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훈민정음 해례본… 대구에 모인 간송의 보물들

대구/허윤희 기자 2024. 8. 2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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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3일 대구간송미술관 개관展… 금동삼존불감 등 국보·보물 97점 전시
대구간송미술관 2전시실에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가 단독으로 전시됐다. 배추같이 풍성한 옥색 치마를 입은 조선 최고의 미인이 옷고름 쥔 자태로 관람객을 맞는다. 간송 컬렉션의 '대표 얼굴' 같은 작품이다. ⓒ 2024 김용관 /대구간송미술관

훈민정음 해례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미인도, 촉잔도권, 금동삼존불감….

간송미술관 소장품 중 이동 가능한 국보·보물은 지금 죄다 대구로 내려갔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이 다음 달 3일 대구 수성구에서 대구간송미술관을 개관한다. 2015년 간송미술관과 대구시가 미술관 건립 협약을 맺은 지 9년 만이다. 일제강점기에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사비를 털어 지켜낸 유물 컬렉션을 앞으로 대구에서 상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대구 수성구에서 9월 3일 문을 여는 대구간송미술관 외부 전경. ⓒ 2024 김용관

개관전 ‘여세동보(與世同寶)’에는 간송의 국보·보물 40건 97점이 총출동했다. 백인산 간송미술관 부관장은 27일 언론 공개회에서 “올림픽으로 치면 선수단 입장식처럼 ‘대표 선수’들을 소개하는 자리”라며 “옮기기 힘든 석탑 두 점을 빼고 모든 국보·보물이 한꺼번에 나온 유일한 전시”라고 했다. 재정난 때문에 국보 불상까지 경매에 내놓았던 간송미술관이 그만큼 대구 개관에 힘을 쏟았다는 얘기다.

대구간송미술관 3전시실에 단독으로 전시된 국보 훈민정음 해례본. 전시실엔 한글 창제 원리를 담고 있는 해례본을 낭독한 음성이 흘러나온다. 훈민정음이 가진 애민정신을 강조하고, 문자에 대한 배리어프리를 확장하려는 시도다. ⓒ 2024 김용관 /대구간송미술관
대구간송미술관 2전시실에 홀로 전시된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한 관계자가 사진에 담고 있다. /연합뉴스

국보 중의 국보로 꼽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단연 눈에 띈다. 1940년 경북 안동의 고택에서 발견된 것을 간송 전형필이 구입한 것으로 84년 만에 경북 귀향길에 올랐다. 현재까지 공식 검증된 훈민정음 유일본이고, 서울 밖에서 전시되는 것도 처음이다.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 역시 어두운 독방에 홀로 걸렸다. 쌍꺼풀 없는 눈에 초승달 눈썹, 배추같이 풍성한 옥색 치마를 입은 조선 최고의 미인이 노리개를 살짝 받쳐 들고 옷고름 쥔 자태로 관람객을 맞는다.

현재 심사정이 그린 가로 8.2m 대작 ‘촉잔도권’은 이제야 온전히 두루마리 전체를 펼칠 수 있게 됐다. 백인산 부관장은 “서울 보화각의 작은 진열장에서는 모두 펼 수가 없어 부분만 공개됐다”며 “간송이 구입했을 당시 손상이 너무 심해 구입가의 5배 넘게 주고 수리한 작품이다. 간송이 어떤 마음으로 우리 문화재를 수집했는지 일화가 담긴 작품”이라고 했다.

대구간송미술관 4전시실에 나온 국보 금동삼존불감. 2022년 경매에 내놨다가 유찰됐으나 이후 헤리티지 다오(DAO)가 구입한 후 간송에 지분 51%를 기부했다. 전시실엔 작품 앞에 '헤리티지 다오 기증'이라고 붙어 있다. /허윤희 기자
대구간송미술관 4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국보 '청자모자원숭이형 연적'.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 원숭이의 모습을 본뜬 연적이다. /허윤희 기자
대구간송미술관 5전시실에 조성된 실감영상. 38m의 반원형 스크린에 정선, 김홍도, 신윤복, 이인문 등 조선 대표 화가들의 작품을 재구성해 하루의 시간을 영상으로 담았다. 하지훈 가구디자이너의 작품 '자리'에 앉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 2024 김용관 /대구간송미술관

대구간송미술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8003㎡ 규모. 건축가 최문규 연세대 교수의 설계로 2022년 1월 공사를 시작해 올해 4월 준공됐다. 대구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총 사업비 446억원을 국비·시비로 투입했다. 전인건 관장은 “대구시 소유 건물을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민간 위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 입장료 수입도 모두 대구시로 귀속된다”며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같은 운영 형태”라고 설명했다.

대구간송미술관에 마련된 '보이는 수리복원실'에서 간송미술관 수리복원팀 학예연구사들이 유물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시실 6곳 외에 ‘보이는 수리복원실’을 마련해 문화유산 복원 과정을 방문객이 유리창 너머로 볼 수 있게 했다. ‘간송의 방’에는 전형필의 유작 60점을 전시해 연구자·교육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전 관장은 “앞으로 서울 간송미술관에서는 지금처럼 봄과 가을에 짧게 정기전을 열고, 대구간송미술관은 상설 전시를 통해 간송 소장품을 언제든 가까이서 경험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개관전은 12월 1일까지. 성인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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