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끝에 도망쳤던 엄마…경찰 도움으로 40년 만에 딸 만나

유영규 기자 2024. 8. 28.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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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에 못 이겨 집에서 도망 나와야 했던 70대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40년 만에 친딸을 만난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연을 들은 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는 그가 기억하는 가족의 인적 사항을 통해 큰딸 B 씨의 주소지를 파악했는데, 40년이 지났지만 A 씨는 딸의 주민등록번호를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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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중부경찰서에서 40년만에 모녀상봉

가정폭력에 못 이겨 집에서 도망 나와야 했던 70대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40년 만에 친딸을 만난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27일 대전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오래전 실종신고 돼 사망 처리됐던 A(71) 씨를 발견해 지난 25일 딸 B(48) 씨와의 상봉식을 마련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1984년 무렵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살다 남편의 반복되는 의처증과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도망 나온 뒤 40년을 연고 없는 대전에서 홀로 살았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가출 당시 A 씨에게는 8살, 6살 난 두 딸이 있었는데, 이후 남편은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A 씨를 찾아다니다 5년 만에 사고를 당해 41살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아가 된 B 씨와 동생은 친이모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성장했습니다.

A 씨를 기다리다 집을 떠난 지 10년 만에 가출 신고를 했고, 5년간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던 A 씨는 법원의 실종 선고로 사망자 처리가 됐습니다.

A 씨는 이후 대전에 살던 지인의 도움으로 구멍가게에서 일하며 최근까지 홀로 생활해 왔는데, 한순간도 두 딸을 잊은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딸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싶어 살던 집 근방을 찾아가기도 하고, 친정 근처까지도 간 적이 있지만, 남편에 대한 두려움과 범죄 트라우마로 번번이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수년이 흐른 뒤 동사무소에 서류를 떼러 갔다가 우연히 본인이 사망 처리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가족을 찾으려는 마음을 접었고, 사회로부터도 숨어 지내게 됐습니다.

A 씨는 도망칠 당시 유일하게 챙겼었던 딸의 육아일기를 간직하며, 딸들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29일 A 씨가 일하고 있는 가게 안에서 손님과 시비가 생겼다는 112신고가 접수됐고, 출동한 경찰이 A 씨의 인적 사항을 조사하다 사망자라는 사실을 파악하게 됐습니다.

사연을 들은 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는 그가 기억하는 가족의 인적 사항을 통해 큰딸 B 씨의 주소지를 파악했는데, 40년이 지났지만 A 씨는 딸의 주민등록번호를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조심스럽게 경기 안산시에 거주 중인 B 씨를 찾아가 엄마의 사연을 전달했고, B 씨가 상봉에 화답하며 모녀가 40년 만에 재회하게 됐습니다.

A 씨는 "경찰로부터 딸의 이야기를 듣고 그날 밤 집에서 나와 만세를 불렀다"고 밝혔습니다.

B 씨는 "엄마를 원망하는 마음이 전혀 없었고, 이제라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다"고 오열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사회복지팀과 연계해 성대결절 등 지병을 앓는 A 씨가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조치했습니다.

백기동 대전중부경찰서장은 "실종선고 후 30년간 사망자로 간주돼 의료 및 복지혜택도 받지 못한 채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 살아온 A 씨의 사연이 안타까웠다"며 "가족 상봉에 그치지 않고, 실종선고 취소 청구 및 가족관계등록부 회복 절차를 도와줄 계획이며 긴급생계비, 긴급 주거지원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대전 중부경찰서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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