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65] 정치인의 거짓말은 범죄다
지난 59년간 나를 괴롭혀 왔던 숙제가 이제 다 끝났다. 우리가, 롤라와 마셜과 내가 범죄를 저질렀다. 나는 원고에서 그 범죄를 묘사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것도, 이름과 장소와 정확한 정황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것도 숨기지 않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사료를 편찬하듯 그 모든 것을 원고 속에 집어넣었다. 범죄가 있었다. 그러나 그 곁에는 사랑하는 두 사람도 있었다. 연인들과 그들을 위한 행복한 결말, 이것이 밤새도록 내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이언 매큐언 ‘속죄’ 중에서
보행을 도와준 행인을 폭행범이라고 거짓 신고한 80대 노인이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목격자 진술과 CCTV 판독 결과, 남성은 노인이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었을 뿐, 해를 가하지 않았다. 선의를 폭력으로 오해할 순 있지만, 법은 허위 고발을 범죄로 판단하고 처벌했다.
한때 민주당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가 제2의 태평양 전쟁이 될 거라며 불안을 조장하기 바빴다. 규탄 대회를 열고 방류를 저지하겠다며 일본까지 몰려가 시위했다. 그러나 광우병, 전자파 참외, 세슘 우럭, 방사능 소금과 같은 또 한번의 괴담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조사하고 증명하는 데 지난 1년간 국민 혈세 1조5000억원이 낭비되었다.
이언 매큐언의 소설 ‘속죄’는 세실리아의 연인 로비가 성폭행범이라고 거짓 증언했던 브리오니의 평생에 걸친 후회와 속죄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가 된 브리오니는 수십 년이 흐른 뒤에야 소설 속에서나마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다. 세실리아와 로비의 사랑도 이루어 준다. 그러나 소설일 뿐, 브리오니의 거짓말로 잃어버린 두 연인의 실제 삶은 영원히 회복될 수 없었다.
동화 속 피노키오도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지는 벌을 받는다. 거짓 신고하면 벌금을 내고,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죄가 될 때가 있다. 국고를 축내고 사회 혼란을 부추긴 정치인의 거짓말만 죄가 되지 않는다. 사과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고 처벌받지 않는다. 부끄러워하고 괴로워하며 속죄할 줄 모른다.
미숙한 정치는 대중의 불안을 먹고 산다. 무능한 정치인은 거짓으로 불신과 공포를 조장하고 사회를 전복해서 권력을 얻는다. 말에 책임지지 않는 사회, 거짓말이 성공의 수단이 되는 세상은 신뢰를 잃고 더 깊은 혼란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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