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저임금 '1만원 시대'…여전히 힘겨운 서민들

원용희 가처분소득정책연구소장 2024. 8. 2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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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vs 신입사원 연봉 '9천만원'
대기업 성장의 그늘엔 서민들의 피땀 어린 희생 있어
"정부는 '이윤 추구' 기업과 달라야…'서민 정책'이 핵심"
"민생지원금 '25만원' 정책, 실행해야"
연합뉴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70원 오른 1만30원으로 확정됐다.

마침내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왔지만, 그간 '최저임금 1만 원' 구호를 외쳐왔던 노동계는 올해를 포함 최근 3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을 밑돌아 실질임금이 감소한 탓에 이를 크게 반기지 않고 있다.

물론 최저임금 심의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한 불만의 소리가 나오지만, 이미 최저임금이 최대임금이 되어버린 저임금 노동자의 삶과 사회적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데 있어 최저임금만 한 정책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매년 이루어지는 최저임금 협상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던 사측도 불만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측을 대변하는 일부 언론들은 자영업 폐업자가 100만 명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최저임금 1만 원'시대는 자영업 폐업자를 대량 양산하고, 물가 인상을 주도하는 원흉이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부 대책들을 요구하기도 한다.  

최저임금 '1만원' vs 신입사원 연봉 '9천만원'


그런데 최저임금 협상 기간만 되면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모든 언론과 기관 및 단체들이 저소득 자영업자들과 저임금 노동자들을 진정으로 걱정하고 아끼는 인도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이들은 내수와 수출, 환율과 물가 등 최저임금에 보다 많은 영향을 미치는 상관 관계의 문제들은 모두 감춰버리고 오로지 저임금 노동자들과 저소득 사업자들 간의 생존 싸움으로만 몰아간다.

한편에선 '현대차 임금협상 최고금액 타결'이라는 뉴스도 들려온다. 이로 인해 '현대차의 신입사원 연봉 총액이 9천만원에 이른다'는 소식을 평범한 노동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 나라의 경제 주체가 정부, 기업, 가계라는 사실을 우리는 경제교과서를 통해 배워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60년대부터 산업화와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수출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지속해 고도성장을 이루어왔다. 그 과정에서 가계는 많은 희생을 강요 당하면서도 국가 발전이라는 당위와 낙수효과라는 미명 아래 기꺼이 그 고통을 감내해왔다.

하지만 선진국으로 진입한 오늘날, 성장은 더뎌지고 물가는 높아지며 서민들의 실질소득은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버렸다.

환율이 높으면 수출 기업들은 더 많은 수익을 낸다. 반면 90% 가까이 수입에 의존하는 내수시장에서는 물가상승이 일어나고 이에 따라 서민 가계의 실질소득은 줄어든다.

"정부는 '이윤 추구' 기업과 달라야…'서민 정책'이 핵심"


스마트이미지 제공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한 각국의 분쟁, 기후 재난 등으로 해외 원자재 물가가 폭등하면 수출기업들을 위해 높은 환율을 유지해 온 국내 물가는 고스란히 폭탄을 맞는다, 최저임금이 170원 올라 가파른 물가상승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현대자동차가 최고금액으로 임금협상을 타결하고, 임직원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1달러당 1400원에 육박하는 고환율로 인한 물가 폭등과 이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를 감내해내고, 또 대기업 직원들의 원가절감 노력 덕분에 저소득과 저임금에도 시달려야 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저임금 근로자 등의 피땀 어린 희생이 있었던 것이다.

기업은 이윤추구가 최고의 목적이다. 이윤이 되는 곳에만 투자한다. 따라서 현대자동차의 임금협상 결과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정부는 달라야 한다. 점점 작아지는 내수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며 살아가는 90% 대다수 서민들이 정책 대상이어야 하고, 그들의 가계 가처분소득 증대가 정책 목적이어야 한다.

서민 가계의 실질소득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소비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내수시장이 활성화되는 선순환의 대책이 계속 만들어져야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정부는 이미 효력이 없어졌다고 국제적으로 판명이 난 '낙수 효과'를 들먹이며 법인세 최고구간 3% 인하 등 대기업들의 이익 증대를 위한 대책에만 몰두하고 있다.

"민생지원금 '25만원' 정책, 실행해야"


반면 국민 대다수인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하고 국회에서 통과시킨 '민생지원금 25만원' 관련 법률에 대해서는 재정 악화를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9일 집권하면 트럼프가 재임 중 35%에서 21%로 대폭 낮춰놓은 법인세율을 28%로 인상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는 근로자들의 납세 부담을 줄이고 억만장자와 대기업들이 응당 감당해야 할 몫을 지불하게 하는 재정적으로 책임 있는 방안이라고 대변인을 통해 설명했다.  

근로자들의 납세 부담은 줄이고, 억만장자와 대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몫을 당연히 지불하게 하는 것. 이것이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정부는 가계의 소득을 높여 내수시장을 활성화할 정책 능력이 없다면, 사회 부조 성격의 '민생지원금 25만원' 정책이라도 실행해야 한다.

이를 지역 화폐나 상품권 형태로 지급해 모두 사용하게 하면 '승수 효과'를 일으켜, 얼어붙은 내수시장에 군불을 지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이제 정부 정책의 중심축을 서민가계로 이동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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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희 가처분소득정책연구소장 ycbyun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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