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웨스팅하우스, 체코에 韓 원전 수주 항의 속내는?

세종=배상윤 기자 2024. 8. 28. 05: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① 애초 자격미달인데···"美일자리 1.5만개 뺏겨" 대선앞 여론전
② 2년전부터 한수원 상대 訴남발
잡음 일으켜 가치 극대화 노려
체코측 "탈락자 이의제기 못해"
③ UAE 수출 때도 딴지걸다 철회
내년 본계약 전 타협 가능성도
웨스팅하우스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전 건설 수주에 뒷다리를 잡고 있다. 체코 정부에 한수원의 원자로 설계 특허는 자신들에게 있다며 우선협상 대상 선정 결과에 항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을 최대한 압박해 한수원과의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의 주장과 현재 상황을 팩트 체크 형태로 알아본다.

◇펜실베이니아 일자리 1만 5000개 감소? 미 대선 앞두고 일자리 거론=웨스팅하우스는 26일(현지 시간) 체코전력공사(CEZ)가 한수원을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협 대상자로 선정한 결정에 항의(protest)하기 위해 체코반독점사무소에 진정(appeal)을 냈다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는 “(자사의) AP1000 원자로 대신 (한수원의) APR1000 원자로를 도입하면 미국 기술을 불법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체코와 미국에서 창출할 수천 개의 청정에너지 일자리를 한국에 수출하게 된다”며 “그 일자리에는 웨스팅하우스의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일자리 1만 5000개가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웨스팅하우스는 이번 수주전에서 최종 후보에 들지 못했다. 당초 이번 수주전은 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 웨스팅하우스의 삼파전으로 출발했지만 올 1월 웨스팅하우스가 자격 미달로 일찌감치 탈락했다. 한수원의 발목을 잡더라도 웨스팅하우스의 부적격 부분이 달라지지 않는다. 미국 본사 일자리 1만 5000개가 피해를 보려면 웨스팅하우스가 매우 유력한 후보였어야 가능하다. 원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의 행동은 여론전으로 보이며 체코 원전은 공공입찰이기 때문에 액션을 취한 것”이라며 “펜실베이니아 일자리 문제까지 언급하는 것은 최대한 요란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펜실베이니아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판세를 좌우하는 스윙스테이트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미 공화당과 민주당 대통령 선거 캠프에 어필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윤종일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미국도 대선 국면이라서 웨스팅하우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결국은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협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공 능력 부족한 웨스팅하우스 절박해”=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10월 한수원을 상대로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미국 법원은 지난해 9월 각하 처분을 내렸으나 웨스팅하우스는 항소했다. 올 들어서도 계속 한수원에 딴지를 걸고 있다.

이는 웨스팅하우스의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조지아주에 보글(Vogtle) 원전 3·4호기 건설 과정에서 준공이 계속 지연돼 악명을 떨칠 정도로 시공 능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이를 고려하면 체코 원전 수출에서 고배를 마시더라도 한수원에서 최대한 얻어내려는 심산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있다.

특히 웨스팅하우스는 현재 캐나다 사모펀드인 브룩필드리뉴어블파트너스와 캐나다의 우라늄 기업 카메코가 각각 지분 51%, 49%를 보유하고 있다.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한수원과 잡음을 최대한 일으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웨스팅하우스는 사모펀드가 소유한 회사이기 때문에 성격상 회사의 가치를 올려서 팔아 치우려고 한다”며 “기술력을 담보로 하는 회사가 아니라서 웨스팅하우스의 가치를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올리려는 목표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UAE 때도 합의···美 정부는 우호적” 전망도=내년 3월 체코와의 본계약을 준비 중인 한수원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현재 미국 정부, 웨스팅하우스와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당시에도 웨스팅하우스가 지적재산권을 주장하다가 반대 의사를 철회했다.

전문가들은 2009년과 비슷하게 3월 본계약 전 극적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체코 정부도 웨스팅하우스 주장을 일축했다. 라디슬라프 크리츠 CEZ 대변인은 “입찰에서 떨어진 참가자는 우협 선정 과정에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업계에서는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보다 연말 전후는 돼야 윤곽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많다. 한수원의 한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 주장은 현재 소송과 중재가 진행 중인 사항에 대해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라며 “적절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배상윤 기자 prize_yun@sedaily.com세종=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