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낸 소설가 정유정 "새로운 시도…재미없단 말 가장 두려워"

김용래 2024. 8. 28.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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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로맨스·미스터리 버무린 장편 '영원한 천국' 출간
10년간 암 투병 사실도 공개…"완치 판정 후 머리도 길렀어요"
'영원한 천국' 펴낸 정유정 작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장편소설 '영원한 천국'을 펴낸 소설가 정유정이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yongla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늘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거든요. 독자들에게서 에너지를 많이 얻는 편인데 재미없다는 말이 가장 두려워요."

발표하는 작품마다 폭넓은 팬덤을 형성해온 '스릴러의 여왕' 정유정 작가가 SF와 미스터리, 로맨스가 버무려진 신작을 들고 3년 만에 다시 독자들을 찾아왔다.

신작 '영원한 천국'을 출간한 정 작가는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이번 작품이 "용기가 필요한 새로운 시도"였다면서 "혹시나 재미없다는 말을 들을까 봐 항상 두렵다"고 털어놨다.

장편소설 '영원한 천국'은 전작인 '완전한 행복'(2021)에 이은 욕망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다. 흔히 '악의 3부작'으로 불리는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에서 인간의 본성에 도사린 악과 정면으로 대결했던 작가는 이제 인간의 끝 간데없는 없는 욕망에 칼을 들이댔다.

작품은 과학의 발전으로 인류의 욕망을 점점 더 쉽고 간편하게 성취할 수 있는 근미래가 배경이다.

소설엔 가상 세계 '롤라'를 활용해 의뢰자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일인칭 가상극장 '드림시어터'를 만드는 설계자 해상이 등장한다. 해상에게 경주는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드림시어터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하는데, 경주의 기억은 비참하다. 아버지의 죽음에 이어 의료사고로 직장을 잃고 동생마저 노숙인촌에서 의문의 시체로 발견된다. 실의에 빠진 그는 한 노숙인 재활시설에 보안요원으로 취업하고, 그곳에서 떠도는 기이한 소문을 듣고 추적에 나선다.

정유정 장편소설 '영원한 천국' [은행나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가는 SF와 로맨스, 미스터리를 버무려 속도감 있게 풀어낸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 완전히 충족되는 지점에 도달한다면 최후에 남는 인류의 욕망은 무엇일지를 묻는다.

"이번엔 SF 문법을 처음 가져와 봤고 로맨스가 들어간 것도 처음이라 저로서는 용기가 필요했어요. 특히 로맨스는 본격적으로 써본 적이 없는데 이번엔 (로맨스가) 두 번 나오거든요. 새 작품을 쓸 때마다 새로운 시도를 꼭 해보는데, 이번에는 여러 장르를 섞어 서로 협응하게 했다고 할까요. 저로선 새로운 시도죠."

새 작품을 탈고하면 최초의 독자는 보통 남편이었는데 이번엔 아들이었다고 한다. 30대인 작가의 아들은 공대를 졸업한 뒤 시스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아들이 사실 책을 잘 안 읽어요. 엄마 소설도 이번에 처음 읽었을걸요? 이번엔 개발자인 아들이 감수도 해주고 제가 잘 풀어내지 못한 부분에서 실질적인 도움도 줬어요. 읽고서 재미있다고 해줘서 고맙더라고요."

작가는 그동안 유지해온 단발 스타일을 버리고 이번엔 머리도 길게 길렀다. 오랜 기간 암 투병을 하다 2년 전 완치 판정을 받은 뒤 기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암 투병 사실은 이번에 처음 공개했다.

'7년의 밤'을 펴내고 '28'의 초고 작업을 하던 무렵이던 2012년 1월 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방사선·항암치료 등을 하며 10년간 소설 작업을 병행한 그는 2년 전 '완전한 행복'을 펴낸 뒤 완치 판정을 받았다.

방사선 치료가 끝나고서는 지리산의 한 암자에 머물며 '28'을 썼는데, 체력이 바닥나며 번아웃이 온 작가는 돌파구 마련을 위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찾았다. 그렇게 에세이 '히말라야 환상방황'(2014)이 탄생했는데, 투병 사실을 밝히지 않고 쓴 이 책은 시종일관 유쾌하기만 하다.

"이번에 신작이 나오고 머리를 왜 길렀냐는 말씀들을 많이 하셔서 (투병했던 사실을) 얘기하게 됐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의사가 이제 보통 사람하고 똑같이 살아도 된다고 했으니까요.(웃음)"

작가가 힘을 얻는 대상은 크게 두 가지다.

소설가 정유정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소설가 정유정이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뒤 자신의 신작 '영원한 천국'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yonglae@yna.co.kr

하나는 운동이다. 여러 운동을 즐기기로 유명한 그는 수영, 킥복싱 등을 거쳐 요즘엔 주로 달리기를 하는데, 자택(광주광역시)의 한 천변을 일주일에 최소 3~4회 10㎞씩 뛴다고 했다.

"작품 진도가 잘 안 나가고 막히면 그냥 밖에 나가서 달리고 와요. 그러면 머리가 리셋되는 느낌이에요."

또 다른 하나는 독자들이다. 정유정은 유독 독자들과 직접 만나는 행사를 즐기는 작가다.

"처음 봤을 땐 중학생이었는데 학교의 사서 선생님이 돼서 찾아온 독자도 있어요. 창작의 고통이나 고민이 있을 때 항상 제 소설을 기다리는 독자가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됩니다."

작가는 이번에 독자들과의 만남 행사를 위해 새로 준비한 서명(사인)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이름 세 글자 옆에 신작에 등장한 얄미운 앵무새 '공달이'를 그려 넣은 서명이었다.

작가는 "공달이 캐릭터를 쓰면서 무척 신나고 재미있었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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