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법 위반 '예고'"…개정 가맹사업법 '깜깜'

전다윗 2024. 8. 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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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품목 계약서 의무 기재' 규정 31일 계도기간 종료
"대다수 법규 개정 시행내용 인식 못 해…혼란 불가피"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필수품목의 종류·공급가 산정 방식 등을 가맹계약서에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한 개정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의 계도기간이 이달 말 종료를 앞둔 가운데,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여전히 가맹본부·점주들이 관련 내용에 무지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현 상태 그대로 계도기간이 종료될 경우 계약서 작성이 미흡한 업체들이 무더기 적발되는 등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IFS 프렌차이즈 창업·산업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28일 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가맹사업법에 따라 가맹본부는 지난달 3일부터 신규·갱신 계약 체결 시 필수품목의 종류와 공급 가격 산정 방식을 가맹계약서에 기재해야 한다. 기존에 체결한 계약서도 내년 1월 2일까지 관련 내용을 담아 고쳐야 한다.

가맹 필수품목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자신 또는 자신이 지정한 사업자와 거래할 것을 강제하는 원재료, 설비·비품 등을 뜻한다. 문제는 일부 가맹본부가 필수품목 제도를 악용해 폭리를 취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는 점이다. 품질의 통일성을 갖춰야 한다는 명분으로 필수품목 개도를 과도하게 많이 지정하거나 시중 가격보다 지나치게 비싸게 파는 방식이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필수품목 갑질'은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본부와 점주 간 잦은 분쟁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 왔다. 공정위는 "필수품목의 종류와 공급 가격 산정 방식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하는 개정 가맹사업법 시행은 그간 잦은 분쟁의 원인으로 지적된 불합리한 필수품목 거래 관행이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변화해 나갈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당장 신규·갱신 계약서에 필수품목 관련 내용을 기재하지 않아도 처벌받진 않는다. 공정위는 지난 6월 개정 가맹사업법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오는 31일까지 계도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가맹본부들이 개정 가맹사업법과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할 시간을 준다는 취지에서다.

문제는 계도기간 만료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시장이 개정 가맹사업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단 점이다. 공정위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이 수차례 설명회를 열었지만 대다수 본부·점주들은 개정 가맹사업법에 대해 무지한 상태다. 법안이 개정된 사실조차 아직 인지하지 못한 본부·점주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일선 가맹거래사들의 설명이다. 계도기간이 끝나는 내달부터 계약서 작성이 미흡한 업체가 무더기로 적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상태가 이어질 경우 기존 체결한 계약서를 고쳐야 할 내년부터는 더 큰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정위 산하 공정거래조원 조사관 출신이자 가맹거래사이기도 한 문인곤 법률사무소 상원 대표변호사는 "가맹거래사들과 이야기해 보면 우리 자문사들이 (개정 가맹사업법) 준비를 못 하고 있다거나, 안 하려 한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며 "변경된 법안에 맞추어 계약서 변경을 준비하기는커녕 아예 법안이 개정된 사항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개정 가맹사업법을 인지하고 있더라도 눈치를 보며 적용을 미루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공정위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곤 해도, 필수품목 정보를 담은 계약서를 선제적으로 작성하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의도적으로 '패싱'하려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위반 시 시정조치와 함께 과징금을 내야 하지만 민감한 정보를 공개하느니 차라리 처벌을 받고 말겠다는 것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가맹본사일수록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면 계약서에 기재할 필수품목 내용을 대충 어떻게 넣을지 정했더라도, 아직 적용하지 않았다는 곳이 대부분이다. 불안하기 때문"이라며 "아무래도 계약서는 정보공개서와는 무게감이 다르다. 가이드라인이 있다지만, 표준계약서가 나온 상황도 아닌데 굳이 먼저 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퍼진 듯하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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