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문대 신입생, 지역별 인구비율로 뽑자"
한국은행이 과열된 입시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서울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한은은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국은행 공동 심포지엄'에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한은은 입시경쟁 과열이 △사교육비 부담 △교육 불평등 심화 △수도권 인구집중 △저출산 등 구조적 사회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회 문제가 성장 잠재력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과감한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원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장은 "그동안 입시경쟁은 사교육비 증가로 가계에 부담을 줬고 소득수준과 거주지역에 따른 교육기회 불평등을 초래했다"며 "사교육비 격차는 상위권대 진학률 차이로 이어졌고 서울 출신 쏠림현상을 유발했다"고 밝혔다. 한은이 제안한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일부 상위권대가 자발적으로 대부분의 입학 정원을 지역별 학령 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는 방식이다.
한은은 과도한 입시경쟁이 수도권 인구집중, 서울 등 주택가격 상승 등 여러 구조적인 사회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결국 국내 많은 구조적 문제들이 교육문제와 연관이 깊다는 해석이다.
또 한은은 입시문제가 저출생 현상과도 연관이 깊다고 분석했다. 높은 사교육비와 수도권 인구과밀이 젊은 세대의 출산과 결혼을 늦추고 저출생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원으로 GDP(국내총생산)의 1.14%를 차지했다. 사교육 참여율은 78.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수도권 부동산이 조그만 충격에도 급등하는 구조가 된 데는 강남 부동산에 대한 초과 수요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며 "수요의 근저에는 입시경쟁이 깊에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은은 입시문제가 장기적인 우리 경제 성장 잠재력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 아래 완화 방안이 절실하다고 봤다. 앞서 한은이 △외국인 돌봄서비스 △농산물 수입개방 △지역균형발전 등을 경제와 연관 지어 정책 제안을 내놓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또 서울 주택가격 상승이나 수도권 쏠림 현상은 한은의 책무와도 무관치 않다. 특히 서울 주택가격 상승세는 가계부채 증가세와 연계돼 금융안정 측면에서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2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한 배경에도 서울 집값 문제가 크게 관여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장기 구조개혁 과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단기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이 수십년간 누증돼 이제는 통화·재정정책 등 정부의 단기 거시정책의 선택을 제약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하게 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서울에 집중된 교육 수요를 전국으로 분산하면 수도권 인구집중과 서울 주택가격 상승, 저출산·만혼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한은은 수차례 대입제도 개편에도 입시경쟁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다 더 과감하고 파격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하고 본 이유다.
이 총재는 "나쁜 균형에서 빠져나오려면 파격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정부 정책이나 법제도를 손대지 않더라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교수님들이 결단만 해준다면 큰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나쁜 균형에서 벗어나는 단초를 제공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은은 수도권 쏠림 완화 등 지역균형발전에 관심을 두고 지속적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날 열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국은행 공동 심포지엄'에서도 '수도권 집중에 대응한 거점도시 중심 균형발전'을 주제로 기조발표를 진행했다.
정민수 한은 조사국 지역연구지원팀장은 "그동안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대도시 투자가 과소했고 공공기관 이전도 다수 지역에 분산되면서 수도권 집중 완화 효과가 제한됐다"며 "소수 거점도시 집중 투자가 국가 전체에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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