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된 강남 입성 기회, ‘로또 분양’ 얼마나 있나[비즈니스 포커스]

2024. 8.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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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로 시세 대비 수억원 저렴…일반분양 물량이 핵심


“신청해야 한다.” “하면 안 된다.” 부동산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 주택재건축사업으로 탄생하는 ‘디에이치 방배’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쟁점의 핵심은 디에이치 방배가 일명 ‘로또 분양’인지 여부였다. 그동안 재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된 서초구 반포 일대를 중심으로 시세차익 10억원이 넘는 청약 물량이 속속 나오면서 ‘강남권 청약’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워낙 높아진 탓이다. 결과적으로 디에이치 방배는 1순위 평균 90.28대 1 경쟁률을 기록하며 마감됐다. 소형인 59㎡B타입에서 최고 경쟁률(233.08대 1)이 나왔다.

강남은 일자리, 교통인프라, 학군 등이 두루 갖춰진 서울 내 ‘최선호 주거지역’이다. 쏟아지는 부동산 뉴스와 실거래 정보 공개 등에 의해 어느새 강남 아파트 시장은 ‘전국구’로 자리매김했다. 갑작스레 시장을 강타한 고금리, 불경기에도 매수 대기수요는 강남 아파트 시세를 탄탄하게 받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는 용산과 함께 전국에서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아직도 남아 있는 곳이다. 3.3㎡(평)당 1억원이 초과하는 아파트가 즐비한 강남권에서 저렴하게 내 집 장만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인 셈이다.

그러나 물량 대부분이 아파트 재건축으로 공급되다 보니 조합원분을 제외하고 청약시장에 나올 수 있는 가구수는 한정적이다. 이에 따라 1채 분양에도 수십만 명이 몰리는 일은 예사다.

그런데 디에이치 방배를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수백~수천 세대 규모의 분양물량을 보유한 단지들이 대기하고 있어 시장의 관심을 모은다. 강남권에선 5층 이하 저층 아파트 재건축이 마무리되는 단계인 데다 앞으로 분양가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어 일반 수요자들에겐 강남 입성의 막바지 기회가 될 전망이다.


 분양가 규제에 강남만 청약 ‘광풍’


한때 ‘청포족’(청약을 포기한 수요자를 나타내는 신조어)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청약 열풍을 이어갔던 것이 무색하게 지난해부터는 서울에서도 미달을 기록하는 단지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높은 분양가격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요즘 주택청약 시장에서 수요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따지는 요소는 아무래도 가격”이라며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격이 높은 단지에서 미분양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는 반포에서도 높은 분양가 탓에 미분양이 나왔던 사례가 있다. 조경과 커뮤니티를 갖춘 대단지 아파트의 원조 격인 ‘반포자이’와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가 대표적이다. 이들 단지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2008년 후분양 형태를 택해 2007년 9월 시행된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피했으나 마침 시장을 덮친 금융위기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면서 ‘고분양가’ 논란을 낳았다. 일부 세대는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남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 부활한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는 선분양뿐 아니라 후분양 아파트에도 적용되고 있다. 7월 30일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 527대 1을 기록한 ‘래미안 원펜타스’(신반포15차 재건축)도 이미 조성을 완료해 입주를 진행하고 있던 후분양 단지였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일반분양 178가구 모집에 9만3864명이 몰렸으며 당첨자 중에선 청약 가점 만점자가 3명이나 나왔다.

이 같은 경쟁률은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공급 탓에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서초구에선 2021년 6월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공급 이후 올해 2월이 돼서야 잠원동 ‘메이플 자이’(신반포3지구 재건축)가 나왔기 때문이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물론이고 메이플 자이 역시 각각 2990가구, 3307가구 대단지이지만 분양물량은 225가구, 162가구에 불과했다. 이마저 전용면적 84㎡ 미만 소형뿐이었다. 그나마 래미안 원펜타스는 총 641가구 규모 대비 분양물량이 많았던 편이다.


 일반분양 1000가구 이상 강남 아파트 주목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는 시공사와 공사비 협상 등의 문제로 분양이 밀렸던 많은 단지들이 청약시장에 나오면서 강남권 물량에 대한 수요자들의 갈증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대표적인 곳이 서초구 소재 방배동과 ‘구반포’로 불리는 반포1단지다. 이들 지역은 각각 주택 밀집지와 저층 아파트 재건축이 대거 분양을 앞두고 있어 시장에 많은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방배 주택재건축 중 가장 규모가 큰 디에이치 방배는 전체 3064가구 중 1244가구가 시장에 나와 당첨자 발표 및 정당계약 등 분양일정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선 디에이치 방배가 다른 강남권 분양단지 대비 기대수익이 떨어진다는 평이 나온다. 디에이치 방배 평균 분양가는 3.3㎡당 6496만원으로 전용면적 84㎡ 타입이 22억원 선이다. 방배동보다 시세가 비싼 반포의 최근 분양가와 큰 차이가 없다.

래미안 원펜타스 분양가는 3.3㎡당 6737만원으로 전용면적 84㎡가 23억원대로 나왔다. 인근 래미안 원베일리 같은 면적의 최근 실거래 가격이 40억원을 돌파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디에이치 방배 청약이 강남 입성을 노리는 수요자들에게는 중요한 기회였다고 보고 있다. 분양물량이 많은 데다 분양가 역시 예상보다 높더라도 여전히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2021년 입주한 ‘방배그랑자이’ 시세보다는 5억원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급된 다른 강남권 단지와 달리 실거주 의무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분양가상한제 단지는 주변 시세 대비 가격이 저렴한 정도에 따라 2~5년 실거주 의무가 생기는데 디에이치 방배는 올해 2월 감정평가를 해서 택지비가 높아진 만큼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 역시 높아졌다. 이에 비해 인근이 노후한 주택가라 비교 대상인 인근 시세는 낮게 책정됐다.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사례에서 보듯 잔금을 치러야 하는 입주시기에 전세금을 받아 자금계획을 세울 수 있는지는 수분양자들에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결국 8월 27일 1순위 모집 결과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강남권 청약 경쟁에 불을 붙일 전망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디에이치 방배 분양가격이 비싸다고 해도 내년에 나올 반포1단지 분양가격은 3.3㎡당 7000만원을 초과해 진입장벽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일반분양 및 추첨 물량이 많아 1순위 저가점자에게는 강남에 진입할 절호의 기회”라고 내다봤다.

박 대표는 “신청자가 몰린 전용면적 59㎡은 공급가격이 최근 마포 전용면적 84㎡ 분양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곧 분양이 가장 유력한 강남권 아파트로는 강남구 청담동 소재 한강조망 아파트인 ‘청담르엘’(청담삼익 재건축), 송파구 신천동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잠실진주 재건축),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방배6구역 재건축) 등이 있다.

9월 분양일정을 시작하는 청담르엘의 경우 이미 일반분양 가격이 3.3㎡당 7204만원으로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분양 물량은 176가구가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 중 역대 일반분양 최고가이지만 주변 시세보다 10억원 가량 저렴하다. 이보다 물량이 많은 곳은 래미안 원페를라(일반분양 465가구),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589가구)다.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분양가는 3.3㎡당 약 5409만원으로 송파구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이래 최고가에 나온다.

내년에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최대 기대주는 반포주공1단지에 속한 ‘디에이치 클래스트’(반포1·2·4주구)와 ‘래미안 트리니원’(반포3주구)이다. 디에이치 클래스트는 총 5002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일반분양 물량만 2000가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크로 리버파크, 래미안 원베일리 이후 반포 한강변 대장주의 바톤을 이어받을 예정이다. 일반분양은 전용면적 59~84㎡ 중소형 타입에 집중돼 한강 조망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91가구 규모 래미안 트리니원은 일반분양 505가구가 나오며 디에이치 클래스트보다 분양 일정이 빠르게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두 단지 모두 내후년으로 일반분양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용산 역시 아세아아파트 재건축과 유엔사부지 공급이 무기한 연기된 가운데 이촌동 한강맨션 역시 설계변경 문제로 내년 분양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입지나 분양가 메리트 측면에서 1순위 예비청약자에게 가장 좋은 기회는 반포 분양”이라며 “실거주를 할 수 있는 여건과 자금력이 받쳐준다면 저가점자라도 일반분양 물량이 풍부한 반포1·2·4주구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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