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205] 강릉 참가자미 물회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4. 8. 2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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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서 가자미를 따는 어부가족(주문진항)

명태가 떠난 동해는 이제 어떤 생물이 주인 노릇을 할까. 오징어도 뜨거워진 바닷물에 제 살길을 찾아 북으로 올라가고, 서해로도 발길을 돌렸다. 주문진 어시장을 기웃거리며 오징어를 찾다가 가자미를 만났다. 늦여름에 가자미라고. 늦더위가 마냥 좋아 철 늦은 피서를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어류는 반갑지 않다. 주문진 등대에서 만난 이장은 표층 수온이 30도가 넘는다며, 낚시에 걸려 올라오던 물고기도 익어버릴 날씨라며 이젠 끝났단다. 하지만 가자미는 강릉 앞 동해를 지키고 있다. 게다가 물회부터 구이, 조림과 밥식해까지 어떻게 내놓아도 환영이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했던가. 명태와 오징어에 밀린 자리를 이제 가자미에게 내줘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주문진 어시장에서 만났던 가자미는 기름가자미, 참가자미, 홍가자미 등이다. 이들은 넙치, 도다리, 서대와 함께 가자미목에 속한다. 물 깊은 곳에서 좋은 가자미가 잡힌다. 강릉이 꼭 그런 곳이다. 가자미는 자루 모양 그물로 끌어서 잡는 ‘외끌이기선 저인망’과 조류에 따라 이동하는 그물을 전날 미리 놓아 잡는 ‘연안자망’ 어법으로 잡는다. 저인망은 바닥에 붙어 있는 가자미를 잡는다면, 자망은 먹이 활동을 할 때 잡는다. 자망은 부부나 가족 노동에 의지한다면, 저인망은 외국인을 포함해 여러 명의 선원을 고용해 조업한다. 자망은 새벽에 그물을 걷어 오지만, 저인망은 며칠씩 조업을 한다. 어느 쪽이든 가자미잡이는 오랜 경험과 느낌에 의지한다. 수심 깊은 바닥에 머물기에 어군 탐지기로 가자미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가자미가 여전히 동해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참가자미물회

태풍 끝에 뜨거운 바람이 남쪽에서 올라왔지만 ‘배신하지 않는다는 처서’가 있으니 이 날씨도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 금년 늦더위와 고별식이라도 할 요량으로 가자미 물회를 주문했다. 주인은 참가자미라고 강조한다. 살이 단단하고 도톰해 횟감으로 좋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어떤 음식으로 조리해도 좋은 것이 가자미다. 새벽 바다에 다녀온 부부가 선창에서 그물에 걸린 가자미를 떼어낸다. 옆에서는 위판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요란한다. 당일바리라 더 좋다.

참가자미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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