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변기 600번 닦다 관절염…인천공항 청소 노동 신입 줄퇴사
“요즘 같은 피서철이면 더 정신없어요. 화장실을 이용하는 공항 이용객이 많으니까요.”
지난 5일 오전 10시. 인천공항 청소 노동자 민아무개(65)씨는 붉은색 고무장갑을 낀 손에 수세미를 들고 연신 양변기를 닦았다. 양변기 겉과 안을 닦은 민씨가 기다란 솔을 꺼내 왔다. 화장실 악취를 줄이려면 손이 닿지 않는 배수트랩까지 닦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씨는 “이용객이 양변기를 사용한 직후엔 냄새도 나고, 미처 내려가지 않은 변도 있어서 힘들다. 하지만 이용객이 있으면 청소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사용 직후라도 바로 청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씨는 약 30분 동안 꼬박 고개를 숙인 채 양변기 8대를 닦았다.
양변기 청소를 마친 그는 손에 분무기로 에탄올을 ‘칙칙’ 뿌렸다. “고무장갑을 끼고 계속 일하다 보니 손에 땀띠가 나거나 습진이 생겨요. 양변기와 소변기 모두 세균이 많아서 2차 감염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서 신경을 쓰고 있어요.” 굽은 허리와 다리를 제대로 펼 틈도 없이 시간을 확인한 그는 곧장 다른 화장실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민씨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인 인천공항운영서비스 소속 청소 미화 노동자다.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에 있는 약 20m 길이의 화장실 두곳이 그의 일터다. 아침 7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50m 거리에 위치한 화장실에서 그는 소변기 23대, 양변기 22대, 세면대 8대를 쉴 새 없이 닦는다. 민씨는 이날 오전 근무시간 동안 화장실 두곳을 8차례 오갔고 약 8천보를 걸었다. 민씨와 동료들은 미리 정해진 오전, 오후, 야간 근무조에 따라 주 5일 매일 8.5시간씩 근무한다. 민씨는 이곳에서 일한 지 5년이 넘었다.
청소 노동 특성상 목, 손, 손목 등을 반복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민씨도 다른 청소 노동자처럼 관절염을 앓고 있다. “입사 초기에는 관절통 때문에 다음날 일하기 어려울 정도였다”며 “지금은 그냥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산업보건협회의 2023년 근골격계 부담 작업 유해요인 조사 결과 보고서는 “화장실 청소작업(약 4.5시간)동안 목은 아래로 구부러지는 자세를 취하게 되며, 세면대와 소변기, 대변기를 청소하는 허리는 대부분 구부러지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며 근골격계에 부담을 주는 작업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019년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와 건강한노동세상이 함께 조사한 ‘인천공항 노동자 노동조건 및 작업 강도 평가와 교대제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청소 미화 노동자(조사 인원 511명)의 97.1%는 질환 자각 증상과 통증을 경험했다고 호소했다. 350명(68.5%)은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증상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이 고되지만, 실제 청소 미화 노동자들의 정원 1100명이 채워진 적은 거의 없다. 현재 일하고 있는 노동자도 적정 근무 인원보다 약 10% 적다. 신규 사원을 채용해도 절반가량은 극심한 업무 강도 때문에 퇴사한다. 올해 초에도 111명 신규채용 공고를 올렸지만 73명만이 응했고, 이마저도 20여명이 퇴사해 현재 남은 사람은 50명도 안 된다. 2020년부터 2023년 9월까지 인천공항 자회사 3곳의 2년 이내 신입 사원 퇴직자 비율은 25%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공항은 올해 10월 4단계 확장 구간 개장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고 공항’이라는 수식어로 인천공항이 몸집을 불리는 모습을 보는 노동자들은 암담하기만 하다. 노동자들은 4단계 구간이 개장하면 인천공항의 연간 여객 수용 능력은 7700만명에서 1억600만명으로 37.7%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관리해야 할 면적도 106만2천㎡에서34만7천㎡ 늘어난다.오명훈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직부장은 “4단계 확장 구간 설계도를 보면 우리가 새로 맡아야 하는 화장실과 샤워실이 228개로 추산된다”며 “이를 인력 충원 없이 청소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조는 인천공항 4단계 구간이 확장되면 청소 노동자 250명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공사 쪽은 개장을 두달 남겨둔 지금까지 인력 충원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공사 쪽은 통상적으로 개장 6개월 전엔 인력 충원 계획을 발표했다. 한 자회사 관계자는 “이전의 공항 시설 확장은 정규직 전환 전 이뤄져 인력 충원이 좀 더 유연했지만, 자회사 체제로 정규직 전환 뒤에는 그런 여지가 줄어드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노조 쪽은 인력 충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 시달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순정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환경지회장은 “지금도 인원보다 일이 많다. 공항에서는 업계 최고 대우를 한다는데, 사실은 ‘업계 최고 노동 강도’”라며 “이런 상황에서 인력 충원 없이 4단계 구간을 개장하면 우리한테 죽으라는 것”이라고 했다. 노조는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지난달 30일과 지난 13일 두차례 경고파업을 했다. 사쪽이 인력 충원에 응하지 않을 경우 노조는 추가 파업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공사 쪽은 “4단계 운영이 본격화되는 2025년 자회사 위탁계약은 올해 10월 중 이뤄지기 때문에 인력 충원 계획이 지금 당장 나올 수 없다”며 “다만 각 자회사에서 지난주에 인력을 추가로 채용할 수 있도록 2024년 위탁계약 변경을 요청해왔고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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