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선명한 색감은 세밀한 보정 덕분… 촬영 이후 작업에 더 공들여

백수진 기자 2024. 8. 2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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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승부사들] [30·끝] 하정수 넷플릭스코리아 디렉터
하정수 넷플릭스 한국 프로덕션 부문 디렉터는 “조연출로 일할 땐 한 작품만 파고들었다면, 지금은 멀리서 수십개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전체적인 전략을 짜는 재미가 있다”면서 “예전엔 제가 모르는 것을 물어봤던 업계 분들에게 반대로 도움을 드릴 때 제일 뿌듯하다”고 했다. /조인원 기자

한국 드라마의 때깔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시즌1은 국내 최초로 모든 장면을 4K 화질로 찍었고, 시즌2는 명암 차이를 극대화하는 HDR 기술로 입체적인 화면을 구현했다. 이후로 선명한 화질, 풍부한 색감의 영상엔 “넷플릭스 드라마 같다”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높은 완성도 뒤엔 촬영 이후 편집·시각특수효과(VFX)·색 보정·사운드 등 후반 작업에 공을 들이는 제작 시스템이 있었다.

‘킹덤′에서 후반 작업 프로듀서를 맡았던 하정수(39) 넷플릭스 한국 프로덕션 부문 디렉터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제작진을 설득하고 교육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했다. “나중엔 어떻게 ‘킹덤′처럼 만들 수 있냐고 먼저 물어보시더라고요. 이제는 사람이 눈으로 보는 것처럼 세밀한 색깔 차이까지 구현하는 기술이 보편화됐죠.”

'킹덤' 시즌2 스틸컷 /넷플릭스

하 디렉터는 현재 넷플릭스 한국 작품들의 사전 제작부터 촬영, 후반 작업까지 제작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2018년 넷플릭스에 입사해 ‘킹덤’ ‘오징어 게임’ ‘피지컬: 100′ 등에 참여하며 최종 공개까지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왔다. 그는 “창작자들이 작품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프로덕션 부문은 아이디어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부분을 책임진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어떤 기술이 필요할지 상의하기도 하고, 한정된 예산과 시간 안에서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죠.”

한국 프로덕션의 강점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유연함이다. “새로운 시도를 했을 때 현장에서 바로 적용이 되고, 생태계 전체가 빠르게 바뀌는 게 한국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해외에선 ‘그게 가능해?’라고 묻는 일들도 어떻게든 되게끔 만들어내더라고요.”

한국 영화계와 넷플릭스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 넷플릭스 입사 전에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봉준호 감독의 ‘옥자’, 이창동 감독의 ‘버닝’ 등에서 조연출로 일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과 일하며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 많았다. “박찬욱 감독님은 좋은 것을 고르는 감각이 탁월하세요. 워낙 아는 것도 많으시고, 취향이 뚜렷하셔서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도 최상의 것을 예리하게 골라내시죠. 봉준호 감독님은 정말 성실하셔서 스태프가 부지런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본인의 공도 스태프에게 돌리기 때문에 더 충성하게 되죠(웃음). 이창동 감독님은 식당 장면이면 실제 일하는 분들을 즉석에서 섭외할 정도로 사실적인 것들을 중요하게 여기세요. 관객이 ‘진짜 같다’고 느끼는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배웠죠.”

영화 '옥자' 스틸컷 /넷플릭스

‘킹덤’의 후반 작업을 맡으면서 넷플릭스에 합류하게 됐다. 처음 미국으로 출장을 갔을 때 넷플릭스가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에게 제작 노하우를 거리낌 없이 공유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왜 안 되냐’고 하더라고요. 정보를 개방하는 ‘오픈 소스’ 시대이기도 하고, 업계의 수준이 높아지면 더 좋은 작품이 넷플릭스로 올 테고 우리는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느껴졌어요.”

영감을 받아 한국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넷플릭스의 제작 노하우를 공유하는 교육 프로그램 ‘그로우 크리에이티브’를 추진했다. 2022년부터 시작해 올해 말까지 2400명 이상의 대학생 및 현업 종사자가 참여할 전망이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꿈꿔왔던 기술들을 시도해보고, 여러 현장에서 도움이 되는 걸 볼 때 뿌듯하죠. 이젠 해외에서 ‘그 작품 어떻게 만들었냐’고 물어올 정도로 제작 환경이 크게 달라졌어요.”

해외에서도 한국의 제작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국내 제작사가 해외에 진출해 현지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 디렉터는 “단순히 국내 제작비가 비싸져서라기보단, 전반적으로 글로벌 교류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원격으로도 작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색 보정 스태프가 일본 작품을 도와주기도 하고, 한국 드라마에 일본 장면이 나오면 일본 프로덕션에 도움을 받기도 하고요.”

다음달 공개되는 요리 예능 '흑백 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넷플릭스

다음으로 글로벌 흥행이 기대되는 작품으로는 요리 예능 ‘흑백 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다음 달 17일 공개)을 꼽았다. 재야의 요리 고수들이 미쉐린 레스토랑 출신 스타 셰프들과 맞붙는 요리 전쟁. “한국은 관찰 예능이 많아서 카메라가 많이 투입되고, 편집에도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요. 한 프로그램에 카메라 100~200대가 들어간다고 하면 외국에서도 놀라죠.” 덕분에 출연진의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포착하는 게 한국 예능의 묘미다. “‘흑백 요리사’도 요리판 ‘피지컬 100′이라고 할 정도로 스케일이 커요. 해외 시청자들에게 한국의 셰프와 요리들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정수(39)

넷플릭스 한국 작품들의 사전 제작부터 시각특수효과(VFX), 음악, 후반 작업 등 프로덕션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디렉터. 2018년 넷플릭스에 합류한 이후 ‘킹덤’’오징어 게임’'피지컬:100′ 등 다양한 한국 작품 제작에 참여했다. 넷플릭스 입사 전에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봉준호 감독의 ‘옥자’, 이창동 감독의 ‘버닝’ 등에서 조연출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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