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공포에 "수익 포기"... 사진 작가들도 인스타 다 닫았다

서현정 2024. 8. 28.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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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얼굴과 음란물을 합성해 만든 '딥페이크' 성범죄 공포가 확산하면서 사진작가와 모델들이 수익 활동을 위해 올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직접 삭제하거나 비공개처리 하고 있다.

사진을 찍고 보정을 거쳐 SNS에 올리는 자체로 수익이 발생하거나 홍보 효과를 내는데 게시한 모델 사진이 딥페이크 범죄에 사용될까 봐 결단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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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이용자들 계정 해킹 확인법 공유 
10대 딥페이크 성범죄 65.4%→73.6%
"왜 n번방 때 바로잡지 않았나" 비판
사진작가들이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사진을 비공개하겠다'는 공지글. 인스타그램 캡처

지인 얼굴과 음란물을 합성해 만든 '딥페이크' 성범죄 공포가 확산하면서 사진작가와 모델들이 수익 활동을 위해 올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직접 삭제하거나 비공개처리 하고 있다. 일반 SNS 이용자들은 해킹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시민 불안이 높아지면서 수사당국도 특별 단속에 나섰다.

27일 인스타그램 등에는 인물 사진을 내리거나 흐리게 처리하겠다는 사진작가 게시글들이 공지되고 있다.

사진작가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인물사진 작품을 홍보하고, 촬영 의뢰인을 모집한다. 사진을 찍고 보정을 거쳐 SNS에 올리는 자체로 수익이 발생하거나 홍보 효과를 내는데 게시한 모델 사진이 딥페이크 범죄에 사용될까 봐 결단을 내린 것이다. 작가 김정민(42)씨는 "게시글 550건 중 500건 가까이를 SNS에서 내렸다"며 "모델들한테도 (사진을) 내려달라는 요청이 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변 작가 절반 이상은 비공개 전환하고, 촬영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어 당분간 타격이 클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사진이 악용될까 걱정하면서도 지우지 못하는 모델들도 있다. 프리랜서 모델 황모씨는 "계정을 비공개로 바꾸고 싶어도 게시글 대부분이 광고, 협찬이라 계약 조건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 애를 태웠다.


"해킹 우려에 계정 삭제도"

26일 엑스에 올라온 게시글에는 지인 사진과 나체 사진을 합성해 딥페이크 범행을 시도하는 텔레그램 채팅방이 폭로됐다. SNS 캡처

딥페이크 공포는 일반인들에게도 퍼지고 있다. 광주에서 결혼식 스냅 사진을 촬영하는 작가 박모(33)씨는 SNS에 게시한 인물 사진 중 얼굴은 다 지우고, 앞으로 모자이크를 넣기로 했다. 박씨는 "고객들이 불안한 마음을 가질까 봐 먼저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속 표정이 사라지는 만큼 분위기를 살리기 힘들어 다른 업체에 뒤처질까 봐 고민했지만 다행히 응원을 보내주는 신부들이 많다고 한다.

계정을 비공개로 설정해놨어도 해킹을 당해 사진이 무단 사용될까 봐 아예 숨기거나 삭제하기도 한다. 엑스(X·옛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는 "비공개 계정이나 보관함 사진도 털릴 수 있다"며 주의를 요구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계정센터에 들어가 로그인한 위치를 확인하면 해킹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대응수칙도 공유하고 있다.


경찰, 집중단속... "소 잃고 외양간 고치나"

진보당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 경찰 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의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상황이 심각해지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8일부터 7개월간 딥페이크 성범죄 특별 단속을 실시해 제작부터 유포까지 철저히 추적, 검거하겠단 방침을 내놨다. 경찰청에 따르면, 허위영상물 등 범죄 관련 발생 건수는 △2021년 156건 △2022년 160건 △지난해 180건 △올해 1~7월 297건으로 급증 추세다. 그중에서도 정보기술(IT) 사용에 익숙한 10대 피의자 수가 2021년 51명(전체 피의자 중 65.4%)에서 올해 1~7월 131명(73.6%)으로 2배 이상 늘어, 교육부까지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지속적으로 재생산·유포되는 딥페이크 범죄 특성상 피해자들이 받는 고통이 큰데도 수사와 처벌은 상대적으로 느슨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n번방' 피해자였다는 20대 박모씨는 "딥페이크가 아닌 합성이라는 이름으로 음란물과 사진을 합성한 사진이 유포돼온 지 오래"라며 "나이, 직업과 상관없이 피해자가 늘고 있는데 텔레그램이 협조를 안 해준다는 식으로 수사가 부진하거나 처벌이 미미해 범죄량이 폭발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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