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낡고 지친 톱니바퀴에게 [강다윤의 프리뷰]

강다윤 기자 2024. 8. 2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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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국이 싫어서' 리뷰
영화 '한국이 싫어서' 포스터. / (주)디스테이션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오늘도 똑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당신이라면.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의 계나(고아성)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 2015년 출간된 장가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계나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그렇게 그려지는 계나의 일상은 평범하다. 인천에서 강남까지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환승해 2시간이 걸려 출근한다. 상사는 점심 메뉴로 그다지 달갑지 않은 동태탕을 고르더니 불합리한 일까지 강요한다. 지친 몸을 이끌고 겨우 돌아온 집은 춥고 싸늘하다.

계나의 하루하루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 밥그릇 하나마저 우리네 식탁에서 익숙한 것들이다. 비록 재개발을 앞두고 겨우 모은 적금을 깨달라는 엄마가 있더라도, 7년이나 사귄 남자친구의 가족들이 은근히 무시하더라도. 특별하지 않은 풍경이다. 조금 상냥하지 않을 뿐.

하지만 계나가 떠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일상이 행복하지 않아 '한국이 싫어서'.

추운 한국을 떠난 계나는 따뜻한 뉴질랜드로 향한다. 첫날밤 쉽게 잠 못 이루던 계나는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고, 인종차별을 겪기도 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며 천천히 적응하기 시작한다. 그런 계나의 뉴질랜드 생활은 한국에서의 일상과 교차되며 묘한 감상을 부른다.

사실 계나의 뉴질랜드 일상조차 특별하지는 않다. 분명 계나로서는 여러 큰 일을 겪지만 각종 판타지와 로맨스, 히어로에 익숙해진 관객으로서는 그저 그럴 뿐이다. 한층 성장한 청춘일지언정 행복을 손에 쥔 것 같지도 않다. 계나의 곁에는 여전히 고민이 함께한다.

이렇듯 영화는 많은 이야기를 던지지만 뚜렷한 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되려 나라면 어떨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질문과 궁금증, 의문을 안긴다. 하루하루 행복하고 명확한 삶의 목표가 있다면 무책임하고 답답한 이야기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당신이 쳇바퀴 같은 오늘을 살고 있다면, 번아웃을 경험하고 무기력하다면.

계나를 그리는 고아성이 멋지다. 조금은 단조로운 이야기에 계나의 불안과 설렘 그리고 우울과 기대를 사르르 녹여낸다. 주종혁은 감칠맛을 더하고 김우겸은 현실감을 선사한다.

28일 개봉. 상영시간 107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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