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불똥 튄 쿠프마케팅… 스틱, 경영권 매각 암초 만났다

김종용 기자 2024. 8.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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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프마케팅.

이 기사는 2024년 8월 27일 15시 44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쿠프마케팅 경영권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의 여파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몰아치면서 쿠프마케팅에 관심을 보이던 원매자들이 사라진 것이다. 스틱의 성장동력 펀드 마지막 투자사인 쿠프마케팅의 매각 일정이 꼬이면서 펀드 청산에도 먹구름이 끼게 됐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틱은 쿠프마케팅 매각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당초 스틱은 지난 5월 삼정KPMG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한 뒤 티저레터를 배포하며 본격적인 마케팅 작업을 시작한 바 있다. 매각 대상은 스틱이 보유 중인 쿠프마케팅 지분 68.4%,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이 보유 중인 31.6% 등 총 100%였다.

쿠프마케팅은 국내 모바일 쿠폰 시장 내 독보적인 1위 사업자다. 제휴 브랜드의 상품과 교환할 수 있는 모바일 쿠폰을 발급·유통하고, 사용 여부를 파악해 인증하고 있다. 카카오의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와 토스 등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맥도날드, 이마트 등 주요 유통사와도 제휴를 맺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1316억원, 영업이익 67억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성장 중이다.

매각 측이 잠재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당시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매각 절차가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티메프 미정산 사태가 터지며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신뢰 문제가 불거졌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이커머스 규제 움직임을 보이면서 매각 성사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이커머스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티메프 사태로 이커머스 업계에 대한 투심이 악화한 것은 물론 과도한 규제가 도입될 경우 매각 자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이커머스의 정산 주기를 대규모 유통업자보다 짧게 설정한 ‘단축 정산 기한 규정’과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의 ‘판매 대금 예치·신탁·지급보증보험 의무 규정’ 신설을 예고했다.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 기한 단축과 결제 대금 별도 예치 등이 이뤄지면 기업의 현금 유동성이 약화하게 된다. 다양한 방식의 정산 제공도 힘들어지며 정산과 송금에 따른 비용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결국 현금을 창출해 차입금을 갚고, 기업가치를 키워야 하는 원매자들 입장에서는 쿠프마케팅의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스틱은 몸값을 낮춰가며 무리하게 매각을 진행하는 것보다 추이를 지켜보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스틱으로서는 경영권 매각 절차를 무작정 연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쿠프마케팅 인수에 사용한 펀드 만기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스틱이 2210억원 규모로 조성한 성장동력펀드의 존속 기한은 8년으로, 최대 2년까지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올해 청산을 완료해야 한다. 쿠프마케팅은 이 펀드에 남은 마지막 포트폴리오다.

앞서 스틱은 지난 2016년 NH PE와 공동으로 쿠프마케팅 지분 70%를 455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쿠프마케팅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NH PE의 지분도 인수하며 현재 지분율을 확보했다. 이미 지난 2022년과 지난해 두 차례 매각을 시도한 만큼 올해가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틱은 성장동력 펀드를 사용한 투자사의 자금 회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스틱은 지난해 10월 유진프라이빗에쿼티·산업은행 PE실·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하 유진PE 컨소시엄)에 대경오앤티 경영권을 4000억원 중반대에 매각했다. 스틱은 지난 2017년 대경오앤티에 945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797억원을 투자한 유비케어는 2000억원대에, 400억원을 투자한 아크로스는 800억원대에 매각하며 상당한 이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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