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국 법도 모르고 지원사업… 코이카 ‘깜깜이 해외 원조’

고도예 기자 2024. 8. 2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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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해외 무상 원조 사업을 진행하면서 해당 국가에서 법 개정이 필수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깜깜이 원조 사업'을 시행해 수백억 원의 혈세가 낭비됐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감사원은 2016년 코이카가 캄보디아 현지 조사를 진행할 당시 캄보디아 중앙은행이 '바콩'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차렸지만 개발할 시스템과의 유사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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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정보화시스템, 법 고쳐야 운영
캄보디아선 결제시스템 외면 당해
감사원 “혈세 수백억 낭비” 지적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코이카가 지원한 의료물자. (코이카 제공)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해외 무상 원조 사업을 진행하면서 해당 국가에서 법 개정이 필수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깜깜이 원조 사업’을 시행해 수백억 원의 혈세가 낭비됐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감사원이 27일 공개한 ‘공적개발원조 정보화사업 등 추진 실태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 당시 종료된 상태였던 19건의 사업 중 89%(17건)에서 시스템 활용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코이카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한 정보시스템 원조 사업 총 55건에 대해 감사에 나섰다.

감사원에 따르면 코이카는 2015∼2021년 총 800만 달러(106억 원 수준)를 투자해 캄보디아에 국가지급 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사업을 진행했다. 국민들이 가진 은행 계좌를 기반으로 국가지급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코이카가 2020년 이 시스템을 만든 이후 지난해 8월까지 이 시스템의 활용률은 계획 대비 0.004%에 그쳤다.

대신 캄보디아 국민들은 현지 중앙은행이 개발한 모바일 기반의 결제 시스템인 ‘바콩’을 주로 이용했다. 캄보디아는 국민 대부분이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은 만큼 애초부터 계좌 거래를 기반으로 한 코이카의 결제시스템은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고 감사원은 보고 있다. 감사원은 2016년 코이카가 캄보디아 현지 조사를 진행할 당시 캄보디아 중앙은행이 ‘바콩’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차렸지만 개발할 시스템과의 유사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코이카는 몽골에선 2017∼2019년 400만 달러(약 53억 원)를 들여 헌법재판소 정보화시스템 구축 사업도 진행했는데, 이 시스템은 지난해 10월까지 전혀 운영되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몽골은 헌법재판 관련 모든 과정에서 구성원이 대면 참석하도록 하는 법령을 두고 있다. 이에 이 법을 개정하지 않고선 헌법재판 정보화시스템을 운영하기 어려웠던 것. 코이카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정보화시스템 구축 작업을 그대로 진행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코이카 이사장을 상대로 “지원을 받는 국가의 경제 환경적 요인을 면밀히 조사해 예비 조사 기준을 마련하고, 중복성을 철저히 확인한 후 사업을 추진하라”고 통보했다. 이번 감사와 관련해 코이카 관계자는 “감사 결과를 존중하며 미흡한 부분에 대해 이미 개선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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