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역사 기억" 광주시 TF 결성 1년 4개월 됐지만…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광주시가 일제 강제동원 역사를 기억하고 피해자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구성한 협의체가 지난 1년간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4월 4일 일제 강제동원 대일항쟁 정신 계승을 위한 협의회(TF)를 출범했다. 협의회는 민간 단체와 학계 관계자, 전문가, 언론인 등 8명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광주에 사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과 대일항쟁 정신계승사업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대일항쟁 역사 자료 보존,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장소로 활용될 역사관 건립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출범 시기는 우리 정부의 '제3자 변제'가 가장 논란이 되고 있던 때였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3월 6일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 지원재단'을 통해 판결금(1인당 1억원 또는 1억50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내용의 해결안을 발표했다.
피해자들에게 지급할 판결금 재원을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등 가해 일본 기업이 재단의 판결금 재원 조성에 직접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강기정 시장은 당시 출범식에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안의 문제점을 누구나 알고 있고,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지난 시간 문재인 정부가 노력한 것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며 "광주시는 피해자 명예회복과 인권 증진에 더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광주시의 적극적인 대응에 하루 빨리 수장고와 역사관 건립이 될 것처럼 보였지만 지난 1년새 '제3자 변제'를 비롯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화력이 사그라들자 TF도 자연스레 뒷전이 됐다.
<뉴스1> 취재 결과 지난해 4월 4일 TF 구성을 위한 첫 회의 이후 올해 3월 19일 2차 회의 등 총 2차례의 만남만 진행했을 뿐 1년 4개월 간 어떠한 성과도 내지 못했다.
광주시 역시도 강제동원 TF가 수장고나 역사관 건립에 대해 진취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는 사안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시의 재정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가 난감하고 특히 수장고나 역사관 건립 등에는 큰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당장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 2차 회의에서 역사관 건립에 있어 '강제동원' 하나의 콘텐츠가 아닌 '의병'이나 '독립운동', '전방·일신방직' 등 광주시의 다른 역사적 사실을 망라하자는 아이디어가 제시됐는데 이에 대한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운휴 건축물 등이 있을 경우 이를 활용해 역사관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면적 등 여건이 맞지 않아서 내부적 검토에 그쳤다고 답변했다.
사회적 분위기가 사그라들어 사업 진행에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고도 해명했다.
시 담당자는 "최초 TF 결성 때처럼 사회적 분위기가 달아올라 있고 형성이 되어있으면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을텐데 요새 관심이 준 상황에서 시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일 수가 없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제동원 역사관 건립의 필요성을 항상 느끼고 있고 시도해보려고 노력 중이지만 방식과 콘텐츠에 대한 정보가 미비해 진행이 더뎌지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국언 사단법인 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는 "자료의 보존도 물론 중요하지만 궁극적 목적은 역사적 진실이 후대로 기억·계승될 수 있도록 전시와 교육시설을 갖춘 역사관을 건립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기억투쟁', '기억계승투쟁' 기능을 해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최근 친일역사쿠데타 논란 등이 있었다"며 "역사의 진실을 밝히며 정의회복을 위해 노력해 온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끈질긴 투쟁을 바탕으로 한 역사관 건립은 일본의 역사도발이 심화되고 국내 국가 정체성이 새롭게 위협받고 있는 지금 시기에 더욱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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