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의 여름[우보세]

세종=정현수 기자 2024. 8. 2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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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기획재정부의 여름은 항상 뜨겁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시작으로 세법개정안, 예산안까지 굵직굵직한 정책스케줄이 매년 반복된다. 올해는 역동경제 로드맵과 소상공인 대책, 부동산 대책까지 더해졌다. 거시·미시정책, 세법, 예산 등 우리 경제정책의 축약판이 두 달 사이에 쏟아졌다.

이들 경제정책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일까. 한계는 무엇이었을까. 두 달의 시간을 곱씹어 본다.

세법개정안은 '역동적 성장과 민생 안정 지원'을 내세웠다. 예산안의 정책목표는 '민생안정, 역동경제로 서민·중산층 시대 구현'이다. 교집합은 민생안정과 역동경제다. 최근 경제정책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다. 민생안정이 정부의 책무라면, 역동경제는 정부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민생안정은 불변의 정책목표다. 건국절 논란 탓에 자주 회자되는 헌법 전문에는 '안으로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한다'는 내용이 있다. 민생안정으로 요약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민생(民生)이라는 한자어가 2711번 등장한다. 민생안정은 상수에 가까운 정부의 의무다.

민생은 물가, 가계부채, 내수 등과 연결된다. 물가는 어느 정도 잡히는 모습이지만, 가계부채는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된다. 내수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민생을 안정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세법으로 뒤를 받치고 예산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다.

역동경제는 기재부의 핵심 의제다. 기재부가 제시한 역동경제의 3대 축은 혁신생태계 강화,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이동성 개선이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시대정신일 수 있다. 끊어진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한 계기가 필요하다. 역시 세법으로 뒤를 받치고 예산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한 달 사이에 나온 세법개정안과 예산안의 이면에는 '저수입·고지출'이 있다. 써야 할 돈은 많은데 거둬들일 돈이 많지 않다. 공교롭게 저출산·고령화와 맥을 같이 한다. 27일 발표된 예산안만 하더라도 정부의 고민이 묻어난다. 가용할 수단이 부족해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 가계부 관리가 중요하다. 어느덧 세수펑크는 일상이 됐다. 정부는 내년에 거둬들일 돈을 예상해 지출을 결정하는데 세수펑크가 발생하면 국가 가계부의 근간이 흔들린다.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 하지만 제도상의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통상 상반기까지 상황을 보고 내년도 세수를 추계한다. 세수펑크의 단골 원인인 법인세만 하더라도 기업들의 상반기, 하반기 실적이 다를 수 있는데 그걸 반영하지 못한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1월 국회 예산 심사에 앞서 세수 재추계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도 책임감 있게 나서야 한다. 국회 예산 심사는 지출에 집중된다. 가계부의 또 다른 축인 세입은 주목 받지 못한다. 따라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와 같은 세수추계소위원회를 만들어 세입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시작될 9월 국회의 시간을 기다려본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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