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꿀 소비 늘리고 양봉농가 살리고…달콤한 맛과 멋으로 젊은세대 유혹

정성환 기자 2024. 8. 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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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크리에이터] (26) 정은정 ‘로컬웍스’ 대표 <전북 전주>
조부모 곁에서 꿀농사 고충 체득
물에 잘녹는 11종 블렌딩 꿀 개발
선물하기 좋은 독특한 포장 주목
농가와 계약 생산…고품질 선점
워커비 전주 카페서 디저트 선봬
매장서 소상공인 알리는 행사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한옥마을에 자리한 ‘워커비 전주’ 카페에서 정은정 로컬웍스 대표가 워커비 벌꿀 선물세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커비 제품은 20·30대 여성에게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다. 전주=강재훈 프리랜서 기자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이내에 멸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꿀벌은 꽃의 수분을 돕고 영양분이 풍부한 꿀을 만든다. 하지만 최근 꿀 소비가 점점 줄어들고 꿀벌 집단 폐사가 일어나며 양봉농가는 위기에 빠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북 전주에 터를 잡았다는 로컬크리에이터 정은정 로컬웍스 대표를 만났다.

정 대표는 알아주는 베테랑 창업가다. 대학 시절부터 창업을 시작해 온라인 쇼핑몰과 이벤트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그는 2019년 지역에 브랜드 회사 로컬웍스를 차렸다. 이 회사는 농가들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매장에 들어서면 꿀을 좋아하는 곰에서 착안된 마스코트 ‘허니베어’가 반겨준다.

정 대표는 양봉업을 하던 조부모 곁에서 자연스럽게 양봉농가가 겪는 고충을 체득하게 됐다. 지금은 꿀 가공품 생산 브랜드인 ‘워커비’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두번째 회사를 정리하고 세계 일주를 하면서 해외에 있는 농가를 많이 봤어요. 우리나라 양봉농가들은 진짜 꿀이 맞냐는 의심을 항상 받는데, 해외에 있는 농가들은 소비자에게 존중받고 있더라고요. 양봉업이 소비자에게 인정받으면서 농가가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게끔 돕고자 워커비를 만들었습니다.”

워커비는 20·30대 젊은 여성을 위한 꿀 가공품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정 대표는 “기존 꿀 소비자는 대부분 50·60대 여성이었다”면서 “젊은 세대의 꿀 소비가 늘어야 양봉농가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물에 잘 녹는 블렌딩 꿀이 진열돼 있다. 작은 단지 모양의 용기부터 스틱형까지 포장 형태가 다양하다.

워커비 대표 제품은 물에 잘 녹는 ‘블렌딩 허니’다. 보통 꿀은 차가운 물이나 우유에 넣으면 엉겨 붙어서 녹지 않는다. 로컬웍스는 낮은 온도에서도 잘 녹는 꿀을 개발해 바닐라·말차·시나몬 등 11가지 맛과 향을 가진 블렌딩 꿀을 판매한다. 이 제품은 독특하고 세련된 포장 덕분에 선물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실제로 현장의 반응은 뜨겁다. 지난해 로컬웍스는 10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구매자 80%가 20∼35세의 젊은 여성이었다. 지금은 186곳 양봉농가와 매년 꿀 생산 계약을 할 정도다. 연초에 대금을 미리 지급하고 그해 채밀한 꿀을 공급받기 때문에 양봉농가는 걱정 없이 꿀을 수확하고 로컬웍스는 품질 좋은 꿀을 선점할 수 있는 상생 구조를 갖췄다.

정명현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기업협력팀장은 “로컬웍스는 삼성전자와 컬래버 해 제품을 냈을 정도로 사업적 역량이 뛰어날 뿐 아니라 지역상생을 실천하고 있다”며 “저렴한 수입 꿀을 쓰지 않고 국내 양봉농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금도 지역 소상공인과 협업해 각종 행사를 주최하고 있어 자못 미래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워커비 전주’에서 판매하는 전주 벌집꿀을 곁들인 커피·토스트·푸딩은 향과 단맛이 조화롭다.

정 대표는 지역 상생을 강조한다. 온라인 판매도 시작한 로컬웍스는 지난해말 전주시 완산구에 매장을 냈다. 구도심에 8년간 방치된 건물을 매입해 ‘워커비 전주’라는 카페로 재단장을 했다. 이곳에선 ‘워커비 허니 커피’ 등 블렌딩 꿀 음료와 ‘허니 크림 토스트’ 등 전북지역 양봉농가가 생산한 벌집꿀 디저트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전주 쌀과 경남 산청지역 꿀로 만든 ‘전주쌀푸딩’은 전주 디저트 공모전 ‘전주한입’에서 2위를 수상해 지역농가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도 한몫했다.

워커비 ‘하우스 마켓’에서 전북 지역 소상공인이 모여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워커비 전주는 카페인 동시에 전주 소상공인이 모이는 문화행사의 중심지다. 정 대표는 약 한달 반 주기로 매장 앞마당에서 지역 소상공인을 소개하는 행사 ‘하우스 마켓’을 연다. 이 행사는 전북지역 소상공인과 전국 지역 브랜드가 모여 물건을 판매하고 알리는 장터다. 하우스 마켓은 전주국제영화제·전주책쾌와 같은 지역행사와 연계해 지역 문화행사를 더 풍요롭게 만든다. 지난 전주책쾌와 연계한 하우스 마켓엔 16개 지역 독립출판 관련 브랜드가 모였고 방문객은 300명이 넘었다.

정 대표는 이제 워커비를 전북과 전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해 한걸음 더 나아갈 계획이다.

“전주는 전북의 중심지이기도 하지만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전주를 글로벌한 상권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면서 앞으로 워커비를 세계로 진출하는 브랜드로 빛내고 싶습니다.”

전주=정성환 기자, 로컬웍스 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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