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헬스케어 사업 재검토에 파트너사들 불똥 위기
사업 론칭 첫 해 230억원 영업손실
협업 스타트업들, 각자 대책 준비 중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롯데지주가 사업이 부진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최근 비상경영에 돌입한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헬스케어·바이오 분야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롯데헬스케어와 협력한 업체들의 향방도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지난 2022년 4월 롯데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탄생했다. 헬스케어는 롯데가 꼽은 핵심 신사업 분야였다. 설립 당시 롯데의 유통 경험을 살려 롯데헬스케어가 의료·헬스케어 분야에서도 강점을 드러낼지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롯데그룹의 기대와는 달리 롯데헬스케어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설립 후 첫 사업 아이템으로 내놓은 ‘캐즐(CAZZLE)’이 국내 스타트업의 기술을 도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다. 캐즐은 개인별 건강 타입을 분석하고 맞춤형 영양제를 추천하는 건강관리 플랫폼이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는 지난해 2월 롯데헬스케어의 캐즐이 자사 제품의 아이디어를 탈취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알고케어는 개인 맞춤형으로 영양제를 제공하는 디스펜서 기기를 개발해 세계 최대 전자기술(IT) 박람회 CES로부터 3년 연속 혁신상을 받았다.
롯데헬스케어는 적극적으로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면서 논란을 더 키웠다. 결국 롯데헬스케어는 논란이 시작된 지 5개월 만에 알고케어와의 조정 합의를 통해 캐즐에서 영양제 디스펜서 사업을 철수했다.
헬스케어 업계 한 관계자는 “영양제 디스펜서 기술은 해외에서도 많이 선보인 일반적인 제품”이라면서도 “다만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다툼이 너무 오랫동안 진행된 게 롯데헬스케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쌓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롯데헬스케어의 이미지 추락은 실적 부진으로도 이어졌다. 회사의 지난해 연 매출은 8억원인데 반해, 영업손실은 229억원이나 냈다. 지난해 10월 롯데지주에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았지만 수익성 개선에는 역부족이었다.
상황이 악화하자 롯데지주는 롯데면세점, 롯데케미칼에 이어 최근 롯데헬스케어도 사업의 전면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장남이자 롯데지주의 미래성장실장인 신유열 전무에게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신사업 관리를 맡겼다.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의 논란 이후 여러 헬스케어 기업들과 협업하며 캐즐 사업을 재정비했다. 지난해 9월 캐즐을 정식 출범하면서 올해까지 가입자 100만명을 모은다는 목표도 내놨다.
지난해 8월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멘탈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인 아이메디신과의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에는 심리상담 서비스 ‘마인드카페’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아토머스가 캐즐에 입점해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를 선보였다.
올해 3월부터는 유전체 검사 업체인 테라젠바이오와 식단과 생활 습관, 장 건강, 체성분 정보 등을 활용한 맞춤형 체중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에임메드와는 기업 건강검진 서비스 분야에서 협업 중이다. 이밖에도 여러 기업들이 캐즐 앱(app, 응용프로그램)과 연동해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들이 대부분인 만큼 롯데의 비상경영 체제로 받게 될 영향은 클 것”이라며 “롯데헬스케어가 사업 철수로 가닥을 잡는다면 테라젠을 포함한 협업 업체들도 새로운 파트너를 찾거나 플랜B를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사업 철수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불확실성이 커지자 롯데헬스케어와 협업해온 헬스케어 업체들은 저마다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만약을 대비해 자사 서비스 채널을 다각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롯데가 사업을 지속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헬스케어 분야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요구되는 분야인 만큼,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의 헬스케어 사업에 기대가 컸는데 이런 상황이 오게 돼 아쉽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지난 2022년 9월 롯데헬스케어와 합작법인 테라젠헬스를 설립한 테라젠바이오다. 우웅조 롯데헬스케어 대표와 황태순 테라젠바이오 대표가 공동대표로 선임됐다. 롯데헬스케어는 51%의 지분율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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