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잘 팔았더니 주가 128% 쑥…'시총 17조 증발' 이 회사 반전
[편집자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고 때로는 의존하는 관계가 수십세기 이어져 왔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 아직도 중국 시장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G2 국가로 성장한 기회의 땅. 중국에서 챙겨봐야 할 기업과 이슈를 머니투데이의 '자오자오 차이나' 시리즈에서 찾아드립니다.
팝마트는 이 같은 방식으로 IP(지적재산권) 산업의 불모지로 여겨지던 중국에서 성공한 기업이다. 2010년 중국 베이징에 설립된 팝마트는 처음엔 디자인 완구 브랜드였으나, 점차 설계, 생산, 판매를 아우르는 아트토이 브랜드로 발전했다. 특히 2016년 스테디셀러 IP인 '몰리(Molly)를 내세우며 고속 성장했다.
올해 중국 증시가 제자리걸음을 걷는 동안에도 팝마트 주가는 2배 이상 뛰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서도 탄탄한 실적을 낸데다 사업 다각화와 해외 진출에서 명확한 성과가 나타나서다. 중국 증권가에서는 IP사업의 선두주자인 팝마트가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며 '매수' 보고서를 쏟아낸다.
27일 낮 12시(현지시간) 기준으로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팝마트(HK:9992)는 전일 대비 1.5홍콩달러(2.98%) 내린 45.6홍콩달러를 나타낸다. 이날은 약세였지만 팝마트의 주가는 올해 들어 128%대 올랐다. 홍콩항셍지수(6%)나 상하이(-3%대), 선전종합지수(-13%대)를 훌쩍 웃도는 상승률이다.
주가 상승에는 호실적이 영향을 줬다. 올해 상반기 팝마트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2% 늘어난 45억6000만위안(약 8533억원), 순이익은 90.1% 늘어난 10억2000만위안(약 1908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매출이 1억(약 187억원) 위안을 넘는 IP만 7개에 달했다. 특히 대표 IP인 몰리의 매출은 7억8000만위안(약 1459억원)을 넘어섰다.
이번 실적에서는 봉제인형과 해외 사업이 빛을 발했다. 팝마트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트토이 부문(58.3%)이었지만, 전체 매출의 9.8%를 차지하는 봉제인형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93.6% 늘어났다. 팝마트의 해외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59.6% 증가했고,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의 매출은 47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팝마트 주가가 올해 많이 올랐지만 역대 고점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팝마트 주가는 상장 이듬해 107.6홍콩달러(2021년 2월17일)까지 올랐으나, 이후 중국에서 블라인드 박스 열풍이 꺾이고 팝마트의 IP에 자체 스토리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2년여 동안 시가총액이 1000억홍콩달러(약 17조780억원)가까이 증발했다.
그럼에도 팝마트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며 투자자의 마음을 돌려놨다. 올해도 왕닝 팝마트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는 실적 브리핑에서 "올해 연간 매출이 100억위안(약 1조 8709억원)에 달할 것으로 확신한다"라며 "전체 매출의 연간 성장률은 60% 이상, 해외 사업의 성장률은 200%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국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담은 보고서가 나온다. 중국 티엔펑증권은 팝마트에 대해 '매수' 의견을 제시하며 "팝마트는 지난 6월 자체 개발 모바일 게임 을 내놓는 등 IP 콘텐츠의 경계를 넓히려고 시도하고 있다"라며 "올 상반기 매출이 1억원이 넘는 IP가 7개에 달해 균형잡힌 수익 분포를 보인만큼 국내외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중국에서 제2의 팝마트를 꿈꾸는 기업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 환경이 점점 경쟁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궈하이증권은 팝마트의 투자 위험 요소로 △시장 경쟁 심화 △단일 IP 의존성 △공급망 및 품질 관리 △인력/임대료/마케팅 비용 증가 △해외 사업의 불확실성 등을 꼽았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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