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컴 안 써도 돼···옛날 야구가 좋다” 변화구 마스터·볼배합 천재의 예상치 못한 답변 [SS잠실in]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의외였다. 절묘한 변화구와 볼배합으로 승부하는 기교파 투수라 당연히 피치컴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 알았다. 경기에 앞서 준비도 많이 하는 만큼 피치컴을 통해 더 빠른 투구 템포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전혀 다른 답을 건넸다. 자신은 “옛날 야구가 좋다”며 앞으로도 포수의 손가락을 통해 사인을 받겠다고 했다. 피치클락이 정식 도입이 돼도 템포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이전 방식을 고수할 뜻을 전했다. LG 선발 임찬규(32) 얘기다.
3연속경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활약과 함께 정상궤도에 올랐다. 임찬규는 지난 27일 잠실 KT전에서 6이닝 3안타 3볼넷 6삼진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시즌 8승째를 거뒀고 평균자책점을 4.53에서 4.28로 낮췄다. 8월에 치른 5경기 중 4경기가 5이닝 이상. 3경기가 6이닝 이상이다. 지난 9일 잠실 NC전(2.2이닝 7실점)을 제외하면 커리어 하이였던 지난해 모습으로 돌아간 8월이었다.
그만큼 안정적이다. 미리 짜놓은 볼배합을 정확히 실현하듯 마운드를 지킨다. 속구·컷패스트볼·커브 순서로 던지며 점점 구속을 낮추다가 반대 순서로 구종을 배합해 점점 구속을 올리기도 했다. 속구·커브·체인지업 스리피치 이미지가 강했는데 컷패스트볼을 더해 포피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기 후 임찬규는 “5, 6년 동안 고민하면서 훈련한 공인데 이제 조금 감이 오는 것 같다”고 자신의 네 번째 구종을 소개하면서 “어떻게 보면 컷패스트볼이고, 어떻게 보면 슬라이더다. 올해 새로운 그립을 잡고 있다. 엔스 선수의 그립을 참고했다. 그리고 힘을 주거나 던지는 느낌은 에르난데스에게 도움을 받았다. 디테일하게 가면 던지는 느낌에 따라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시즌 초반부터 감독님께서 주문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매년 이 공의 구종 가치가 마이너스였다. 빠르지 않고 꺾이는 각도가 크지도 않았다. 오늘은 운도 작용한 것 같다. 무엇보다 아직 상대 타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계속 던지다 보면 맞을 날도 올 텐데 그때는 또다시 배합을 바꾸고 비율을 맞춰보겠다”고 설명했다.
네 번째 구종을 구사하는 타이밍과 관련해서는 “상대가 커브를 노리는 타이밍에 던진다. 높은 존에 이 공을 던지면 커브를 생각한 타자들 타이밍이 늦는다. 배정대 선수 같은 경우는 내 커브와 체인지업을 모두 잘 치는 타자다. 이런 타자에게도 이 공을 던지고 있다. 실제로 오늘 삼진도 잡았다”고 돌아봤다.
최근 참 변화가 많은 야구다. 임찬규도 변화에 맞춰 진화했다. 트래킹 데이터가 대중화되면서 보다 깊이 있게 자기 투구를 연구했다. 터널링 개념을 완벽하게 인지해 절묘한 볼배합을 펼친다. 기교파 투수로서 머리싸움을 통해 타자를 잡는 법을 안다.
그런데 피치컴에 대해서는 예상하지 못한 답을 했다. 임찬규는 ‘스타일상 당연히 피치컴을 직접 쓰면서 볼배합을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아직 쓰지 않고 있다’는 말에 “모르겠다. 솔직히 나는 ABS도 그렇고 피치 클락도 그렇고 피치컴도 그렇고 다 잘 모르겠다. 딱히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옛날 야구가 좋다. 예전처럼 포수에게 사인받아서 던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이유도 있었다. 자신만의 투구 템포였다. 임찬규는 “피치컴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간혹 잘 안 들려서 멈추고 글러브를 귀에 댄다. 나는 그 순간 내 템포가 깨질 것 같다”며 “NC전이 그랬다. 내 템포로 던지지 못했다. 점수차가 많이 난다고 템포 무시하고 빠르게 속구만 던지다가 최악의 투구를 했다. 평소 내가 했던 것처럼 변화구도 섞고 다양하게 던져야 하는데. 그렇게 안 하니 엉망이 되더라. 내가 잘하는 것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임찬규는 “어차피 준비를 해도 경기 중 90% 이상 포수 사인대로 간다. 예전에 (유)강남이랑 했을 때도 그랬다. 정말 자신이 없는 공을 사인 내지 않으면 포수 사인을 따라갔다”면서 “피치 클락을 해도 투구 시간에는 문제가 없다. 그래서 그냥 예전처럼 할 것 같다. 이게 더 편하다”고 미소 지었다.
마지막으로 임찬규는 특유의 재치로 자신 만의 호투 법칙도 전달했다. “나는 공이 빠르면 안 된다. 147, 148㎞가 나오는 날은 위험하다”며 “구속이 잘 나오면 체인지업 실투가 많아진다. 최근처럼 최고 구속 145㎞. 평균 142㎞ 정도가 딱 좋다. 제구도 잘 되고 체인지업도 잘 떨어진다. 던지면서 지치지도 않는다. 가볍게 툭툭 던지다가 필요할 때 세게 던지는 게 내 투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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