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부담되는데 어쩌죠"…투자 전문가의 '깜짝' 조언 [인터뷰+]
"AI와 반도체 호황 이제 시작"
"우상향 시장 레버리지도 대안…상품 구조 이해는 필수"
"인공지능(AI)이 바이오, 로봇 등에서 활약할 전망을 고려하면 'AI 반도체 슈퍼 사이클'은 이제 시작입니다."
오민석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운용본부장(사진)은 지난 26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AI 산업 발전은 이제 초입에 불과해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엔비디아 가이던스, 시장 예상치 밑돌면 주가 하락할 수 있어"
최근 AI 기술이 발전하며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자 대장주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세가 무섭다. AI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는 최근 경기 침체 우려에 100달러 아래까지 밀리기도 했지만, 다시 130달러선까지 오르며 전고점(140.76달러)에 다가서고 있다.
오 본부장은 엔비디아에 대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내비쳐지며 그간 소외됐던 중소형주, 부동산, 소비재 관련주가 급등한 반면 엔비디아 등 빅테크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며 "고용지표가 둔화하며 경기 침체 가능성이 대두된 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가 발표된 고용 지표가 긍정적으로 해석되며 다시 엔비디아처럼 펀더멘털(내재가치)이 좋은 주식으로 시장의 자금이 돌아왔다"며 "장기적으로 엔비디아의 성장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28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엔비디아는 앞서 5분기 연속 시장의 예상을 큰 폭으로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발표했지만, 이번엔 이같은 호실적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 본부장은 "엔비디아 실적은 견조하겠지만, 앞서 실적을 발표한 빅테크들의 주가 흐름을 고려하면 엔비디아의 가이던스(전망치)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 본부장은 개별 종목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도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개별 종목 분석에 자신 있는 투자자들은 종목에 투자하면 되지만, 이는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며 "ETF는 전문 운용 인력이 일정 주기마다 포트폴리오를 새로 구축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개별 종목을 분석하지 않고도 반도체 사이클의 업사이클(호황)에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관련 대표 지수로는 엔비디아, TSMC, AMD, 브로드컴, 퀄컴 등 대표 기업 30개로 구성된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꼽을 수 있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매수하면 반도체 설계(팹리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메모리 등 반도체 전반에 투자할 수 있는 셈이다.
2021년 4월 출시된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ETF는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추종한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중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관련 상품은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 뿐이다. 이 ETF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한다.
국내 상장된 ETF에 투자하는 건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오 본부장은 강조했다. 국내에 상장한 해외주식형 ETF는 매매차익과 분배금(배당) 모두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 반면 해외 증시에 상장한 ETF는 주식으로 취급해 매매차익에 대해 연 250만원 공제 후 양도소득세 22%를 내야 한다. 분배금의 경우 15.4%의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 일례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ETF 중 인기 상품으로 꼽히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SOXL)'로 차익을 실현한 국내 투자자는 국내 ETF 투자자보다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레버리지도 장투 가능…올인 지양하고 적립식 투자해야"
반도체 업사이클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에 장기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오 본부장은 귀띔했다. 그는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있어 레버리지 ETF는 단기 트레이딩 상품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나스닥이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처럼 지수가 우상향하는 경우 레버리지는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투자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부터 2023년까지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는 약 1000%, 나스닥100 지수는 800% 올랐다. 이를 기반으로 한 레버리지 지수는 각각 3800%, 4000%가량 급등했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의 작년 연간 수익률은 171.2%로 국내 상장된 ETF 중 1위를 차지했다.
다만 레버리지 상품은 변동성이 커 유의해야 한다. 레버리지 ETF는 하루 등락률을 추종하기 때문에 지수 등락이 반복되기만 해도 원금 손실이 커질 수 있다. 레버리지 ETF는 일반 ETF에 비해 보수율도 상대적으로 높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의 보수는 연 0.58%다.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오 본부장은 "레버리지 상품에 올인하지 말고, 꾸준히 여윳돈을 가지고 적립식으로 매수하는 게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투자자는 레버리지 상품을 매입하기 전 정확한 상품 성격과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본부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수리과학을 전공했다. 이후 한국투자공사(KIC) 채권운용팀에서 일을 시작해 2013년 키움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는 2016년 2월에 합류해 계속 글로벌 ETF 운용을 맡아왔고 2022년 글로벌 ETF운용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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