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파 첼리스트 이원해 "진짜 낭만주의 음악 들려 드릴게요"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30대의 낭만주의는 학창 시절 이론으로 배웠던 낭만주의와는 많이 달라요. 이번 공연은 제가 체득한 음악적 경험을 낭만주의에 녹여서 보여드리는 무대가 될 겁니다."
실력파 첼리스트 이원해(33)가 다음 달 8일 예술의전당에서 낭만주의 대표 작곡가 슈만과 쇼팽, 라흐마니노프를 주제로 리사이틀을 연다.
'치유의 피아니스트'라고 불리는 최형록과 함께 낭만주의 대가들의 작품을 톺아본다. 슈만의 '환상소곡집'과 쇼팽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사단조', 라흐마니노프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사단조'를 연주할 예정이다.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일원으로 활동하는 이원해는 프랑스 파리국립고등음악원과 네덜란드 헤이그왕립음악원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석 졸업한 천재형 연주자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프랑스 페이드라루아르 국립 오케스트라에서 첼로 부수석으로 지내며 프랑스 낭만주의 사조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공연을 2주가량 앞두고 한창 맹연습 중인 이원해를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배우고 부딪히면서 체득한 진짜 낭만주의 음악을 팬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어 직접 공연을 기획하고 최형록도 섭외했다고 한다.
이원해는 "낭만주의 음악을 연주하면서도 제가 한 표현들이 진짜 낭만주의가 맞는지 항상 고민하고 있다"면서 "제가 진짜 체득하고 경험한 것들을 낭만주의 음악에 녹여보자는 생각에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대 대부분을 유럽에서 화려하게 보낸 이원해가 지난 2020년 돌연 귀국해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에 입단한 것도 진짜 음악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악기들 소리에 묻혀 제소리를 내지 못하는 오케스트라보다는 첼로와 바이올린, 비올라 등 3가지 현악기로만 구성된 현악사중주단에서 자신만의 진짜 음악을 추구하고 싶어서였다. 2007년 결성된 노부스 콰르텟은 현재 이원해를 포함해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 김영욱과 비올리스트 김규현이 소속돼 있다.
이원해는 "여러 연주자가 있는 오케스트라는 연주가 틀리더라도 다른 연주로 보완이 된다"면서 "반면 현악사중주는 보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독주를 하는 것처럼 자기 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오케스트라로 활동하다 갑자기 현악사중주단으로 옮기면서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음정이 획일화되지 않은 현악기 특성상 다른 연주자들과 음정의 합을 이루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원해는 "막상 프로 현악사중주단에 와보니 4명의 현악기 연주자가 하나의 음정에 맞춰서 연주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3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편안하게 음정을 맞춰가며 연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원해는 2021년 12월부터 삼성문화재단의 후원으로 베네치아 첼로 제작자 마테오 고프릴레르의 1715년산 첼로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3주기 추모 음악회에서 사용했던 첼로다.
매년 미국 뉴욕까지 가서 점검받아야 할 정도로 까다로운 악기지만, 첼로가 지녀야 할 모든 덕목을 갖춘 악기라서 전혀 아깝지 않다고 한다. 이원해는 "올드 악기의 고풍스러운 울림의 특징과 함께 현대 악기와 같은 직선적이면서 풍부한 저음도 갖춘 악기"라며 "처음에는 연습만 해도 몸살이 날 정도로 힘든 악기였지만 지금은 너무나 편한 악기"라고 소개했다.
그런 이유로 사용 기한이 만료될 때까지 이 첼로로 최대한 많은 연주회를 하고 싶다고 했다. 당장 9월 8일 공연을 마친 뒤 10월에 서울 명동성당에서 바흐를 주제로 리사이틀을 열 예정이다.
이원해는 "다방 면에서 믿을 수 있는 연주를 하는 첼리스트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제가 원하는 때까지 꾸준히 연주를 할 수 있도록 헬스와 달리기, 축구를 통해 체력을 기르고 있다"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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