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철트리오 "힘들 때 손흥민 경기로 힘 얻어…헌정곡 써봤죠"
'데뷔 15주년' 재즈 트리오…"영감 얻으려 늘 새로운 자극 찾아다녀요"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작업이 잘 풀리지 않고, 힘이 들 때마다 손흥민 선수가 축구하는 모습에서 힘을 얻곤 했어요. 손흥민 선수의 멋진 모습을 보는데 헌정곡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윤석철)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의 모습을 재즈로 표현한다면 어떤 음악이 탄생할까.
또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시골 시장에서의 옛 추억, 숏폼 영상에 빠져 시간을 빼앗기는 현대인들의 일상은 어떻게 음악으로 담아낼까.
윤석철트리오(윤석철, 정상이, 김영진)가 28일 정오 발매하는 정규 앨범 '나의 여름은 아직 안 끝났어'는 재즈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입문서 같은 작품이다.
세 멤버는 신선한 소재에 끌려 앨범을 감상하고 나면 재즈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안내할 자신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윤석철은 "재즈를 잘 모르는 10∼20대가 재즈에 입문할 수 있는 앨범이 되었으면 한다"며 "우리 음악에 흥미를 느낀 분들을 더 딥(deep)한 재즈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연인 사이의 사소한 차이가 점차 벌어지는 과정을 다룬 타이틀곡 '너와 나는 같은 걸 보고 있었어'를 비롯해 일상의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10곡을 수록했다.
손흥민에게 헌정하는 '소니 네버 겟츠 블루'(Sonny never gets blue)는 유명 재즈곡 '웬 서니 겟츠 블루'(When Sunny Gets Blue)와 손흥민의 별명인 '소니'에서 제목을 떠올렸다.
윤석철은 "제목처럼 손흥민 선수는 우울해하는 일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목표를 쟁취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하며 "손흥민 선수는 곡을 썼다는 사실을 모르겠지만, 한 번만 들어보시면 좋겠다"고 팬심을 숨기지 않았다.
시장에서의 추억을 그린 '오일장'에서는 냄비 뚜껑을 두드리는 소리로 상인들이 내는 쇠붙이 소리를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숏폼 영상에 빠진 현대인을 위한 곡 '쇼츠하이'에서는 화면을 위로 끌어 영상을 전환하는 동작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윤석철은 "각각의 곡이 특정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구성은 아니다"라며 "앨범 전체를 들어보면 신나게 시작했다가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 트랙에서는 앨범 제목과 동명인 12분짜리 곡으로 여름을 떠나보내기 싫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베이스, 피아노, 드럼 독주가 릴레이로 이어지며 각자의 여름을 음악으로 풀어낸다.
윤석철은 "나이가 들수록 여름철마다 건강한 신체로 놀러 다니는 모습을 부러워하게 된다"며 "원래 여름을 싫어했는데, 저도 여름을 즐거워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제목에 담았다. 달리 보면 청춘을 이대로 보내기 싫다는 마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올해로 데뷔 15주년을 맞은 윤석철트리오는 활동에서 쌓은 추억을 바탕으로 끈끈한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드러머 김영진은 초창기 공연에 얽힌 기억을 생생하게 묘사해 다른 멤버들을 놀라게 했다.
윤석철은 "소속사 없이 활동하던 시절, 녹음 전날 합숙하며 힘을 내보자는 뜻에서 술을 많이 먹고 잠들었다가 정작 녹음이 별로라 다시 녹음한 적이 있었다"며 "그때 재녹음한 노래로 소속사도 생겼고 방송도 출연하게 됐다. 만약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다시 녹음할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며 추억을 돌아봤다.
베이시스트 정상이는 "연주하거나 평소 리허설하기 전에 각자의 근황을 이야기하는 순간이 항상 재미있다. 녹음하려고 만나면 한 시간은 이야기하고 시작할 정도"라며 웃었다.
세 사람은 솔로 연주자로 저마다 경력을 쌓기 시작하면서 트리오 초창기에 비해 함께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솔로 활동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트리오 활동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윤석철은 "데이식스 원필 씨와 작업하며 좋은 인상을 얻었고, 국악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아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며 "트리오 활동 공백기 동안 늘 새로운 자극을 찾아다니며 영감을 얻고 있다"고 했다.
이번 앨범으로는 기존 대표곡 '즐겁게, 음악.'과 '여대 앞에 사는 남자'를 넘어서는 인기를 누리는 것이 목표다. 이들은 앨범 작업에 공을 들인 만큼 하반기에 있을 공연에서도 새로운 인상을 남기겠다는 각오다.
"10년 전에 나온 노래인데도 공연하러 가면 (관객들이) 두 곡을 꼭 들려달라고 말씀하세요. 사람들에게 아는 곡을 남겼다는 사실이 행복하지만, 이번 앨범을 계기로 그 노래들을 대체하고 싶습니다."(윤석철)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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