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이휘소 틀렸나?…280일 암흑물질 사냥 또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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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국과 논문의 공통점은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내놓는 결과라는 점입니다.
우주의 26.8%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누구도 그 존재를 관측하지 못한 '암흑물질'이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다.
하지만 암흑물질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 데다 빛을 반사하지도 않아 누구도 그 실체를 실제 관측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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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곰국과 논문의 공통점은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내놓는 결과라는 점입니다. 누구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포장한 게 '3분 요리'라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정리한 게 '3분 곰국(거꾸로 읽어보세요)'입니다
우주의 26.8%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누구도 그 존재를 관측하지 못한 '암흑물질'이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다. 암흑물질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윔프(WIMP)'를 찾아 나선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가 검출기 감도를 훨씬 높인 두 번째 실험에서도 윔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LBNL 연구팀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등지에 열린 국제물리학회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른바 '럭스-제플린(LUX-Zeplin) 실험'을 이끈 샴카우르 가그 영국 유니버시티컬리지런던 물리천체학부 교수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만약 윔프가 실제로 존재했다면 (우리가 보유한) 입자 검출기에 틀림없이 잡혔을 것"이라며 윔프가 실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우주에서 사람이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물질은 극소수다. 표준우주론에 따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dark matter)이 전체 우주에너지의 26.8%를 구성한다. 하지만 암흑물질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 데다 빛을 반사하지도 않아 누구도 그 실체를 실제 관측한 적이 없다. 다만 암흑물질로 추정되는 여러 후보군이 제시됐는데, 윔프(WIMP)가 그중 가장 유력한 후보 물질이다.
한국 물리학자인 고(故) 이휘소 박사가 1977년 처음 제안한 물질인 윔프는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라는 뜻이다. 질량이 약 100기가전자볼트(GeV)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지만, 최근 이보다 질량이 훨씬 가벼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윔프는 빛을 포함한 다른 물질과 전혀 상호작용하지 않아 관측이 매우 까다롭다. 1998년 이탈리아 그랑사소연구소가 초속 수백 킬로미터(km) 속도로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윔프를 관측했다고 밝혔으나 다른 연구팀과의 교차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정설'이 되진 못했다.
LBNL 연구팀은 이전 실험에서 질량 30GeV의 입자를 발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실험에서 검출기의 감도를 5배 이상 높였음에도 윔프의 존재를 입증할만한 입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윔프의 질량이 당초 예상했던 100GeV이나 이전 관측이 이뤄진 30GeV보다 훨씬 낮을 수 있다고 보고, 9GeV 정도의 입자까지 검출할 수 있도록 감도를 개선했지만, 윔프로 추정되는 입자가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2023년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280일에 걸쳐 관측한 데이터를 공개하며 "이전보다 더 약한 신호까지 잡아낼 수 있는 감도임에도 윔프 신호를 검출하지 못했다는 건 윔프의 존재 가능성을 더 낮추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사이언스'는 "이번 실험에서도 윔프를 찾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암흑물질을 설명할 또 다른 가설을 찾아야 할 수 있다"고 평했다.
국내에서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이 강원 정선에 위치한 지하실험실 예미랩에서 윔프의 존재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소중호 예미랩 지하실험연구단 책임기술원은 27일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암흑물질을 규명하기 위해 세계 각지의 연구팀이 다양한 탐색 기술을 동원해 검증하고 있다"며 "여러 연구팀의 실험을 통해 의견이 일치할 경우 '과학적 발견'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그전까지는 (LBNL의 연구도) 여러 가능성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LBNL의 연구를 이끈 가그 교수 역시 '사이언스'에 "아직 윔프를 발견할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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