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한 ‘사실무근 뉴스’에… 재벌 총수도 기업도 속앓이 [심층기획-사회 혼란 빠뜨리는 '가짜뉴스·딥페이크']
‘위기설’ 컬리 “허위 유포 법적조치 검토”
정몽구 건강 이상·삼성 반도체 사고…
무분별 허위 정보로 계열사 주가 요동
딥페이크로 유명인 사칭 사기도 횡행
기업 가치 훼손·주주들까지 피해 미쳐
2023년 美 SVB 파산 사태 SNS가 도화선
국내선 저축은행 ‘뱅크런’ 문턱까지 가
“사후약방문식 아닌 사전 예방책 시급”
‘A그룹 명예회장 사망’, ‘B사 대규모 사고 발생, 피해 규모 1조원’, ‘C기업 합병 추진’.
◆재벌총수도 속앓이… 계속되는 ‘가짜뉴스’
27일 재계에 따르면 재벌 총수와 기업을 둘러싼 가짜뉴스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리테일 테크 기업 컬리는 이날 “최근 컬리의 재무상태 등을 둘러싼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현재 현금 유동성 등 재무구조는 안정적”이라며 “온라인 등에 허위사실 유포 시 법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재무구조가 불안정하다’, ‘김슬아 대표가 해외로 도피했다’는 등 컬리를 둘러싼 근거 없는 소문이 무분별하게 확산됐었다.
지난 6월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었다. 유튜브를 통해 사실인 것처럼 확산하면서 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현대모비스가 ‘사실무근’이란 공시까지 내야 할 정도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었다.
삼성전자를 둘러싸고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의 웨이퍼 생산과정에서 결함이 발생했다는 가짜뉴스가 돌았었다. 지난 6월26일 주식시장 개장 전 일부 매체가 관련 보도까지 하면서 주가는 개장 직후 급락했다. ‘웨이퍼뱅크 내 사고 발생. 손상차손 1조원, 반도체 적자 가능성’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그럴싸하게 포장된 가짜뉴스에 투자심리까지 요동쳤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가 포함된 내용이면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가짜뉴스가 반복되고 있다”며 “당사자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주는 탓에 그 피해는 유·무형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라고 세계일보에 말했다.
커뮤니티 글에 흔들린 신뢰 경제·산업계는 최근 부쩍 쏟아지고 있는 ‘가짜뉴스’로 홍역을 앓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가짜뉴스가 빠르게 퍼지면서 저축은행업계에서는 뱅크런이 촉발될 뻔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10일 미국 내 자산 기준 16위 규모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직후 국내에서는 ‘저축은행 두 곳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1조원대 결손이 발생해 지급정지가 예정됐다’는 내용의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대규모 예금 인출 조짐이 나타났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저축은행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금융가에서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서 알 수 있듯 각종 악재가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는 탓에 항상 뱅크런 공포에 시달린다고 한다.
크리스토퍼 실러 애리조나주립대 경영학과 교수 등 미국과 유럽의 5개 대학 연구자들은 최근 ‘뱅크런 촉매제로서 소셜미디어’라는 논문을 통해 “스타트업 커뮤니티의 트윗이 SVB의 뱅크런을 악화시켰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SVB는 지난해 3월 위기설 확산으로 하루 만에 예금 420억달러(약 56조원)가 빠져나가면서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고, 결국 문을 닫았다. 미국 내 자산 기준 16위 규모인 은행이 불과 36시간 만에 파산하면서 현지는 물론이고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었다.
한국에선 특히 이 같은 ‘디지털 뱅크런’에 대한 우려가 큰 편이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많고 디지털 인프라가 잘 갖춰진 만큼 가짜뉴스로 금융시장이 받는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한다.
장호규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당장 디지털 뱅크런의 위험성이 높은 상황은 아니지만, 사태 발생을 대비해 긴급 명령 등 대책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며 “경제 상황이 안 좋으면 리딩방 사기 등 금융 범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지고 금융당국이나 수사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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