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강원 노포 탐방] 75. 동해 신화스튜디오
1963년 임미섭 대표 ‘신화사장’ 개업
줄 잇는 손님에 인근 카페 대기 빈번
장수사진 촬영 등 지역 봉사활동 앞장
37년 ‘한가족’ 강대오 후임대표 취임
가족·베이비 사진 전문·학교앨범 특화
국제사진세미나 참석 등 역량 강화 매진
사진은 ‘나’를 ‘우리’로 만든다. 가족 사진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 가족사진 속에서 ‘나’로 살아오던 구성원들은 ‘우리’가 된다. 그만큼 사진관에서 공들여 찍은 사진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묵호에서 1960년대 초반에 창업해 2000년대 초반 천곡으로 자리를 옮기며 60년 이상 동해시민과 동해와 인연이 있는 인물들의 사진을 담아내고 있는 신화스튜디오는 사실상 동해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다. 창업자는 60년 동안 운영한 스튜디오를 지난 2월 후임 대표에게 넘겼다. 빛나는 100년을 향한 발걸음이 계속되는 것이다.

소중한 인연
1963년 10월 23일 발한동 삼거리. 이곳에 청년 임미섭이 신화사장을 개업했다. 안동 출신인 임미섭(83) 대표는 포항의 해병대에서 3년간 군생활을 마친 후 묵호로 와서 육촌 형님이 운영하던 사진재료상의 일의 돕게 됐다. 이후 1950년대부터 운영하고 있던 강호사진관을 인수해 신화사진관(신화사장)으로 상호를 바꿔서 운영하게 됐다. 1964년에 고교를 졸업하며 이곳에서 졸업 앨범사진을 찍은 이들이 벌써 78세다. 이들은 임 전 대표에게 “오랜 세월에 걸쳐 변하지 않는 사진으로 즐거움을 줬다”고 말하곤 한다.
임 대표는 “60여 년간 사진관을 하니 한 개인의 태어나서부터 노인이 될 때까지의 사진을 찍은 경우가 많고 자연스럽게 동해지역 내에서 나를 아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길거리 지나다니면서 나는 그를 모르는데 그는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해 주는 일이 종종 생긴다. 이것이 자랑이고 참 보람이다”라고 말했다.
개업 당시에는 사진관이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현재는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신화스튜디오는 어려움 속에서도 직원들의 관리를 잘 해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특이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임미섭 씨로부터 대표 자리를 물려받은 강대오 씨는 이곳에서 37년의 세월을 동고동락했다. 임 전 대표의 부인이 강 대표의 이종사촌 누님이다. 현재 강 대표를 포함해 4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대부분 20년 정도 함께 일 했다. 많은 때는 12명의 직원이 있었다. 몇 개월에서 수십년의 인연을 맺고 지나간 직원들 가운데 이곳에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경우가 31명이다. 퇴직자들은 ‘신화모임’을 만들어 친목을 다지고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현직을 포함해 역대 민선 동해시장은 모두 신화스튜디오에서 프로필 사진을 촬영했다. 현직들을 제외한 역대 민선 태백시장과 삼척시장도 이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역대 해군 1함대 사령관, 국회의원 등을 비롯해 동해지역을 거쳐간 기관·단체장의 대다수가 신화사진관을 이용했다. 소령 시절에서 장군 때까지 사진을 찍은 군인도 있다. 한 대령은 장군 진급이 여러 번 안 되다가 이곳에서 진급심사용 사진을 찍은 후 진급해 감사 인사를 오기도 했다. 부모가 두 아이와 함께 가족사진을 찍은 후 세월이 흘러 청년이 된 아이들과 같은 구도로 사진을 촬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임 대표는 그 동안 고향 안동에서 장수사진 촬영 봉사활동을 벌였고, 삼척 여삼리에서도 단체로 장수사진을 찍어주는 나눔활동을 했다. 바르기살기 동해시협의회장, 동해시주민자치위원장 등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했다. 명예동해시장이 됐고 동해시민상도 받았다.

정성을 쏟아 신뢰를 얻다
강대오(57) 신화스튜디오 대표는 지난 2월 말 임미섭 전 대표로부터 사진관을 물려받았다.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37년 전 사진관에 취업했다.
강 대표는 “매번 바뀌는 대상과 모델의 장점을 찾아서 찍으니 실증 나지 않고 늘 새롭다”며 “공장에서 처럼 찍어내는 게 아니고 한 분 한 분을 이쁘게 해드리는 재미가 가장 큰 것 같고 그래서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사진관은 2003년 3월 25일 발한동에서 현재 위치인 천곡동(대학로 12)으로 이전했다. 임 전 대표는 발한동에서 업을 접느냐 천곡으로 옮겨서 한 번 더 도약을 하느냐라는 선택을 놓고 고민한 끝에 이전을 결정했다. 현재 발한동 뿐만 아니라 천곡동 등 동해지역 곳곳의 건물에 공실이 많다. 천곡동으로 사진관이 옮겨오면서 빈 신화사장 공간은 20년 넘게 비어 있다.
임 전 대표는 “묵호지역사회는 다른 곳은 다 가도 좋으니 신화사진관만은 남아있어 달라고 했다”며 “우리는 정말 나중에 묵호를 떠났다”고 밝혔다.

발한동의 ‘신화사장’은 영업이 잘 됐다. 사람들이 몰렸다. 당시는 예약문화가 일반화되지 않았다. 사진관의 입구가 좁아서 손님들은 줄을 서서 기다렸다. 사진관 직원은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인근의 세진커피숍에서 차를 마시고 계시라, 때가 되면 부르겠다”고 안내했다고 한다. 특히 명절이면 가족사진을 찍으러 많이들 왔다. 신화사진관의 직원들은 명절마다 아침에 차례만 지내고 출근했다. 오전 10시부터 종일 가족 개개인을 ‘우리’로 묶는 귀한 사진을 찍었다.
요즘은 포토샵 등으로 사진의 변형도 많이 시키는데다 찍고 보고 ‘소비’해 버린다. 사진의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예전에는 사진을 찍으면 10년, 20년이 지난 후에도 꺼내보고 추억을 되새겼다. 사진은 소중하고 귀했다. 강 대표를 포함해 4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카운터 직원 1명에 가족사진 전문 1명, 베이비사진 전문 1명이 있고, 강 대표는 학교 앨범에 특화돼 있다. 250평의 공간에 베이비 촬영실, 드레스 메이크업실, 메인촬영실, 가족사진 촬영실 등을 갖췄다.
신화스튜디오는 사진에 공을 들인다. 강 대표는 한 고객이 태풍 루사로 동해시에 수해가 크게 났을 때 집이 다 침수되고 앨범도 흙투성이가 됐음에도 사진만은 멀쩡했다며 태풍이 지나가고 시일이 지난 시점에 그 앨범을 사진관으로 가져온 일이 있었다고 했다.
강대오 대표는 “앨범에서 흙이 막 떨어지는데도 사진은 멀쩡했다”며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닌데 그래도 다른 곳과는 달리 우리는 코팅까지 해주니까 사진이 살아있었다”고 말했다.

요즘은 사진관을 하기에 어려운 시기라는 말을 많이 한다. 사진을 대하는 태도도 변했으니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특별한 묘책이 있는 건 아니다. 강대오 대표는 지난 19~21일 평창 용평에서 열린 국제프로사진세미나에 참석했다. 강 대표는 “세미나에서 보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잘 하는 경우를 봤다”며 “시설 재투자나 기술 개발, 연구 등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동해지역내 3곳의 예식장이 각종 공짜 혜택에 금반지 제공 등 치열한 손님 유치 경쟁을 펼쳤을 때도 사진 촬영만은 신화스튜디오에 맡겼다. 동해지역내 16곳의 학교 앨범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니 졸업 앨범도 이제 예전 같지는 않지만 학교에서 자꾸만 “신화에서 해달라”고 하니 큰 힘이 된다. 무엇보다 주로 하는 가족사진이나 증명사진, 베이비 촬영 등에 지금까지 쏟아왔던 정성을 계속 쏟을 것이라고 했다.

임미섭 전 대표는 “어려울 때 물려줬으니 사진관이 잘 되기를 늘 기원하고 있다”고 했다.
강대오 대표는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겠지만 신임과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사회가 너무 급변하니까 사진관도 큰 시류에 휩쓸리면 흥할 수도 있고 다운될 수도 있는데 그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개인 역량이 10인데 갑자기 100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고 하던 대로 꾸준히 하는 게 최선이다. 찾아주는 고객에 대한 감사함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동명
#사진관 #신화스튜디오 #가족사진 #임미섭 #신화사진관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응급실 만취 난동’ 강원청 소속 경찰 강등 중징계
- “혹시 내 사진도?” 딥페이크 성범죄물 명단 일파만파
- ‘강릉커피콩빵’ 원조 논란 법원 “레시피 표절 아냐”
- '꼭두새벽'부터 공무원 깨운 까닭은?
- '개 짖는 소리 시끄럽다'… 농약 탄 음식 이웃집 개들 먹인 60대 송치
- 강릉 미숙아 세쌍둥이 탄생 97일만에 '무사 퇴원' 눈길
- 1800억 상당 코카인 밀반입… 강원도서 가공한 일당 검거
- 요즘 잘나가는 '영월쌀집' 유 사장네 아들 삼형제
- “손흥민이 강남 클럽서 3000만원 결제” 루머 유포한 직원들 고소 당해
- 서울 한 판매점서 로또 1등 5장 나와…동일인이면 77억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