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해외에서 韓 드라마·예능 많이 물어…K-콘텐츠 시대, 선배들의 희생 덕분”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전 ‘인생은 한 방’이라는 말을 믿지 않아요. 자신을 믿고 매진해야 합니다.”
데뷔와 동시에 청춘 스타였고, 나이테를 쌓으며 폭 넓은 연기 세계를 구축해갔다. 명실상부 세계적인 배우이자 제작자, 영화감독으로 활동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이정재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 2024’(BCWW 2024) 스페셜 세션 ‘이정재: 끝없는 도전’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세션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스타로 자리매김했고 배우이자 창작자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이정재의 활동 경험을 나누고자 마련됐다. 이정재는 데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경험한 대중문화 생태계의 변화, 배우의 역할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제가 막 데뷔했던 1990년대 초반에는 ‘배우는 다른 일을 하면 안 되고 연기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반항기가 있는 20대 젊은 사람들은 ‘왜 그러면 안 되지?’ 하는 의문을 항상 품고 있었다”고 돌아봤다.
지금이야 배우와 가수, 연출자와 작가 등 직업의 경계가 자유롭지만, 이정재는 30년 전엔 지금같지 않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자기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를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배우들도 다른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그의 생각이 달라진 것은 영화 ‘도둑들’(2012년)에 함께 출연했던 홍콩 영화배우 린다화(임달화)의 조언 때문이었다.
그는 “임달화 선배님께 ‘나는 그냥 영화인’이라는 말을 듣고 연출과 제작을 하면 좋겠다는 꿈을 꾸게 됐다”며 영화 ‘헌트’를 연출하게 됐던 배경을 들려줬다.
‘헌트’의 작업 기간은 무척 길었다. 이정재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헌트’ 시나리오를 4년 동안 썼고, 각본을 쓰는 동안 촬영한 작품이 7, 8개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즐겁고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다 보니까 촬영 중인 작품에도 오히려 방해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인 이정재는 그 어느 때보다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이정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은 2022년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명실상부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났다. 올해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인 스타워즈 세계관 ‘애콜라이트’ 주연을 맡았다.
그는 “해외에선 한국 콘텐츠를 향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며 “외국에 가면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오징어 게임’뿐 아니라 한국에서 지금 나오고 있는 드라마나 영화, 예능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때는 (외국인이) 저도 아직 못 본 콘텐츠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배우나 감독,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저한테 물어보는 분들이 더 많다”고 했다.
지금의 K-콘텐츠 전성시대가 온 것에 대해 이정재는 “이 좋은 시대에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신 선배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에 이런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며 “저도 후배나 동료를 위해서 좋은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오징어게임’은 올 연말 마침내 공개된다. 이정재는 “올해 12월 말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되는데, 감독님과 제작진이 후반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며 “곧 ‘오징어 게임’ 시즌2 홍보를 본격적으로 하게 될 것 같다. 제가 준비한 다른 작품들은 아직 언제 공개될지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30년간 대한민국 최정상 배우로 자리하며 50대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는 마지막 응원도 잊지 않았다. 이정재는 “저는 기회와 희망이 항상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시간을 아무리 써도 아깝지 않은 일들에 매진하다 보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자신을 믿고 매진하라”고 당부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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