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인텔·MS까지… 빅테크, 줄줄이 中서 짐 싼다
미국 테크 기업 IBM이 중국에서 연구·개발(R&D) 부서를 폐쇄하기로 했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 일하던 직원 1000여 명이 해고된다. 26일 IBM 임원 잭 허겐로더는 직원들에게 “중국의 인프라 사업이 축소되고 있다”며 폐쇄 이유를 밝혔다. 실제 2023년 IBM의 중국 매출은 전년 대비 19.6%나 감소했는데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이 1.6%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기업들이 자국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미국 빅테크들 입장에서 중국 시장의 비중도 줄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고조되면서 미국 빅테크들이 올해 들어 줄줄이 중국에서 일부 사업을 철수하거나 직원을 줄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중국으로의 첨단 기술·제품 수출을 막자, 중국 당국은 이에 대응해 국영기업 등을 대상으로 미국 제품을 자국산 제품으로 교체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생산 기지로서 중국의 역할도 줄이는 추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으로 많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 사업을 재평가하고 있고, 그 결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美·中 갈등에 등 터지는 빅테크
중국 내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건 IBM뿐만이 아니다. IBM에 앞서 올해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 미국 빅테크는 잇따라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하거나 직원 재배치에 나섰다. 테슬라는 지난 4~5월 중국 내 영업직군뿐 아니라 서비스직군, 엔지니어, 생산직 등 전반에 걸쳐 인원을 감축하기로 했다. MS도 지난 5월 중국 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800여 명에게 미국 본사 혹은 호주, 캐나다 등으로 근무지 이전을 제안했다. MS는 오래전부터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며 베이징과 상하이에 대규모 사무실을 두고 뛰어난 AI 리더들을 양성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국 당국은 미국 테크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년간 미국 기술 지우기 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WSJ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영 기업을 감독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문건 79호’라는 이름의 극비 문건을 통해 미국 업체의 의존도를 낮춰왔다. 2027년까지 이메일, 인사관리, 사업 관리 등에 사용되는 해외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중국 업체 제품으로 교체하고 주기적으로 관련 내용을 당국에 보고하도록 한 내용이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삭제’(Delete America)의 약자인 ‘딜리트 A’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국영기업들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자국 기업의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최근 몇 년 동안 IBM 같은 미국 기술 기업들은 중국 내에서 설자리를 잃어 왔다”고 보도했다.
◇애플도 중국 대신 인도에서 생산
생산 기지로서의 중국의 매력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제품 대부분을 중국 내 조립 공장에서 생산해오던 애플은 올해 처음으로 아이폰 플래그십(대표) 모델을 인도에서도 조립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애플 최대 협력사인 폭스콘 테크놀로지는 인도 타밀나두주 현지 공장에서 근로자 수천 명에게 교육을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은 여전히 아이폰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미·중 긴장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점차 중국 이외의 국가로 생산지를 다변화하고 있다”며 “폭스콘뿐 아니라 다른 협력사인 페가트론 인도 사업부와 타타그룹도 조만간 프로 모델 생산을 시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노트북 제조업체들의 탈중국 전략이 지속되면서 인도, 베트남, 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제조 비중이 증가할 것이고 내다봤다. 트렌드포스는 “애플, 델 등 노트북 브랜드들이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중국을 떠나 생산라인을 다변화하고 있다”며 “노트북 제조업의 중국 외 지역 생산 비율은 지난해 7.2%에서 올해 12.4%로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문건 79호(Document 79)
중국 국영 기업을 감독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미국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기업을 키우겠다는 방침을 명시한 문건. 2027년까지 해외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중국 업체 제품으로 교체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 삭제(Delete America)’의 약자인 ‘딜리트A’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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