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장과 하사 월급 역전되면 군대가 유지되겠나
내년 병장 월급이 처음으로 200만원을 넘어선다. 정부는 내년 병장 월급을 125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대폭 올리기로 했다. 전역 때 자산 형성 지원금 55만원까지 합치면 월 205만원이 된다. 이는 내년 하사 1호봉 기본급(193만원)보다 높고, 각종 수당을 합한 실급여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군 내부에선 ‘병장과 하사 월급이 역전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크다고 한다.
올해 하사 월급은 각종 수당을 합쳐 252만원이지만, 각종 공제를 뺀 실수령액은 200만원대 초반이다. 국회의원실이 공개한 하사 3호봉의 7월 급여 명세서를 보면 ‘기본급+수당’에서 세금과 건강·연금보험료 등을 뺀 액수는 203만여 원이었다. 영외 거주 간부는 영내 제공 식사비까지 매달 20만원가량 따로 내야 한다. 반면 일반 병사는 세금이 없어 월급과 실수령액이 같다.
국방부는 내년 하사 월급이 273만원으로 올라 병장과 하사의 월급 역전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선 초급 간부들은 “하사 월급은 3% 인상에 그친 반면 병장 월급은 24%나 급등해 사실상 차이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초급 간부는 일반 공무원 월급 인상률에 묶였는데 병장 월급은 4년 만에 3.3배가 됐으니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박봉에 시달리는 데다 주거, 근무, 자녀 교육 여건도 열악하다. 혜택은 적고 책임만 많다.
이 때문에 초급 간부의 군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 경력 5년 이상 장교·부사관 9500명이 지난해 군을 떠났다. 전년보다 24% 늘어난 역대 최다였다. 2015년 4.8대1이던 학군장교(ROTC) 지원율은 작년 1.8대1로 떨어졌다. 전국 대학 학군단 108곳 중 81곳이 정원을 못 채웠다. 1호 학군단인 서울대는 지원자가 5명뿐이었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지원율도 매년 떨어지고 자퇴생은 3년 새 2배로 늘었다. 부사관 선발 인원도 4년 새 25% 감소해 육군은 정원의 절반도 못 채웠다. 의무 복무 기간은 긴데 월급 차이는 없으니 누가 초급 간부를 하려 하겠나.
초급 간부는 군의 중추이자 핵심이다. 전쟁의 승패는 소대장·중대장·부사관의 자질이 가른다. 이들이 사기가 꺾이거나 군을 떠나면 병사가 아무리 많아도 오합지졸이다. 최첨단 스텔스기나 이지스함도 무용지물이다. 병사 월급 200만원대 인상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숫자에 집착할 일은 아니다. 이젠 초급 간부들 처우를 개선하고 자질을 높이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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