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에너지원을 악마화하는 정치 프레임이 탄소중립의 敵”
“원전과 재생에너지 둘 중 하나라도 부정하면 탄소 중립도, 녹색 성장도 불가능합니다.”
김상협(61)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민간위원장은 지난 23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국내 녹색 성장의 적(敵)은 혜안의 부족이나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정치”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탄소 중립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Global Green Growth Institute)’의 신임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GGGI는 2012년 우리나라 주도로 세운 첫 국제기구로, 지금까지 약 120억달러(약 16조원) 규모의 녹색 금융이 개도국에 조달되도록 지원해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GGGI란 이름을 짓고, 국제기구화를 이끈 사람이 김 위원장이다. 오는 10월까지 탄녹위원장을 맡고, 내년 1월부터 4년간 GGGI를 이끌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전 세계 탈탄소 흐름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믹스(전원 구성)’로 정해졌다”면서 “앞으로 녹색 성장과 탄소 중립을 주도하려면 결국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모두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녹색 성장 패권을 쥐려고 경쟁하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특정 에너지원을 악마화하는 프레임을 정치에 이용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와 성장을 결합한 국가 주도 발전 전략의 ‘좋은 선례’로 중국을 지목했다.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의 전 이명박 대통령과 시진핑 당시 부주석이 한국에서 만나 40여 분간 ‘녹색 성장’을 이야기했어요. 시진핑은 경제성장과 ‘녹수청산(綠水靑山·푸른 산과 푸른 물)’ 개념을 합쳐 나라를 이끌겠다고 했고, 실제로 10여 년 간 녹색 성장에 투자해 태양광, 배터리, 전기차 시장을 선점했지요.”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 탄소 중립과 녹색 성장이란 국가적 과제를 달성하려면 정치권이 분열하기보다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원전은 재생에너지와 달리 ‘24시간 가동’이 가능한 반면, 재생에너지는 도심 건물의 외벽이나 옥상에도 설치할 수 있어 범용성이 뛰어나므로 서로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재작년 대비 5%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현 정부 들어 2년 연속 감축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전임 정부에선 원전 배제로 천연가스 사용이 늘어 재생에너지를 확보한 효과를 누리지 못했는데, 이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모두 활용해 화석연료를 줄이다 보니 배출량도 줄어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올여름 최악 폭염과 열대야로 전력 수요가 신기록을 경신하는 등 전기를 많이 쓰면서 올해 온실가스 감축 계획 달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GGGI 역할에 대해선 “녹색 성장 전략에 AI(인공지능)를 도입해 개도국에 맞는 탄소 중립 정책을 짜고, 그 정책에 기술을 지원할 수 있는 국가를 매칭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를 토대로 ‘그린 그로스 아웃룩(Green Growth Outlook)’도 발행할 예정이다. 각국의 녹색 성장 정책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전 세계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각국에 맞는 최적의 녹색 성장 전략을 제공할 것”이라며 “SMR(소형 모듈 원자로), 차세대 전기차와 배터리 등 국내 기술의 주목도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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