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서울대 진학률, 거주지가 92% 좌우… 지역별 비례선발 도입을”
학원 등 사교육 환경이 결정적 요인… 잠재력 차이 따른 영향은 8% 그쳐
수도권 집중-저출산 사회문제 불러… 일각선 “한은의 역할 넘어선 지적”
한국은행이 사교육 불평등이 심화되며 상위권 대학 진학이 사실상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거주 지역’에 좌우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와 함께 신입생을 지역별 학생 수에 비례해 뽑아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도 제시했다. 교육이라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지면서 수도권 집중, 저출산 문제가 심화되고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위협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 서울대 진학률 격차의 92%, 거주 지역 효과
2010년 고등학교 3학년생의 상위권 대학(상위 8개 대학, 의대·치의대·한의대·수의대) 진학률을 놓고 소득 상위 20%와 하위 80% 간 진학률 격차 중 75%는 ‘부모 경제력 효과’ 결과로 분석하기도 했다.
● “상위권 대학,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해야”
실제로 지난해 한은이 출산과 혼인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교육 및 양육비용 부담(44%), 취업 및 생활 안정 여건 미흡(15.0%) 등 경제적 요인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입시 문제 해결을 위해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서울대 등 일부 대학에서 실시하는 지역균형선발 방식을 모집 정원 전체로 확대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에 힘을 실으며 “정부 정책이나 법 제도를 손대지 않더라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교수님들이 결단만 해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 출신 학생 역차별이나 지방의 고소득층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립대학이 도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가치와도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타당한 처방책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한은이 최근 논쟁적인 이슈 제기를 이어가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한은이 제기했던 돌봄 서비스 최저임금 차등 지급이나, 이번 대입 관련 이슈 제기는 기획재정부나 교육부 등 정부 부처의 역할을 간섭하고 나서는 것”이라며 “한은이 과도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불필요한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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