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쌀 들어와도 추석 대목에도 '텅텅'…사라진 쌀집들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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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변에만 쌀집이 7곳이 있었어."
2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쌀가게를 운영하는 A씨(85)가 한숨을 쉬며 이같이 밝혔다.
가게 주인 C씨는 "요즘 사람들이 쌀밥을 많이 안 먹지 않나. 장사는 당연히 안 된다"며 "햅쌀이 들어오면 추석 상에 올려야 하니 이전보다는 쌀을 많이 찾는 기간인데 올해는 잘 팔릴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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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변에만 쌀집이 7곳이 있었어."
2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쌀가게를 운영하는 A씨(85)가 한숨을 쉬며 이같이 밝혔다. 이곳에서 63년째 쌀을 판다는 A씨는 "이제 시장 전체에 쌀을 파는 곳이 여섯 군데 정도 남았다"라며 "요즘은 쌀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 가게에는 쌀 말고도 △깐 녹두 △통 녹두 △서리태 △율무 △차조 등 각종 잡곡을 팔았다. 오전 10시쯤부터 오는 손님들은 전부 잡곡만 사 갔다. A씨는 "쌀만 팔면 못 살아남는다"며 "쌀만 취급하는 가게들은 진작 없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4년 전만 해도 쌀이 하루에 10가마씩 나갔는데 지금은 4~5가마 정도가 전부"라며 "매년 쌀 판매량이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평균 쌀 소비량은 56.4㎏으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62년 이래 가장 적었다. 한 사람이 하루에 쌀 154.5g을 먹은 셈이다. 밥 한 공기를 짓는데 쌀 100g이 들어간다고 보면 1인당 하루 쌀 식사량은 한 공기 반 수준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2019년 59.2㎏을 기록해 처음으로 6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 56.4㎏은 30년 전인 1993년(110.2㎏)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추석 대목'은 옛말이 됐다. 경동시장 쌀 상인 B씨는 "집마다 1년 치·6개월 치 쌀을 사서 저장하던 게 벌써 30~40년 전쯤"이라며 "그때는 쌀이 생필품이었다. 장사가 안돼도 '한국 사람은 밥을 먹어야 사니까'라고 생각했다. 걱정도 안 됐다"고 말했다.
쌀 소비 감소에 이은 가격 하락도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그는 "올해에도 평소 20㎏ 한 포대에 원래 58000원이었는데 최근 55000원으로 더 떨어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쌀 가격이 내렸다고 좋아하는 음식점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1월 쌀 소매가는 1㎏당 2842원이었지만 △2월 2793원 △3월 2645원 △4월 2541원으로 하락했다. 이후 지난 5월에 2697원으로 반등했지만 △6월 2688원 △7월 2654원 △8월 2588원으로 다시 떨어졌다.
이날 오전 11시쯤 또 다른 쌀 상회 유리문에는 '햅쌀 입하'라는 문구가 붙었다. 짐을 싣는 오토바이가 세 대 서 있었다. 쌀 포대 더미는 천장까지 쌓여 있었다. 손님은 없었다.
가게 주인 C씨는 "요즘 사람들이 쌀밥을 많이 안 먹지 않나. 장사는 당연히 안 된다"며 "햅쌀이 들어오면 추석 상에 올려야 하니 이전보다는 쌀을 많이 찾는 기간인데 올해는 잘 팔릴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C씨는 "많이 팔면 하루에 10가마니 정도 판다"며 "요즘엔 다른 먹을 것들이 많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식당에 가보시라. 공깃밥 양도 줄었다"고 했다.
정부·여당은 지난 25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지난해 생산된 쌀 5만톤을 추가로 매입하는 내용이 담긴 '쌀값 안정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 비축용으로 쌀 40만톤을 사들였고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 6월까지 세 차례 총 15만톤을 매입했다. 쌀값 하락세가 멈추지 않자 정부는 추가로 5만톤을 더 사들이기로 했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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