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0일 첫 TV토론 놓고 ‘샅바싸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 달 첫 TV 토론의 규칙을 두고 26일 샅바 싸움을 벌였다.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등장한 해리스가 한 달간 ‘허니문 효과’를 누리고, 양당이 전당대회까지 마무리한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토론은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벤트다. 토론은 다음 달 10일 ABC방송 주관으로 약 90분간 진행될 예정이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양측은 마이크 음 소거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해리스 측은 토론 내내 마이크가 켜져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측은 발언이 끝나면 마이크를 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대립은 지난 6월 트럼프와 바이든이 벌인 CNN 토론에서 발언 순서가 아닐 땐 마이크를 껐던 진행 방식이 트럼프에게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트럼프는 2016년과 2020년 대선 토론 당시엔 상대의 순서에도 계속 발언을 이어가거나 끼어드는 모습으로 비판받았다. 반면 올해 6월 토론에선 상대 후보가 발언할 때 마이크가 꺼진 덕에 ‘전보다 절제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리스 측은 “ABC 및 10월 토론을 주최하려는 방송사에 마이크가 내내 켜져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며 “트럼프 측이 ‘마이크 음 소거’를 선호하는 건 마이크가 계속 켜져 있으면 후보(트럼프)가 90분 내내 대통령답게 행동할 수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트럼프 측은 “바이든과 합의했던 CNN 토론과 같은 규칙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리스 측이 앉아서 토론하는 방식과 모두(冒頭) 발언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해리스 측은 이를 곧바로 부인했다. 6월에는 두 후보가 일어서서 토론했고 모두 발언은 없었다. 미리 작성한 원고는 금지하고 펜과 메모장, 물 한 병만 허용됐다. 바이든 측의 요청에 따라 마이크는 후보자가 자기 순서에 발언할 때만 켜졌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서 ABC가 편향적이라고 주장하고 “내가 왜 이 방송사에서 해리스를 상대로 토론해야 하느냐”며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부담하는 건 세기의 도둑질”이라며 이를 GDP의 3%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한국을 비롯한 다른 동맹국에도 방위비 증액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국가방위군협회 총회 연설에서 “나는 모든 국가가 반드시 GDP 대비 3%를 방위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그들은 공정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GDP 대비 2%를 방위비로 지출하기로 지난 2014년 합의했고, 올해 말까지 미국을 포함한 23국이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가 “미국 돈으로 유럽의 부족분을 보충하고 있다”며 이를 3%까지 올리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GDP 대비 3% 이상을 방위비로 지출하는 나라는 미국·폴란드·그리스 등 3곳이다.
트럼프는 특히 독일을 콕 집어 “아마 독일에서 쉐보레 자동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겠지만 미국에는 벤츠·BMW·폭스바겐 등 독일산 자동차 수백만 대가 있다”며 “그들은 무역에서 우리를 이용하고 군(軍)에서도 그렇다”고 했다. 독일은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방위비 분담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미국 보수 진영에서 ‘미운털’이 박혀 있다. 트럼프는 “우리보다 유럽이 우크라이나 상황을 훨씬 더 걱정해야 하는데 우리가 1500억달러(약 200조원)를 더 지출했다”며 “나토의 모든 나라를 합하면 미국과 같은 경제 규모인데 왜 우리가 돈을 1500억달러나 더 써야 하나”라고 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런 인식을 가진 트럼프가 재집권하는 경우 한미 방위비 분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4월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해 주길 바란다”고 했었다.
트럼프와 달리 해리스는 기회가 될 때마다 나토와의 연대를 강조해 왔다. 나토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러시아를 견제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바이든의 노선을 계승하고 있다. 두 후보는 26일로 3주년을 맞은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폭탄 테러와 미군의 아프간 철수를 놓고도 대립했다. 해리스는 “바이든이 미국에서 가장 긴 전쟁을 끝내기 위해 용기 있고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했지만, 트럼프는 “총체적 무능으로 13명의 미군이 사망하고 수십억 달러의 군사 장비가 아프간에 남겨졌다”며 “미국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순간”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과자봉지·음료 빨대까지...친환경 시대 캐시카우로 떠오른 ‘썩는 플라스틱’
- 남양유업, 3분기 영업익∙당기순익 ‘흑자전환’ 성공
- [속보] 삼성전자, 1614일 만에 ‘4만전자’... 시총도 300조 붕괴
- 욕망 자극하는 쇼핑 대신, 정신적 위로·공감은 어떨까
- ‘개미’는 모여봤자 ‘개미’일 뿐이라고?...대세의 힘은 강하다
- ‘불닭’ 업은 삼양식품, 영업이익 전년 대비 101%↑... 해외 매출이 78%
- ‘양자컴퓨팅과 노화’ 2024 대성해강사이언스포럼 열려
- 美 대선 끝나고 금값이 뚝뚝 떨어지는 이유는
- 전공의 “올 게 왔다”...국방부, 사직 전공의 3480명에 ‘입영 희망 시기’ 조사
- ‘희소성 전략’ 페라리...괴물 수퍼카 ‘F80′ 799대만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