규 허가 중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시의회는 "정부의 이번 조치는 광주를 비롯한 호남·제주 지역의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을 사실상 7년간 멈추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한다"며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지역사회의 발목을 잡고 광주시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좌절시키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광주에너지전환네트워크도 지난 19일 광주 북구 오치동 한전 광주전남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에 '계통 통제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향후 7년 4개월 동안 신규 발전소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2045년까지 광주의 탄소중립 실현 계획에 철퇴를 내린 것이다"며 "기후 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태양광 발전 죽이기'로 규정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관련 지자체와 지역주민들께서는 이러한 한전의 변전설비 등 전력설비 적기 건설이 지역발전과 지역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전폭적인 이해와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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